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충역 잉여인력 조절 위해
- 장기 대기 전역기간 단축
- 적체현상 완화 효과 기대

- 고졸 이하는 기술 가르쳐
- 전역 후 취업 지원하기도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반드시 져야 하는 병역의무. 20대에 겪는 통과의례와 같은 병역은 청년에겐 최대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군대를 빨리 다녀오려는 청년이 많아 이른바 ‘입영 적체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군대에 가야 하는 청년이 몰린 데다 복학 일정을 맞출 수 있는 3, 4월 등 특정 시기는 더욱 치열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병무청이 병역판정검사 기준을 강화하는 고육지책을 꺼내 들었으나 풍선효과가 일어났다. 보충역이 군대 가기 힘들어진 것이다. 지난달 22일 취임한 김용무 부산병무청장은 올해부터 적용되는 사회복무요원 장기 대기 전역 처분기간 단축에 기대를 걸었다.

김용무 부산병무청장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병역문화를 조성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지난해 병무청이 현역병 입영 적체를 해소하려는 과정에서 보충역(사회복무요원) 잉여인력이 대폭 늘어났다. 2015년 4만 명에서 1년 만에 5만 명 수준으로 늘어났으며 상승 기조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병무청은 올해부터 사회복무요원을 장기 대기 사유로 병역 면제(전시근로역 처분)하는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김 청장은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라 현역과 보충역 전반에 걸쳐 입영 적체 해소를 위한 종합대책이 필요하겠지만 장기 대기 면제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병무청은 사회복무요원 인건비 지출을 국고에서 부담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책통으로 평가받는 김 청장은 “부산지방청에 와서 병역의무자와 보호자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를 얻게 됐다”며 “병무 행정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가와 현장 반응을 잘 들여다보고 귀담아들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청장은 고용절벽에 내몰리고 있는 청년들에게 전략적인 병역 수행이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병무청은 고졸 이하 취약계층 청년을 상대로 ‘취업맞춤특기병’ 제도를 운용한다. 청년에게 기술을 습득할 기회를 제공한 뒤 기술병으로 복무하게 하고 전역 후 취업 기회까지 제공하는 제도다. 취업맞춤형특기병이 되면 입대 전 고용노동부 직업훈련원에서 미리 교육훈련을 받게 된다. 입대한 뒤에도 관련 자격증을 딸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 제도는 2014년 육군에 처음 도입된 이후 2016년 해·공군으로 확대했으며 올해 해병대에도 적용된다. 지난해까지 취업맞춤특기병으로 전역한 청년 중 취업을 희망한 464명 중 65.3%가 취업에 성공했다. 부산지역에서도 전역자 63명 중 48명이 직장을 얻었다. 김 청장은 “병역과 취업을 한 번에 해결하면 경력단절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기술숙련공을 사회로 배출해 일자리 미스매치를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부산병무청은 2016년부터 한국전력공사 부산울산본부, 한전 배전단가협의회, 한국산업인력공단 부산본부와 협약을 하고 전력 분야에 취업을 희망하는 인력을 교육하고 취업까지 알선한다. 병무청의 도움 덕에 현역과 보충역을 합쳐 7명이 취직했다.

김 청장은 “병역 의무자 수가 주는 만큼 병무 행정도 양적 충원보다 질적 성장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반칙과 특권이 없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병역문화를 조성해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용무 부산병무청장은 전북 고창 출신으로 41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해공군모집일원화팀장, 현역입영과장, 병역판정검사과장 등 병무청 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