- 연구원 공동 세미나서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 발표
- “장래 상환 부담·연령대 등
- 다양 지표로 대출한도 정해
- 금융지원으로 생산성 높여야”

“현재 가계부채는 총량 측면에서 다소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1700만 가구마다 처한 상황은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가계부채 취약 계층에 대한 보완대책을 마련해 사회문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금융연구원 김영도 자본시장연구실장은 “금융의 역할은 자금 지원을 통해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연구원 김영도(44) 자본시장연구실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달 금융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이 주최한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금융회사의 바람직한 역할 방안 모색’ 세미나에서 24일 발표될 예정인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Debt to Income ratio)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DSR, Debt Service Ratio)에 대해 다뤄 주목을 받았다.

원칙적으로 DTI는 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소득으로 나눠 계산한다.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DTI 산출 시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과 기존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기타부채의 이자상환액만 원리금 상환액에 포함했다. 하지만 내년부터 시행될 신DTI는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까지 반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2019년 전면 도입될 예정인 DSR은 신용대출을 포함해 다른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 액수까지 고려해 대출자의 상환부담을 측정할 예정이다.

김 실장이 이날 발표한 ‘금융회사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은 기존 가계여신의 한도 결정부분을 현재보다 정밀화·자율화해 장기적으로는 현재 우리나라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는 가계부채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구축하고자 하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DSR 산출 시 미래 5년 또는 10년 등 구간을 설정해 미래 상환 부담을 살피는 방식을 적용하고, DTI도 2∼3년간 평균소득과 연령대를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사람을 하나의 지표로 평가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다양한 측면을 살펴보라는 의미다”면서 “금융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자금지원을 통해 경제의 생산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 말아라’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는 게 금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무렵 가계부채 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당시 가계부채가 1000조 원에 육박하자 정부에서 가계부채 대책반을 꾸렸고 이에 합류하면서부터다. “당시와 현재의 가계부채 이슈는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가계의 채무불이행이 금융 시스템이 붕괴되는 위험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지만, 지금은 하우스푸어 등 개별 가계의 소비제약이나 취약차주가 더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가계부채 전문가’로도 알려졌지만 원래 김 실장의 전공분야는 ‘자본시장’이다. 2013~2015년 부산에 본사가 있는 한국거래소 사외이사를 최연소 나이로 역임한 뒤 올해부터 거래소 청산결제위험관리위원도 맡고 있다. 그는 거래소의 발전 방향에 대해 “시장 참가자 간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거래소의 역할이다. 우리나라 거래소는 제도설계과정에서 정부 당국과 시장의 가교가 되기도 하고 시장에서 갖는 영향력 등을 무시할 수 없어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부산 동아고,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경영학(재무론)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금융연구원에 몸담았고 올해 자본시장연구실장에 임명됐다. “우리나라 금융은 그동안 은행이 중심이 돼 왔지만 자본시장의 역할이나 산업 규모도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어떻게 하면 과거보다 좀 더 좋게 만들 수 있을지가 제가 가진 큰 고민입니다. 결국 실질적으로 제도를 만드는 것은 국회와 정부의 몫이지만 이를 위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조언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