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서 태어나 벨기에로 입양
- 세계적 기타리스트로 성장
- “친어머니 못 찾았지만 괜찮아
- 아이 곧 태어나… 난 행복해요”
- 12일 인순이와 함께 음악회

부산문화회관은 오는 12일 따뜻하고 감동적인 무대로 새해를 연다. 명실상부한 ‘국민 디바’ 인순이와 클래식 기타리스트 드니 성호의 합동 무대가 그것이다. 클래식 음악 공연으로 신년 무대를 장식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따스한 노래 ‘아버지’ ‘거위의 꿈’과 기타 선율이 관객을 찾아갈 예정이다. 기획의 배경엔 드니 성호의 뭉클한 사연이 있다. 1975년 태어난 지 사흘 만에 부산시청 근처에서 발견돼 벨기에로 입양된 그가 고향에서 노래하고 친부모를 찾는 데 응원을 보태기 위해서다. 부산 해변을 사랑하고 ‘부산 사람’을 자처하는 드니 성호(44)를 공연을 앞두고 만났다.

부산에서 태어나 벨기에로 입양된 클래식 기타리스트 드니 성호가 부산문화회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친어머니를 만나면 위로를 건네고 싶다”고 말했다.

“친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좀 아파요. 나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심정이 어땠을까 싶어요. 혹시 나를 만나러 나오는 것이 부끄럽거나 미안하다면, 그런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정말 행복하게 잘 자랐거든요. 지금은 결혼도 했고, 아내는 임신을 해서 곧 새로운 가족도 생겨요. 친어머니를 만나면 ‘난 정말 행복하다, 고맙다, 괜찮다’고 위로하고 싶어요.”

‘이름은 신성호’라는 쪽지와 함께 발견된 그는 벨기에로 보내져 클래식 기타리스트로 성장했다. 모국과 다시 인연을 맺은 것은 10여 년 전. 2005년 유럽 라이징 스타로 선정돼 뉴욕 카네기홀에서 연주할 기회를 얻었고, 이름을 알리며 한국 재외동포재단의 연주 초청을 받았다. 자신의 뿌리에 대해 궁금했던 마음은 한국 땅을 밟으며 부쩍 커졌다. 이후 한국과 벨기에를 오가며 적극적으로 친부모 찾기에 나섰으나 끝내 만나지 못했다. 대신 아내를 만나 한국에 정착했다. 오랫동안 부모를 찾지 못한 아쉬움이 크지만, 이제는 모든 상황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는 그는 국내에서 더욱더 활발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인순이의 ‘거위의 꿈’을 듣고 크게 감동해 직접 그녀를 찾아가 음악적 동료로 지내온 인연에서 시작됐다. 드니 성호는 “인순이를 정말 존경하고 좋아한다. 힘이 있고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같은 무대를 만들게 돼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드니 성호는 바이올린·비올라·첼로·피아노 연주자, 사운드디자이너와 연주팀 ‘COAST 82’도 결성했다. 부산 해변을 뜻하는 ‘COAST’와 한국 국가 전화번호인 ‘82’를 합쳤다.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되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결합된 새로운 장르를 실험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일렉트로닉은 최근 유럽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전자음악이 소리만 크다는 생각은 틀렸다. 예쁘고 높은 퀄리티의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 클래식도 다양한 방식으로 스펙트럼이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순이와 펼치는 이번 공연에도 함께한다”고 소개했다.

공연에서는 인순이의 히트곡을 비롯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속 노래와 동요 ‘섬집 아기’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며 연주 영역을 넓힐 생각이다.

신년음악회가 끝나고도 드니 성호의 무대는 이어질 예정이다. 다음 달엔 벨기에에서, 오는 3월엔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신년음악회보다는 자신의 클래식 레퍼토리에 더 집중하는 무대이다. “새해에는 아빠가 돼 어깨도 무겁지만 그만큼 너무 행복합니다. 너무 슬픈 음악보다는 드라마틱하고 행복한 음악을 많이 연주하는 해가 될 것 같아요. 가슴에 가득한 따뜻함과 사랑을 나눠주고 싶은 공연을 만들고 싶습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