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인구 1.9% 다문화 민족
- 市·교류재단 설립해 4월 위촉
- 외국인 주민 정책 발굴·제안

- 동아대 석사 후 IT회사 취업
- 한국 기업문화 낯설고 어려워

부산에서 더는 외국인이 신기한 존재가 아니다. 부산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이 지역 총인구의 1.9%에 달한다. 외국인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것도 행정기관의 역할이 됐다.

부산외국인주민대표자회의 위원으로 뽑힌 베트남인 응웬탄딴 씨가 앞으로 외국인 주민 대표로서 하고 싶은 일을 설명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이에 부산시와 부산국제교류재단은 ‘부산외국인주민대표자회의’를 구성하고 지난 4월 위촉식을 개최했다. 우리나라에서 1년 이상, 부산에서 90일 이상 거주한 만 18세 이상 외국인 주민을 대상으로 부산외국인주민대표자 위원을 공개모집해 9개 국적 20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앞으로 2년 동안 2개 분과위원회(인권·문화, 생활·역량강화)에서 부산 외국인 주민을 위한 정책 발굴과 제안, 외국인 주민 생활 모니터링 활동을 한다. 부산시는 그 결과를 전달받아 시정 반영 여부를 검토한다.

베트남 다낭 출신 응웬탄딴(28) 씨도 부산외국인주민대표자 위원으로 선발됐다. 응웬 씨는 다낭경제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한국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2016년 동아대 국제무역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대학원 입학 전 1년 반 동안 인천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기도 했다. 2018년 석사 졸업 후 지금은 영도의 한 IT회사에서 베트남 영업 업무를 맡고 있다. 응웬 씨는 “서울이나 수도권의 대학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부산은 다낭처럼 산과 바다가 있어 고향 같아 좋았다”고 했다.

3년 반 동안 산 부산에 대한 인상이 어떨까. 응웬 씨는 “처음에 거친 부산 사투리를 듣고 싸우는 건가 오해하기도 했다”라며 “부산은 서울보다 복잡하지 않고 편하다. 친절하고 외국인을 많이 도와준다. 다낭에 비해 대중교통이 무척 편리하다”고 말했다.

응웬 씨가 외국인주민대표자 위원에 지원한 이유가 있다. 그는 “외국인이 유학 후 한국 회사에 취직해 잘 적응하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을 건의하고 싶다”고 했다. 응웬 씨는 유학 시절부터 부산국제교류재단이 개최하는 다양한 행사와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적극적으로 부산에 적응했다. 부산국제교류재단의 도움으로 이력서 작성하는 법, 면접 보는 법 등에 대한 교육도 받았다. 앞으로 한국 회사 문화를 알려주는 수업도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응웬 씨는 “유학을 끝내고 부산에서 취직하기가 어렵다. 외국인을 위한 일자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렵게 취직해서도 한국의 회사 문화가 낯설어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들이 있다”고 전했다. 회사마다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응웬 씨의 경우 베트남에서 잠깐 일했던 여행사에 비해 현 직장은 훨씬 능동적으로 일해야 한다. 윗사람이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가 현재 회사에 입사한 뒤 자신의 업무는 스스로 진행해야 한다는 걸 알고 적잖이 당황했다.

그는 부산 시민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건의하고 싶다고 했다. “부산에는 다양한 국적과 문화를 가진 외국인이 살고 있어요. 각국의 문화를 음식이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부산 시민에게 소개하는 행사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응웬 씨는 ‘장거리 연애’를 하던 베트남인 여자친구와 결혼해 현재 부산에서 함께 살고 있다. 아이가 생긴다면 한국에서 키우고 싶지만 걱정이 있다고 했다. 그는 “외국인 자녀는 한국 정부가 보육 지원을 많이 해주지 않아 교육비가 많이 든다. 외국인 자녀 대상 보육 지원정책이 확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