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혁·박차정·안희제 등
- 지역서 활동 의인들의 삶
- 기존 독립운동 책과 차별화
- 가독성 높이는 데 중점 둬
- 추후 단행본도 발행 예정

“국가보훈처 등록 기준으로 현재 전국의 독립유공자는 약 1만5600명입니다. 우리는 그중 몇 명이나 알고 있나요? 특히 부산에서 자라는 미래 세대에게, 우리 지역의 대표적 독립운동가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물어본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 궁금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에 따라 부산 독립운동가 시리즈를 책으로 선보이게 됐습니다.”

	호밀밭 출판사 장현정 대표가 최근 부산 출신 독립운동가 5인을 조명한 ‘인물로 만나는 부산 정신’ 시리즈를 출간한 이유와 책 내용을 소개했다. 김종진 기자

장현정(44) 대표가 이끄는 호밀밭 출판사는 광복절을 앞둔 지난 13일 부산 출신 독립운동가 5인을 조명한 ‘인물로 만나는 부산 정신’ 시리즈를 출간했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가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책 출간을 기획했고, 호밀밭 출판사가 제작에 참여했다. 장 대표는 “여성 독립운동가를 조명하는 책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기념사업회 측의 제안으로 지역 독립운동가 시리즈 출간에 나섰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장 대표는 안덕자 박미경 양경화 김정애 현정란 작가 등 작가진과 상의해 독립운동가 5인을 선정했다. 박재혁 박차정 안희제 이종률 최천택 선생이 그 주인공이다. 청소년 교육 자료로 활용하려고 동화 형식을 취했다. 장 대표는 기존의 독립운동 관련 서적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가독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그는 “책 내용이 지나치게 무겁고 비장하지 않았으면 했다. ‘독립운동은 특별한 사람만 했다’는 인식보다는 ‘보통 사람이 한 독립운동’으로 다가가길 바랐다. 그래서 표지도 밝은 색으로 환하게 디자인 했다”고 말했다.

인물의 생애를 담은 연대기는 ‘보통 사람이 펼친 독립운동’을 더욱 극적으로 느끼게 했다. 박차정 의사는 사료와 유족 증언 등에 따르면 소설과 시 쓰기를 좋아했던 ‘문학소녀’였다. 하지만 1925년 일신여학교에 입학해 항일여성운동단체인 근우회와 신간회 등에서 활동했다. 1930년에는 중국으로 건너가 의열단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장 대표는 “당시 여성 독립운동가 중에 총칼로 무장한 투사는 드물었다. 감수성 예민한 소녀가 투사가 되기까지, 역사의 거대한 비극에 굴하지 않고 맞선 강한 인간의 힘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률 선생은 민족 사상 전파에 앞장선 인물이다. 장 대표는 선생과 관련된 일화로 부산대학교 입학 면접 장면을 꼽았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다가 해방 후 부산대에서 교편을 잡았던 선생은 정치학과 입학 면접 때 경남 의령에서 온 학생이 있으면 꼭 백산 안희제 선생을 알고 있는지 물어봤다고 한다. 만약 모르면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불합격시킬 정도였다. 자기 고장 출신의 항일투사도 모른다면 정치학을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봐야 실천으로 이어질 리 없다는 게 선생의 생각이었다. 장 대표는 “이종률 선생은 1989년에 타계하셔서 비교적 최근까지 생존한 독립운동가다. 그래서 더욱 역사의 한복판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았다. 선생에 대해 책으로 묶여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천택 선생에 대해서도 “선생의 독립운동 연표를 보면 1년에 2, 3차례씩 구금되거나 구속되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모진 고문과 회유를 받았지만 한 번도 동지를 팔거나 자백한 적이 없는 의지를 보여줬다. 인간이 그런 결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독립운동가는 여전히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장 대표는 “박재혁 의사의 경우 3·1운동 이후 세상이 바뀌지 않자 비관적인 분위기가 퍼졌고 바로 그때 1920년 부산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해 이후 독립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전국적으로 재조명돼야 할 분”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출간기념회에서 독립운동가 유족이 ‘의미 있는 책이 나와서 기쁘다,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셨다”며 “부산의 독립운동가 중 인상적인 인물이 있으면 단행본을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지역의 역사적 인물을 기록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