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언스지에 논문 게재
- 경주 여진 때 포항지진 발생
- 진원 부근 지열발전소 확인
- “작은지진 때 급수 멈췄어야”

- “지열발전, 좋은 대체에너지
- 지하상황 따른 매뉴얼 필요”

“지열발전소 물 주입 이후 작은 지진이 발생했을 때 물 주입을 멈췄어야 했습니다.”

	부산대 김광희 교수는 “포항 지진은 지열 발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지열 발전을 운용하는 과정에서의 실수가 야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효 기자

14일 부산대 김광희(48·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달 27일 지열 발전을 위한 물 주입이 포항 지진을 유발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논문을 세계적 과학저널인 사이언스에 게재해 화제를 모았다. 지열 발전을 위한 유체(流體) 주입이 유발하는 지진은 규모 3.0을 넘기 힘들다는 기존의 학설을 뒤집는 논문이었다.

2016년 9월 12일 김 교수 인생에 일대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이다. 김 교수는 “지진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굉장히 큰 사건이었다. 자료를 확보해야지 하는 생각뿐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진이 발생한 날 밤 학생들과 함께 경주로 갔다. 여진 관측을 위해 지진 관측소를 설치하고 그날부터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1년간 경주 여진을 관측하고 있는데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계속 포항 흥해지역에서 미소지진(사람이 느끼지 못할 정도의 작은 규모의 지진)이 관측된 것이다. 김 교수는 “당시 경주 여진 관측이 목적이지 포항은 연구 대상이 아니었다”며 “택지개발로 산을 깎거나 다이너마이트를 폭발시키면 지진 신호와 비슷한데 마침 그 지역에서 진행된 철도와 도로 등 공사의 여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4월 포항 흥해읍에서 규모 3.2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역 주민이 지진이 발생했다고 119에 신고도 여러 차례 했다. 김 교수도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는 “규모 3 정도의 지진은 사람이 잘 느끼지 못하는데 많은 사람이 신고를 했다. 아주 특이한 지진이었다”며 “공사 때문에 발생한 진동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때 주변에서 진행되는 지열 발전이 관심을 끌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10월 목표했던 경주 지진의 여진 관측을 마치고 학교로 복귀한 뒤 11월 10일에 포항으로 가 지진계 8개를 흥해읍에 설치했다. 김 교수는 “이곳에서 그렇게 큰 지진이 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다만 지열 발전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지진계를 설치하고 관측을 시작했을 뿐인데 예상과 달리 관측소 설치 5일 만에 규모 5.4의 포항 지진이 발생했다”고 흥분했다.

“지진 자료를 받아서 분석해 보니 지진 발생 위치가 지열 발전소 위치·생산정과 주입정 깊이와 일치했다.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했지만 의견이 다른 학자와 일반인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증거가 더 필요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이번 논문이다.”

김 교수는 ▷포항지진 진원 부근 미소지진이 유체 주입이 시작된 2016년부터 나타나고 ▷2016, 17년 수행된 유체 주입의 이력과 미소지진 간 시간적 상관관계가 있으며 ▷전진과 본진 발생 위치와 지열 발전을 위한 생산정 및 주입정의 위치·깊이가 일치한다는 점 등을 제시하며 학계를 납득시켰다.

그는 지열 발전 자체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김 교수는 “이 사건으로 지열 발전 자체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은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대체에너지 자원이 지열 발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규모 3 정도의 지진이 나면 물 주입을 중단하고 지하를 원상태로 복구했어야 했는데도 또 물을 집어 넣어 큰 지진이 난 것”이라며 “신호체계처럼 지하 모니터링 상황에 따라 물 주입 진행·주의·중단 등을 결정하는 구체적인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북 정읍 출신의 김 교수는 한양대 지구해양과학과를 나와 미국 맴피스대학교에서 지질학 지구물리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이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을 거쳐 2014년부터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호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