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울 만한 센터 집중 육성
- 환자 중심 센터·클리닉 강화
- 수술전검사센터 마련하고
- 러시아 환자 유치도 힘쓸 것

문영수 인제대 해운대백병원장은 색깔 있는 병원을 만들려고 고민한다. 병원 간 덩치 키우기를 통한 생존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색깔을 고집하는 까닭은 환자 만족을 위해서다.

문영수 인제대 해운대백병원장이 5일 센터·클리닉을 확대해 색깔 있는 병원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그는 5일 병원 특성화와 환자 만족 간 상관관계를 일본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일본 도쿄에서 간경화 환자가 밤에 정맥류 때문에 피를 토하는 일이 생기면 시내에 있는 식도정맥류 출혈만 잡는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면 됩니다. 일본은 병원 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문화와 특성화를 추구하다 보니 불필요한 중복 투자를 피하고 환자 만족도까지 높일 수 있어요. 이와 달리 우리는 병원별로 진료 특성화가 이뤄지지 않아 모든 질환을 다 봐야 해요.”

그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나름의 색깔을 내기 위해 센터·클리닉 중심의 진료 시스템을 강화할 계획이다. “진료 시스템을 의사 중심의 진료과에서 과감히 탈피해 환자 질환 중심의 센터·클리닉을 확대해 환자들이 더 편안하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허리가 아플 때 정형외과, 신경외과 두 군데에 갈 필요 없이 척추센터에 오면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전문의의 협진을 받을 수 있는 식이죠.”

해운대백병원은 2010년 개원 당시부터 센터·클리닉 중심의 진료 시스템을 구축해 전문진료센터와 전문클리닉이 각각 18개와 14개로 다른 대학 병원과 비교해 많은 편이다. 심혈관센터, 척추센터, 장기이식센터 등 협진을 통해 환자 만족도를 높이는 센터도 있지만, 진료과 간 아직 유기적으로 결합해 센터로 운영되지는 못한다는 내부평가도 있다. 그는 “진료과 간 벽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센터는 정리하고 키울 만한 센터는 의료진을 충원하는 등 솎아내기 작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환자가 수술을 받기 전에 해야 하는 모든 검사를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수술전검사센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획단(태스크포스)을 꾸려 센터 설립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엑스레이 검사는 지하, 심전도 검사는 몇 층, 피 검사는 몇 층 등 몇 곳으로 나뉘어 있다 보니 수술을 앞두고 가뜩이나 불안한 심리 상태에서 체감하는 불편이 훨씬 더 큽니다.”

그는 소화기내과 전문의로 담도·췌장 치료내시경 분야를 담당하며 쓸개·담도·췌장클리닉에 당일 진료와 검사 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환자 마음 먼저 헤아리겠다는 의료철학이 깔렸다. “쓸개, 담도, 췌장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될 때 금식 상태로 클리닉에 오면 당일 혈액·복부초음파·기본검사를 받을 수 있어요. 오전에 내원하면 담도 내시경 수술도 가능해 환자들이 편리해 하죠.”

이 병원은 풍부한 관광자원을 갖춘 해운대의 장점을 살려 해외 환자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해운대백병원을 찾은 러시아 환자는 2152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개원 초기부터 ‘나눔의료’ 등을 통해 전략적 마케팅을 펼친 결과다. 이 병원 의료진이 지난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암센터에 가서 한국의 최신 의료기술을 전수했고, 문 병원장도 러시아 사하공화국 수도인 야쿠츠크를 직접 다녀왔다. “이미 러시아 소가스, 로스고스스트라흐 등 대형 보험사와 업무협약을 맺어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상황에서 이번에 사하공화국 의료보험과 추가로 협약을 맺어 러시아 환자 유치에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문 병원장은 부산 동아고를 졸업하고 인제대 의대 1기로 입학했다.2010년 해운대백병원 개원 멤버로 참여했고 2016년 3월부터 병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경영 실적을 인정받아 지난 3월 연임됐다.

오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