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국가대표 부상 많아
- 결승전 진출 자체가 기적
- 세계무대서 자신감 얻어

- 훈련 여건 등 고충 많아
- 비인기종목 격려 필요

비인기 종목 가운데 부산에서 성장해 국제대회 1위에 오른 종목이 많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에서 ‘기적의 드라마’를 쓴 카바디가 대표적이다. 부산컵 여자 핸드볼대회는 클럽팀(부산시설공단)이 주최하는 국내 유일의 국제대회다. 세팍타크로 역시 부산이 메카로 꼽힌다. 부산체육고등학교 남자팀은 전국선수권을 4연패한 강자다. 부산환경공단 여자 실업팀은 2012년부터 전국체육대회 4회 우승과 2회 준우승을 일궜다.

곽성호 부산환경공단 여자 세팍타크로팀 감독은 “비인기종목 세팍타크로에 대한 부산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부산환경공단 곽성호(41) 감독은 자카르타-팔렘방AG 여자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다. 그의 손에서 우리나라의 AG팀 레구(3인 1팀) 종목 역대 첫 메달이 나왔다. 18일 만난 곽 감독은 유니폼에 새겨진 태극마크를 자랑스럽게 내보였다. “국가대표 감독은 누구도 누리기 힘든 특권입니다.” 그가 목에 건 은메달이 금메달만큼 빛났다.

세팍타크로는 말레이시아어로 ‘차다’는 뜻의 ‘세팍’과 ‘공’을 뜻하는 태국어 ‘타크로’의 합성어다. 족구와 비슷한 방식으로 세 번의 터치 안에 볼을 상대 코트에 넘겨야 한다. 족구와 달리 무게 160g의 플라스틱 재질 공을 사용한다. 배구처럼 상대 공격을 막기 위해 몸을 던져 블로킹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세팍타크로는 동남아시아에서 인기다. 우리나라의 실력도 만만찮다. 역대 AG에서 동남아 국가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금메달을 획득한 나라가 바로 한국(2002 부산AG 남자 서클 종목)이다.

여자 세팍타크로는 자카르타AG 결승에서 강호 태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곽 감독은 “부상 선수가 너무 많아 결승전까지 오른 게 기적”이라고 했다. 결승전 도중 주전 유성희(27·경북도청)가 십자인대 파열로 빠지는 악재도 겹쳤다. “팀 레구를 마치고 쿼드(4인 1팀) 경기가 이어졌는데 주전 대부분이 다쳐 전력을 100% 발휘할 수 없었어요. 그래도 자신감은 얻었습니다. 세계 무대에서 우리의 기량이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것도 소득입니다.”

곽 감독이 AG 무대를 경험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2014 인천AG에선 코치를 맡았다. 당시와 비교할 때 부담감과 책임감이 컸다고 한다. 곽 감독은 “훈련 프로그램이나 선수 선발 모두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4년 전 보좌했던 감독님께 ‘이제야 고충을 알겠다’고 먼저 연락 드리기도 했다”며 웃었다.

곽 감독은 충북 영동 학산고에서 세팍타크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국가대표로도 3년 동안 활약하다가 2003년 세종하이텍고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11년부터 부산환경공단 지휘봉을 잡은 그는 이듬해부터 7년간 전국체육대회 4회 우승과 2회 준우승을 일궈 입지를 다졌다. 김동희(27) 선수는 인천AG 때 만난 곽 감독의 지도 방식에 감명받아 부산으로 이적한 경우다. 김동희는 “감독님과 함께 3년 운동하면서 실력도 많이 늘었다. 세 번째 출전한 AG에서 첫 메달을 딴 것도 감독님 덕분”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세팍타크로는 AG 때만 잠깐 주목받는 비인기 종목이다. “국내 실업팀이 7개인데 팀당 엔트리가 5명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선수가 없어요.” 곽 감독은 또 “사실 AG도 4강전과 결승전은 국내에 생중계되길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아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훈련 여건도 열악하다. 부산 기장군 정관면에 위치한 훈련장은 과거 소각장을 개조한 건물이다. 곽 감독은 “쓰레기 냄새도 나고 불편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AG나 세계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신기하다. 우리 선수들에게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