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 고려 맥락주의 추구
- “건축물 공적 역할 고심”
- 온천천 ‘뷰박스’가 대표적

- “건축주 설득 작업이 관건
- 믿고 맡겨줄 때 가장 감사“

“땅의 상황이나 주변 상황에 맞게 설계합니다. 작품이 맥락을 이끌거나 맥락에 스며들게 하는 거죠.”

최근 ‘제11회 부산건축상’에서 신인건축가상을 수상한 조정훈 건축가가 ‘뷰박스’ 등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의 모형을 보여주며 ‘맥락주의’ 건축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부산 연제구 건축사사무소 ‘아익’ 소장 조정훈(42) 건축가는 최근 ‘제11회 부산건축상’에서 ‘신인건축가상’을 수상(국제신문 지난 5일 자 22면 보도)했다.

2003년 동명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2005년 부산대 건축공학과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조 건축가는 부산지역 건축사사무소에서 일하다 4년 전 독립했다. 그가 설립한 건축사사무소 ‘아익(AIC)’은 ‘Architecture In Context’의 줄임말이다. 도시의 맥락 속에서 건축을 고민하며 처마 아(阿) 자를 썼다. 건물을 앉히면서 그 공간만이 아닌 주변 또한 이익(益·익), 즉 좋은 변화가 일어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건축 이론에서 개개의 건물을 고립된 대상으로 보지 않고 그 건물이 위치한 도시의 문화적 역사적 연속성과 주변 환경의 조화를 시도하는 ‘맥락주의(contextualism)’가 반영됐다.

부산건축상 주최 측인 한국건축가협회 부산건축가회는 조 건축가를 “도심 속에 갇힌 공간과 형태를 개방적인 건축적 제스처로 변화시킴으로써 도심 공간 내 건축물이 공적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의 대표작 동래구 안락동 ‘뷰박스’도 건축의 공적 역할을 고심한 프로젝트다. 다양한 박스를 조합해 하나의 건물로 완성한 ‘뷰박스’는 온천천 주변 천편일률적인 형태의 상가 사이에서 단연 눈길을 사로잡으며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 건축주와 미팅을 했을 때 요구사항은 ‘아래 2개 층은 상가, 상층부에는 원룸을 최대한 조성해달라’였어요. 건축주의 요구대로라면 반듯한 네모 건물이 답이었죠. 하지만 온천천이 이 지역의 고유한 친수공간이라는 점과 이 건물이 카페거리에 들어선다는 환경 조건을 생각하면 건축주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할 수는 없었어요.” 그는 박스를 조합한 이색적인 건물 형태와 함께 1인가구를 위한 원룸보다 온천천 공간을 조망하고 즐기려는 가족을 위한 빌라형 주거지가 더욱 경제적이라고 건축주를 설득했다. 각 박스에는 테라스나 발코니 등 외부공간을 조성해 조망권을 확보하고 외부와의 소통 가능성을 열었다.

독립한 뒤 처음 맡은 양산 ‘평심요양병원’ 프로젝트도 주변과의 조화를 가장 크게 고려했다. “오래된 아파트와 빌라가 있는 동네 가운데 높은 건물을 넣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주변과의 조화를 고려해 외부를 미색으로 칠해 배경처럼 앉혔죠. 내부에는 중정과 넓은 레크리에이션 공간을 만들어 각 병실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만날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조 건축가 뜻대로 되지 않는 프로젝트도 있다. 설계가 마음에 들게 나와도 건축주를 설득하지 못하거나 시공사가 경제적 이유로 설계대로 건축하지 않는 경우다. 프로젝트는 끝까지 가봐야 성공 여부를 알 수 있다. “설계 단계에서 철저히 검증하고, 이후부터 완공까지는 건축가에게 전적으로 맡겨주는 건축주가 가장 고맙습니다. 건축주는 흔히 건물이 ‘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건물도 하나의 ‘문화’로서 사회적 의미가 큽니다.”

그는 “건축을 문화로 작품으로 생각하면 건축주에게도 도움이 된다. 이목을 끄는 건물이 임대도 잘돼 ‘수익’을 더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조 건축가는 건축의 문화적 측면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활동에도 관심이 많다. 선배 건축가들과 함께 직접 만든 의자를 전시한 ‘건축가의 의자전’에 참여했고, 부산건축가회가 주최하는 국제사진전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기회가 되면 대중과 소통하는 다른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