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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이 촉석루 관해 쓴 시문 1050편 한데 모았죠”

‘역주해 역대 촉석루 시문 대집성’ 펴낸 하강진 동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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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년 전 누각 현판 시문 보고
- 정리 필요성 느껴 출간 결심
- 고려 말에서 근대까지 작품
- 저자 719명 ‘누정문학’ 담아
- 논개·삼장사 다룬 책도 계획

촉석루와 진주가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 과거에서 현대로 날아든 느낌을 주는 책이다. 국문학자인 동서대 하강진(영상문학전공) 교수가 ‘역주해 역대 촉석루 시문 대집성’(경진출판)을 펴냈다. 900쪽이 넘는 이 책은 우리 고전문학 가운데 ‘누정(樓亭, 누각과 정자) 문학’ 연구의 중요한 성과물로 꼽힐 요소를 두루 지녔다. 지역 문학 자산을 오늘의 지역문화 콘텐츠로 활용할 길도 열었다.

   
동서대 하강진 교수가 최근 펴낸 저서 ‘역주해 역대 촉석루 시문 대집성’의 내용과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경남 진주시 촉석루는 한국을 대표하는 명승지이지요. 영남루 부벽루 등과 더불어 조선 시대 최고 누각으로 꼽힙니다. 촉석루는 지리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고 임진왜란 때 1, 2차 진주성전투가 벌어진 현장입니다. 한국인의 마음속에 각인된 장소이죠.” 하 교수는 “‘역주해 역대 촉석루 시문 대집성’은 촉석루를 소재로 우리 선조 719명이 지은 시문 1050편을 찾아내 집성하고, 번역·주해했으며 지은이에 관한 정보도 정리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책에 실린 719명의 시문 1050편 가운데 ‘촉석루’와 부속 누각을 직접 제목 등에 담은 제영시(題詠詩)는 710명이 1028수, 여행기 등 산문은 19명이 22편을 남겼고 시와 산문을 동시에 남긴 이는 10명이다. 하 교수는 “시문의 집성 범위는 경기체가 ‘관동별곡’ ‘죽계별곡’을 지은 고려 후기 문인 안축(1282~1348)의 촉석루 시부터 1910년대 출생한 인물들의 작품까지로 했다”고 설명했다. 수록 작품들이 걸치는 세월을 따지면 고려 말부터 20세기까지 600년을 훌쩍 넘겨 700년을 바라본다.

“촉석루 시를 지은 710명의 출생 지역 분포를 살펴봤더니 경남이 49.3%(350명), 경북이 20.1%(143명)로 영남 출신 비중이 매우 높았고 전남(7.8%)-서울(6.5%) 순이었습니다.” 이런 설명을 통해 하 교수가 얼마나 끈덕지고 치밀하게 이 책을 써 내려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뿐 아니다. 이 책은 우리 누정문학 특유의 면모와 정수를 접할 수 있게 해주면서 동시에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주목받지 못했던 영남 문인의 작품도 새롭게 조명한다.

“2002년께였습니다. 입시홍보 업무를 위해 진주에 갔다가 촉석루에 올랐죠. 새삼스럽게 강렬한 인상을 받아 누각 안의 현판 시문을 옮겨 적는데, 우리 누정문학이 여전히 제대로 정리되지 못했으며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하 교수는 “그 자리에서 촉석루에 주목하게 됐다. 지역 문학 자산의 산출 공간으로서 ‘장소성’이 선명한 곳이었으므로 이 일은 반드시 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회고했다.

그 뒤로 난제를 숱하게 만났다. “우선 해당 시문을 확보해야 했는데 쉽지 않았죠. 인터넷상 자료 구축은 활성화되기 전이었습니다. 군지(郡誌)나 문집부터 확인해야 했는데, 한계가 있었고 그나마 확보한 작품도 200편 남짓했어요.” ‘한국문집총간’ ‘한국역대문집총서’ ‘경상대 문천각 남명학고문헌시스템’ 등 온라인 자료가 점점 좋아지면서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인터넷 자료도 한계가 있었다. 제목만 검색되고 본문은 안 나오는 경우 원문을 찾아 부산대 도서관 등을 수없이 들락거리며 복사했다. 시 한 수를 복사하러 순천대까지 가기도 했다. 한시 원문을 번역하고 주해를 달고 지은이 정보를 조사해 ‘작은 인명사전’ 수준으로 정리한 일도 만만치 않았다. 다른 업무와 연구도 해가면서 이 책을 내기까지 약 17년이 걸렸다.

하 교수는 “이번 책에서는 촉석루와 연관이 깊은 논개와 삼장사(임진왜란 때 진주성을 지키다 전사한 황진 김천일 최경회)를 못 다뤘다. 이분들에 관한 시와 문장을 모은 책을 내년에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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