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영 바다 계절마다 다른 색감
- 그 꾸밈없는 자연 담고 싶어
- 퇴직 뒤 50대에 그림공부 시작
- 붓 든지 2년 만에 미술전 입상
- 첫 개인전 위한 준비 작업도
축구선수에서 수협 경매사로 변신했다가 이제는 화가로 제3의 인생을 살며 경남 통영의 바다를 그리는 성삼만(65) 씨. 예향인 경남 통영에서 내로라하는 화가들로 구성된 통영화우회에 몸담고 있는 성 씨는 늦깎이 화가로 이름을 올렸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과 실력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첫 개인전을 준비하려고 작업에 몰두하는 성 씨를 그의 화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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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개인전을 준비 중인 성삼만 씨는 자신의 화실에서 “어린 아이의 눈으로 자연 그대로 보이는 통영바다의 색깔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
통영 서호동 자택의 아담한 다락방에 꾸민 화실은 온통 그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림은 하나같이 통영의 바다 전경을 사실 그대로 담고 있다. 귀항하는 어선, 굴 까는 아낙네, 섬 마을 풍경, 멸치 그물 터는 어부까지. “잘 그리는 것보다 자연 그대로 보이는 통영 바다의 색깔을 표현하고 싶어요. 바다를 바라보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말입니다.” 그는 “고향 통영 바다가 좋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계절마다 시시때때로 바뀌는 바다의 물색이 특히 좋아, 이를 화폭에 담고 싶어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
2011년 통영 굴수협에서 퇴직하고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게 허무했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좋아하는 바다를 그려보자’는 생각이 들더니, 들불처럼 번졌다. 주저 없이 당시 통영화우회 회장을 맡고 있는 황진(지난해 별세) 화백을 찾아갔다. 그를 스승으로 모시고 ‘바다의 땅 통영’을 사실 그대로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그림 그리기에 몰두했다. 스스로도 ‘나에게 그림 그리는 DNA가 있었나’ 할 정도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그림을 그린 지 2년 만인 2013년 ‘제20회 한국미술국제공모대전’ 입선을 시작으로 이듬해 ‘제32회 대한민국 신미술대전’ 특선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수많은 공모전에 이름을 올렸다.
자존심 강한 통영 출신 문학인들이 발간하는 ‘물목’의 최신호 표지에 그의 작품이 실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명 화가들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바다 물결을 섬세히 표현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축구선수로 활약했다. 통영중학교 축구부 주장을 지냈고 축구 명문인 진주고로 진학했다. 고3 때 지방 학교 최초로 전국대회 3관왕의 성적을 올리기도 했다. 현대자동차에서 선수생활을 했지만 허리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다. 결단 끝에 통영수협 경매사 보조로 근무했다. 당시에는 전자계산기가 나오지 않아 주산을 할 줄 모르면 업무를 처리할 수가 없었다. 공만 찼던 그는 이를 악물었다. 석 달 동안 밤새도록 주산을 공부했다. 이때 좌우명을 정했다. ‘자승자강(自勝自强, 자기 자신을 이기는 자가 가장 강한 자이다)’.
업무 능력을 인정받을 즈음 굴수협의 경매사에 합격했다. 수산물경매사 자격시험에 합격해 정부가 인정한 경매사 1호 자격증도 보유했다. 또 다른 도전도 했다. 수협중앙회가 실시하는 사무관리직에 대한 전직시험에 대다수가 떨어진다고 예상했지만 당당히 합격했다. 그리고는 판매과장을 거쳐 본소 신용상무를 끝으로 32년간의 수협 생활을 마쳤다.
퇴직 후 인근 수협에서 생굴 경매와 위판장 관리 책임을 맡아달라는 제의가 들어왔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 준 굴수협에 대한 의리를 선택한 것이다. 그런 그를 굴수협에서는 비상임감사라는 직책으로 다시 불러줬다. 이제는 그림 그리기에 푹 빠져 있는 성 씨는 “그림에 대한 배움이 적어 아직 화가로서 딱히 내세울 것이 없다”고 겸손해했다.
글·사진=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