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핑장서 셀러 9팀으로 시작
- 마켓 위해 집까지 팔아 투자
- 모두의 것이라는 책임감 생겨
- 부산 대표 축제 자리매김 목표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늘어나기 전엔 마을에선 5일에 한 번씩 장날이 열렸다. 먹거리부터 생필품까지 등장하는 별천지 같은 시장에 사람들이 모이면 시끌벅적 잔칫날 같아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이러한 감성이 도시에선 최근 마켓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부산에는 ‘마켓움’이 대표적. 부정기적으로 열리는 이 마켓은 장을 열어달라고 팬들이 운영자에게 요청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마켓움에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고 자부하는 손지민 마켓움 대표를 만나봤다.

손지민 마켓움 대표는 “마켓움은 즐거‘움’, 새로운 싹 ‘움’이라는 의미”라며 “사러오는 곳이 아니라 놀러오는 마켓이 우리의 콘셉트다”고 설명했다. 전민철 기자

손 대표는 스스로를 ‘물욕이 많다’고 소개했다. 들어보니 명품부터 보세까지 품목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물건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였다. 학창시절부터 친구들이 물건을 살 때면 그에게 조언을 구할 정도였단다. 수집품을 사기 위해 해외 유명 마켓을 찾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마켓움은 여러 마켓을 찾아다니면서 ‘부산에도 이런 재밌는 마켓을 열어보자’라는 생각에 기획하게 됐다.

“2015년 3월 부산 기장 동백리 캠핑장에서 처음 마켓을 열었을 땐 놀랄 만큼 구성이 없었어요. 전문기획자도 아니고 친구끼리 ‘재밌는 거’ 한번 해보자면서 시작한 거예요. 지금까지 계속하는 게 신기할 정도라니까요.” 당시 손 대표는 직접 트럭을 끌고 와 텐트를 치는 등 손수 마켓을 꾸몄다고 한다. 부스는 친구를 불러모아 9개 겨우 채웠다. “돈 벌 생각이었다면 그렇게 못하죠. 바다 보이는 캠핑장에서 재밌게 놀고 모닥불에 마시멜로도 구워 먹는, 이런 마켓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러오는 곳이 아니라 놀러오는 곳’이라는 콘셉트는 마켓움이라는 이름에서도 묻어난다. ‘움’은 즐거‘움’, 새로운 싹 ‘움’이라는 의미를 담아 지었다. 이때 즐거움은 참가자 모두가 소통을 하고 함께할 때의 즐거움이다. 지난 3년 동안 기획한 16번의 마켓 하나하나가 손 대표의 이러한 운영 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런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마켓은 1주기를 맞으며 기획한 ‘땡큐베리마켓’. 한옥마을인 기장 대룡마을에서 판을 벌였는데, 마당에서 공연을 하고 판매 부스는 담벼락마다 설치해 마을 전체가 ‘잔칫날’처럼 흥이 넘쳤다며 그날을 회상했다.

마켓에 투자하기 위해 집까지 팔았던 손 대표의 애정과 열정이 통했는지, 첫 회 셀러 9개 팀에 방문객 500명으로 시작한 마켓움은 지난해 영화의전당에서 연 13회에는 셀러 130개 팀과 이틀 방문객 7만 명을 기록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이뿐 아니라 참가자 개개인의 성장도 있다. 평범한 주부, 퇴직한 중년이었던 셀러는 어엿한 작가로 성장해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마켓을 열 때마다 ‘이번만 하고 그만둬야지’ 할 정도로 힘든 게 사실이에요. 정말 그만두려고 했던 적도 있어요. 그때 주위에서 ‘마켓을 통해 또 다른 나만의 세상이 펼쳐졌다. 너는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거야’라는 응원을 듣는데 도저히 그만둘 수 없더군요. 마켓에서 저는 현장 방송 디제이를 하는데, 제기차기나 훌라우프 돌리기 게임도 하거든요. 1년 차엔 쭈뼛쭈뼛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참가해주세요. 그럴 땐 이제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이곳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 모두의 것이라는 생각에 그만두질 못하겠어요.”

이렇게 ‘돈 안 되는’ 마켓을 운영하면서 어떻게 생활을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손 대표는 “마켓을 하다 보니 창업 컨설팅이나 브랜딩 의뢰가 들어온다. 최근엔 거제도 농장을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숲속놀이터(‘바테’)로 만드는 작업을 했다”며 “지금은 오는 5월 서울역에서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과 함께 여는 마켓 준비로 서울과 부산을 바쁘게 오가고 있다. 부산에서도 70여 셀러가 함께 지역 상품을 소개할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손 대표의 최종 목표는 뭘까. “마켓움은 앞으로도 계속하면서 관광상품으로도 손색없는 부산의 축제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제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처음에 품목을 가리지 않고 물건에 관심이 많다고 했잖아요. 언젠가 공예나 라이프스타일 숍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