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서 온 한국계 영화감독
- 가수 헬렌 루디 인생 그려내
- 복고 의상·음악 즐길 수 있어
- “아버지와 레드카펫 서 기뻐
- GV 관객 따뜻한 마음 느껴
- 내년 한국 개봉 … 공감하길”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섹션 중 ‘월드 시네마’는 세계적인 감독의 신작과 유수 국제영화제 수상작을 포함해 한 해 비아시아권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을 소개하는 부문이다. 올해 초청작 68편 중에서 호주에서 온 한국계 문은주 감독의 신작 ‘아이 엠 우먼(I Am Woman)’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영화는 호주 출신 가수 헬렌 루디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미국에서 가수 활동을 시작해 ‘I Am Woman’이란 곡으로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던 헬렌은 이후 여성 인권 운동에 큰 영감을 준 인물이기도 하다. 문 감독의 첫 장편 영화는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프레젠테이션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BIFF를 찾은 문 감독을 만나 작품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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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이 엠 우먼’의 문은주 감독이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
문 감독은 “부산에서 1년간 유치원을 다녔고 이후 가족 전체가 호주로 이주했다. BIFF는 처음 왔는데 개막식 때 아버지와 레드카펫에 서게 돼 정말 기뻤다”며 소감을 밝혔다.
호주에 기반을 두고 활동 중인 문 감독은 원로 음악가 토니 베넷의 정신세계와 창작과정을 다룬 영화 ‘토니 베넷의 참선’(2013)으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다. 그는 로스쿨에 입학했지만, 영화감독에 대한 꿈을 놓지 않고 영화 공부를 계속했다. 호주의 한 방송사에서 일하며 프로듀싱이 천직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아이 엠 우먼’은 그가 두 번째로 연출한 음악 영화다. 그는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좋게 생각한다. 헬렌 루디는 한국에선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호주, 영국, 미국 등에서 매우 유명한 가수다. 그녀의 인생 자체가 나에게 큰 영감을 줬고, 그녀의 노래가 왜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지 표현하고 싶었다. 또 같은 여성으로서 그녀의 이야기를 극장에서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가 주목받는 비결에 대해 묻자 “스토리도 좋지만 즐길 거리가 있다. 영화가 말하는 주제가 지금의 시대상과 연관되어 있다. 1970년대에도 여성들이 페미니즘, 평등을 위해 투쟁했으며 지금도 그런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의미 외에도 영화 배경이 되는 1970년대의 복고적인 분위기를 음악과 의상 등으로 재밌게 즐길 수 있다. 단순히 여성 운동만을 보여주지 않고 러브스토리도 담겨 있다. 10대부터 80대 여성까지 공감할 수 있어 세대를 초월하는 힘이 있는 영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촘촘한 연출력의 비결로 철저한 준비를 꼽았다. “모든 디테일에 신경을 썼어요. 등장인물이 실제 생존한 사람이기 때문에 연기와 캐릭터 만드는 과정이 중요했어요. 조명, 사운드, 편집까지도 하나하나 신경 쓰죠. 메시지의 진정성을 어떻게 영상으로 보여줄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요.” 문 감독의 남편은 ‘게이샤의 추억’으로 2006년 아카데미상(촬영상)을 받은 디온 비브 촬영감독이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했다. “이번 영화도 남편과 함께 작업해서 좋았고, 같이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어요. 낮에는 촬영하고, 밤에는 머리를 맞대고 필름을 보면서 끊임없이 연구했어요.”
그는 한국 관객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했다. “지난 4일 첫 상영 이후 관객과의 대화(GV)를 했는데 정말 좋았어요. 한국 관객이 따뜻하고 이야기를 잘 받아들여 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관객이 개인적으로 다가와서 격려해줬어요. 내년에 한국 개봉이 예정돼 있는데 많은 분이 보고 공감하길 바라요.”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