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출신으로 영화계서 주목
- 모니터단 운영 등 체험 확대
- 시민 흥미도 상승 긍정효과
- OTT·유튜브로 영상물 급증
- 자율등급제 등 대안마련 고심
“등급분류는 영상물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확보하고 청소년을 유해한 매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이뤄집니다.” 영화와 비디오 같은 영상물을 비롯해 그와 관련한 예고편, 포스터 등 선전물의 관람 등급분류를 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서 설명하는 등급분류의 첫 번째 목적이다. 영등위는 주제와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약물, 모방위험 등 7가지 요소를 가지고 등급분류를 하는데, 어떤 기준과 시각으로 판단하는가에 따라서 영화계와 시민사회단체, 관객들로부터 질타나 원성을 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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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해운대구 영등위에서 임기의 반환점을 돈 이미연 위원장이 장기적 안목으로 그린 영등위의 밑그림을 제시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
최근 해운대구 영등위 위원장실에서 만난 이미연 위원장은 “밖에서 볼 때는 추상적으로 보이던 영등위 업무가 이제 구체적으로 보인다. 영등위에 대한 외부의 시선이 왜 네거티브 했는지도 알겠다”며 운을 뗐다.
지난해 2월 제7대 영등위원장에 취임한 후 3년 임기의 반환점을 돈 이 위원장은 ‘버스, 정류장’ ‘세 번째 시선’을 연출한 감독 출신이라는 점에서 영화계의 큰 기대를 받고 취임했다. 그간 영화계 외부 인사가 영등위원장을 맡았기에 이 위원장 취임은 등급분류 기준이 이전보다 관대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실제 지난해 5월 개봉한 ‘독전’은 마약 흡입, 살인, 신체 노출 등이 있었음에도 15세 관람가를 받아 앞으로 이전보다 훨씬 완화된 기준으로 등급분류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와 함께 청소년 관람불가가 아닌 것은 심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들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영화는 전문위원과 소위원회에서 등급분류를 하는데, 제가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당시 ‘독전’의 등급은 제가 취임한 후 새로 위촉된 위원들이 손발을 맞추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나 현재 상영 중인 ‘조커’도 15세 관람가인데 이에 대한 민원도 있다. ‘기생충’은 칸 황금종려상을 받아서냐고 하는데, 수상 이전에 등급이 나왔고, ‘조커’는 특정 장면보다는 전체적인 맥락과 주제를 중요시해서 15세 관람가를 준 것 같다. 아무래도 15세 관람가와 청소년 관람불가, 둘 사이의 경계에 놓인 영화들은 구분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등급분류의 어려움도 밝혔다.
영등위는 시민 모니터단, 청소년 영상물 바로 보기 프로그램, 등급분류체험, 각종 시민참여행사를 마련해 등급분류 목적과 기준을 시민에게 소개하고 동시에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 이 위원장은 “부산 시민들께 개봉 전 영화를 보여드리고 토론을 거쳐 실제 등급 분류를 하시라고 했더니 무척 흥미로워했다”며 “시민과의 소통을 더욱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는 애플TV+와 디즈니+와 같은 OTT 콘텐츠, 유튜브 등과 같은 온라인 영상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영등위는 이에 대비도 해야 한다.
이 위원장은 “더 많은 양의 OTT 콘텐츠가 들어온다면 단순히 심의위원 수를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자율등급제도 하나의 안이 될 수 있겠지만 제 임기와 상관없이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올해 국제등급분류기구 회의에 갔더니 다른 나라에서도 유튜브처럼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콘텐츠의 양은 파악되지 않고, 법으로 제재하기도 힘들다고 하더라. 이들에 대한 시민 교육 프로그램도 많아져야 할 것”이라고 산적해 있는 영등위의 업무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플랫폼 콘텐츠에 대비한 영등위의 밑그림과 등급분류에 관한 자료를 빅데이터로 남기는 작업, 영등위 제도 개선 등이 앞으로의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