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정치연구소 30주년 맞아
- 후보자·보좌진 교육 등 역할
- 여성정당 창당엔 반대 입장
“우리 정치에서 품격과 관용이 사라져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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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봉숙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이 3일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여성정치 이슈와 동티모르 발전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
한국 여성정치 및 시민운동계의 ‘대모’ 손봉숙(76)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은 3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손 이사장은 연말연초 패스트트랙 정국과 SNS상의 극한 진영대립 등을 거론하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여성 정치’ 라는 말조차 희귀했던 척박한 80~90년대 현실에서 한국여성정치연구소를 시작한 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손 이사장은 “1990년에 여성정치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하니까 왜 하필 ‘여성 정치’냐, 그냥 ‘여성연구소’면 후원하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연구소 소장을 맡은 10년간 여성과 정치를 ‘앤드’로 연결하는 데 성과를 냈다. 그 이후 여성정치란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자연스레 통용되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여성정책연구소가 지난 30년간 많은 연구 성과물을 냈고, 여성 후보자 교육, 유권자 교육, 여성 보좌진 교육 등에서 많은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며 30년을 맞는 올해 3월 기념식을 갖고 연구소의 방향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경북 영주 출신인 손 이사장은 이화여대(정치외교학 박사)와 하와이대, 프린스턴 등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뒤 여성과 정치 분야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했다.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1997년 중앙선관위 위원에 임명돼 6년간 활동했고,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 1번으로 17대 국회의원도 지냈다.
특히 1999년에는 유엔이 임명한 선관위원으로 동티모르의 독립투표를 감독했고, 2001년에는 동티모르 제헌 국회의원 선거 유엔 선관위원장(2001년)을 맡으며 동티모르 독립의 ‘산파’ 역할도 했다. 지난해 8월에는 동티모르 정부가 개최하는 ‘독립투표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손 이사장은 “17년 만에 동티모르를 방문하면서 제일 궁금했던 것이 절박한 마음으로 독립운동했던 정치인들이 과연 지금까지 부패하지 않고, 초심을 갖고 국민들을 섬기고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면서 “그 부분을 확인하고 와서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산 속에서 게릴라 독립투쟁을 하며 독립이 되기 전까지는 결혼도 하지 않겠다던 루왁 총리를 다시 만났는데 (총리 재임시절에 앞서) 대통령 재임 5년 동안 동티모르 전체 마을 400여 곳을 한곳도 안 빼고 다 돌았다고 한다.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은 그대로인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호주와 티모르 사이 유전 개발을 통한 수입으로 정부 예산을 쓰고남는데다 국민들 세금 한 푼 안 받는 나라라고 하는데 이 나라는 정치인이 부패하지만 않는다면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손 이사장은 “최근 국회와 지방의회에 많은 여성의원들이 배출되고 당 대표, 원내대표까지 나오는 등 여성 정치인들이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그들이 과연 ‘다른 정치’를 보여주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면서 “당리당략에 매몰돼 머리깎고 드러눕는 구태만 보인다면 나는 굳이 여성 정치 없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손 이사장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고 뒤늦게 그림에 입문, 최근까지 5번의 개인전을 여는 등 활발한 작품생활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한동안 부산 감천마을에 푹 빠져서 몇 년동안 감천마을만 그렸다”면서 “나이가 들면서 사물을 보는 눈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