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국토 70%가 산악지대
- 세계서도 화약 수요 많은 편
- 쉼 없는 연구로 안전성 강화
- 품질 개선 신제품 개발로
- 대기업 한화와 어깨 나란히

“화약은 전기·수도와 같은 ‘산업 필수재’입니다.”

부산 본사의 고려노벨화약 최경훈 대표가 앞으로의 회사 경영 구상과 국내 화약 산업 발전을 위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곽재훈 전문기자 kwakjh@kookje.co.kr

부산지역 향토기업인 고려노벨화약을 이끄는 최경훈(53) 대표는 “단적인 예로 국가가 발전하려면 도로·철도 등 사회기반시설이 잘 갖춰져야 하는데 우리처럼 산이 많은 나라에서는 화약 없이는 길을 내지 못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화약시장은 1950년대부터 최 대표의 부친인 최칠관 회장이 고려노벨화약을 1993년 설립하기 전까지 40여 년을 대기업인 한화가 독점했다. 최 대표의 말처럼 화약은 필수재라는 점에서 한 기업이 독점하던 시절에는 ‘돈을 들고 줄 서서 기다려도 받기 힘들 정도’로 귀한 재료였다. 경제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는 시기여서 각종 건설·토목현장 등 대부분의 산업 현장에서 화약 수요가 넘쳐났다.

고려노벨화약은 1993년 세계 화약시장을 선도하던 스웨덴의 노벨사와 기술제휴를 맺고 국내 화약시장 최초로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에멀전 폭약과 비전기식 뇌관을 출시했다. 이때까지만해도 국내 화약시장에서는 외부 충격에 폭발 위험이 있는 다이나마이트와 전기뇌관만 사용됐다. 에멀전 폭약은 전기나 섭씨 3000도 이상의 열 등 특수한 조건이 만들어져야 폭발한다.

최 대표는 “독점시절에는 소비자가 현금으로 화약을 사 가면서 운반도 직접 해야 할 정도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편한 점이 많았다”며 “경쟁 체제가 되면서 비로소 제품의 안전성, 우수성과 서비스 질이 개선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1997년 고려노벨화약 계열회사인 산양공업에 이사로 입사한 최 대표는 1998년 33세에 대표로 취임해 부친인 최 회장과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다. 최 대표는 취임 뒤 안전성이 강화된 산업용 화약제품류의 신제품을 위해 끊임없는 연구 개발과 함께 제품다각화, 품질 개선에 주력했다.

최 대표의 이런 노력 덕분에 고려노벨화약은 2001년 프랑스 티타노벨사와 기술제휴를 맺고 에멀전 폭약인 고성능 ‘슈퍼 에멀전’을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경쟁사는 2004년 같은 제품을 출시했다. 2008년에는 뇌관이 반도체 칩을 삽입해 발파 시 시간오차가 없는 전자뇌관 상용화에 성공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국토 중 70%가 산악지대여서 세계에서 1인당 화약 수요가 매우 큰 편이다”며 “도심에도 앞으로 대심도 터널 등 지하공간을 많이 활용하는 추세고, 기존 고속도로의 직선화 작업도 필요해 어느 나라보다 화약 기술 발전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도 관심이 많다. 고려노벨화약은 1999년 금강산 관광을 위한 장전항 부두 개발 공사를 진행했다. 당시 직원 2명이 1년여 동안 북한에 머물며 에멀전 폭약 200ｔ을 투입해 장전항 인근 석산 폭파 작업을 벌였다.

대기업인 한화와 국내 화약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이 회사는 부산항 신항에서 초대형 선박 입항의 결정적 장애물로 꼽혀온 토도를 제거하기 위한 수중 발파를 수행하는 등 국내 주요 발파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최 대표는 “남북 경협은 물론 고층건물 폭파 해체, 지하 석유비축기지 건설 등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화약의 쓰임은 무궁무진하다”며 “부산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대한민국 화약 산업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남 고성 출신인 최 대표는 부산 동천고, 한국외대, 일본 와세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부산상공회의소 상공의원, 부산체조협회 통합회장, 경남경찰청 경찰발전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