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0일 부산대 등 금정구서
- 청년문화축제 열어 호평
- 영화 등 청년기획자 실험장
- 개성·자율성 존중 초점
- 사회공헌적 디자인사업 고민

“일상에 문화를 얹으면 훨씬 반짝이고 풍요롭죠. 기획자는 어떤 평범한 일상에 시의적절한 문화를 적용하고 발휘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디자인디’가 해온 일도 그러하고요. ‘청년문화’로 통용되는 톡톡 튀는 일상 속 문화 기획이 그래서 소중하다 생각하고, 이번 박람회에선 청년기획자들의 개성 넘치는 재기발랄함이 최대한 그대로 소개되길 원했어요. 틀에 갇히지 않고 말이죠.”

사회적기업 ‘디자인디’ 이준호 대표가 좋은 디자인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이준호(33) 대표가 운영 중인 사회적기업 ‘디자인디’는 지난 8~10일 부산 금정구 대학로 일대에서 개최된 ‘2018 부산국제청년문화박람회’(청년박람회)의 기획을 맡았다. 금정예술공연지원센터가 지원하는 청년박람회는 2014년 첫 회를 열어 올해 5회째를 맞은 청년의 축제다. 부산대, 부산외대, 대동대, 부산가톨릭대 등 대학이 위치한 환경을 활용해 국내 유일 청년문화박람회를 벌였고, 부산대 근처에 자리 잡고 활동하는 청년기획자들이 재능을 펼치는 장으로 역할했다. 20여 개 단체가 참가한 청년박람회는 사흘 동안 성황리에 개최됐다. 7개국에서 온 유학생이 팀을 꾸린 ‘글로벌푸드마켓’이 특히 인기가 높았고, 청년·예술 단체, 대학 동아리, 해외 유학생 팀이 어우러져 도시철도 부산대 역사 내 ‘문화나눔터’에서 진행한 공연은 시민의 큰 관심을 끌었다. 각 단체는 박람회를 자신들의 작업을 미리 실험해 보거나, 시민에게 평가받은 후 발전시킬 장으로 활용했다.

청년독립영화배급단체 씨네소파는 영화 ‘마담 B’ 정식 개봉을 앞두고 상영회를 먼저 열었고, 벽화봉사단을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담쟁이가 그린 세상’은 현장에서 해외벽화봉사단을 모집하기도 했다. 에코백을 제작해 온 ‘소소나공작실’은 에코백 만들기를 체험 프로그램으로 진행해 호응을 얻었고, ‘아트현’이 만든 갤러리용 전시대는 지역 카페에 팔리는 성과를 거뒀다.

“중점적으로 생각한 것은 ‘있는 그대로’였어요. 저희도 디자인기업으로 여러 행사에 참여하다 보면 기획자의 의도에 맞춰야 한다는 부담이 있거든요. 큰 틀과 방향을 따를 필요가 있지만, 개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또 하나는, 프로그램 기획비를 깎지 않으려 했어요. 최대한 단체의 자율성을 보장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동안 주최 측의 요구를 맞추는 것에 익숙한 단체들이 “정말 이래도 돼요?”하고 물어오면 “무조건 맞다”고 그랬어요. 완벽하진 못했겠지만, 같이 함께 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창업 6년을 넘긴 ‘디자인디’는 그동안 수많은 사업을 소화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디자인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해보고자 시작했고 다른 사회적기업을 돕는 디자인 업무를 수행하거나 디자인캠페인, 도시재생, 재능 기부, 사회 인프라 개선 등 다양한 작업에 참여했다. 2012년 부산문화재단의 문화예술기획자 양성과정을 마치고,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을 통해 창업을 하게 된 이 대표는 수익을 바탕으로 한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적 디자인 사업을 고민하고 만들어 갈 예정이다.

“저도 어릴 때 사회의 지원을 받으며 자랐고, 꼭 그 빚을 갚겠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디자인으로 기여하고 싶어요. 사회도 문화기획자를 잘 배치해 활용하면 문화로 인해 풍요로운 사회가 될 거라 믿습니다.” 이 대표는 부산대 한국화과를 졸업하고, 2012년 사회적기업 ‘디자인디’를 창업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