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최초 전문 체육인 출신
- “서울올림픽 조직위 경험 바탕
- 두번째 하계올림픽 유치 노력
- 부산 해양스포츠 특화 필요”

“1988 서울올림픽을 토대로 30년간 급성장한 스포츠가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도록 남은 생을 바치겠습니다.”

조재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하계올림픽을 유치해 국가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곽재훈 전문기자 kwakjh@kookje.co.kr

지난 22일 제12대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에 취임한 한국 유도의 ‘레전드’ 조재기(68) 이사장은 국내 체육의 재도약을 이끄는 ‘도약대’가 되겠다고 말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1988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1989년 설립된 공익법인이다. 공식 명칭은 ‘서울올림픽 기념 국민체육진흥공단’이다.

역설적이게도 역대 이사장 가운데 ‘전문 체육인’은 한 명도 없었다. 조 이사장은 “체육 행정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비전문가가 이사장을 도맡다 보니 여러 문제가 있었다. 국내 스포츠는 발전했지만 체육인들의 사기나 위상은 제자리걸음이었다”며 “많은 후배 체육인에게 ‘롤 모델’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조 이사장은 국내 체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3S’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3S는 3가지 서비스( service)의 약자로 시설(area) 프로그램(program) 클럽(club) 서비스를 뜻한다.

조 이사장은 특히 클럽 서비스 활성화를 강조했다. 그는 “이미 국내에는 체육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다양한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스포츠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스포츠 클럽은 아직 크게 활성화되지 않았다”면서 “엘리트 선수 육성과 체육 지도자들의 취업을 위해 보다 많은 클럽이 활성화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울올림픽 조직위에서도 일했던 조 이사장은 자신이 가진 지식 경험 인맥을 모두 동원해 하계올림픽 유치에도 힘을 쏟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올림픽은 단순한 국제 스포츠대회가 아니다. 올림픽 개최로 인한 사회·경제·문화 분야 파급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면서 “서울올림픽은 국격을 크게 끌어올렸다. 다시 하계올림픽을 유치해 국가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이사장은 예전부터 영남권인 부산과 대구 울산 창원이 올림픽 유치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론을 펼쳤다.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장을 역임한 조 이사장은 선진화된 국내 스포츠 산업의 시스템을 ‘수출’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스포츠토토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우수한 베팅 시스템으로 중국이나 베트남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스포츠가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고향이나 다름없는 부산에 대한 남다른 애착도 숨기지 않았다. “부산은 해양 스포츠에 특화된 도시다. 우리나라가 해양 스포츠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부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프로그램과 계획을 마련한다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수조 원대의 기금을 운용하는 거대 기관인 만큼 그동안 각종 비리에 연루된 것도 사실이다. “동아대 교수로 정년을 무사히 마쳤고, 국가로부터 많은 은혜를 입었습니다. 여생은 은혜를 갚는다는 생각으로 살 겁니다. 서울로 가면서 부산 앞바다에 ‘사심’을 모두 던졌어요. 재임 기간 아주 사소한 문제도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말에서 유도의 레전드다운 묵직함과 진실성이 묻어났다.

1950년 경남 하동 출생인 조 이사장은 1976 몬트리올올림픽 유도 무제한급에서 동메달을 땄다. 그해 동아대 전임강사로 교직을 시작해 2015년 정년 퇴임했다. 서울올림픽 조직위 유도담당관과 부산시체육회 사무처장에 이어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을 거치며 체육 행정가로서 경험도 쌓았다.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