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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영의 '사람&세상' <1> 자치분권 전문가 대담

논설위원이 여는 페이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2-05 19:20:57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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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한식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 상임대표

- 분권 목적은 진정한 자치…풀뿌리 시민 힘 결집해야

◇ 최우용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 공무원 전문성 제고 중요…분권 개헌 다시 추진하자


# 文 정부 자치분권 정책 평가

- 황 “개헌 좌절 후 탄력 받지 못해”
- 최 “발안 자체는 분권사에 큰 획”

# 지방분권 지지부진한 요인은

- 최 “중앙권력층 기득권 논리 탓”
- 황 “자치단체장 의지·역량 낮아”

# 총선 공약화 중점 둬야 할 점

- 최 “헌법에 지방 분권 선언해야”
- 황 “자치입법권 등 시민 의제로”


자치분권 전문가 두 분을 만났다. 이 분야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고 있는 황한식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 상임대표(부산대 명예교수), 최우용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부산시지방분권협의회 부위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 대담은 우리나라 자치분권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올해 4월 총선 국면에서의 분권 공약화 등 향후 과제에 대한 견해와 방안을 나누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황한식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 상임대표(왼쪽), 최우용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민선 자치단체장 시대가 열린지 올해로 25주년이다. 우리의 풀뿌리 민주주의 수준은.

▷최=낙제점은 아니고 중간 정도의 C플러스 학점이지 싶다. 자치의 요소인 주민역량 면에서는 성숙돼 있는 거 같다. 예컨대 부산의 BRT(중앙버스차로제)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했는데, 시민적 역량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반면 제도적인 면에서는 미진하다. 중앙집권의 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서다.

▷황=양적으론 상당히 발전했으나, 질적으로는 아쉬운 점이 많다. 결정적 요소인 지방분권이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년 전(한국지역사회학회 회장 때) 지방분권을 전국 최초로 이슈화했던 시절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추진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황=처음에는 아주 잘 나갈 것처럼 보였다. 출범 후 4대 국정기조에 포함시키고 종합계획과 로드맵도 만들어 내놨으니 말이다. 그런데 (2년 전 지방선거 시기에) 지방분권 개헌이 일단 좌절된 후로는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문 정부 들어 지방소비세율을 10%포인트 올린 것, 그리고 (올해 국회에서 통과된) 지방일괄이양법 외에는 현재까지 뚜렷하게 이뤄진 게 없지 않은가.

▷최=그렇지만 문재인 정부가 개헌안을 발안한 것은 우리 분권사에서 큰 획을 긋는 계기였다. 좀 미진하지만, 그래도 지방분권 국가를 지향하는 것이 개헌안 조문에 들어갔다는 것은 향후 분권운동에 있어 중요한 좌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개헌안이 지방분권보다 중앙권력구조나 기본권 확대 등의 다른 문제로 인해 논의가 이질적으로 흘러간 것은 무척 아쉽다.

-그렇다면, 자치분권 추진이 지지부진한 요인은 무엇인가.

▷최=분권에 대한 시각이 중앙으로 가면 아주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중앙집권층은 ‘나의 것’을 지방에 빼앗긴다는 생각이다. 지방과 중앙의 괴리가 정말 크다. 이를 메워야 한다. 현 정권도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표방했지만, 그걸 시행하고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결국 두꺼운 중앙관료층의 벽을 뚫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황=기득권층인 국회의원이나 정치권, 그리고 정부가 강력하게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해법은 시민 속에 있다. 위정자들이 지방분권을 하도록 만들려면 시민의 힘, 지역의 힘, 자치단체장의 힘이 하나로 모아져야 한다. 그동안에는 주로 위쪽(중앙권력층)만 쳐다봤지, 풀뿌리 시민사회의 힘을 결집하는데는 다소 미진했다는 말이다.

▷최=덧붙이자면, 분권을 제도화하는 면에서 정책수립권자인 공무원의 시각과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현대 시민은 분권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시간·재정 면에서 일일이 다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중간적인 기능, 즉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공무원들이 창조적으로 좀 했으면 좋겠다. 일본 등 외국 사례를 보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역량이 굉장히 중요시된다.

▷황=공무원이 분권운동의 한 주체가 되는 것은 맞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의 힘, 시민정치력이 강화돼야 한다. 분권을 하려는 근본 목적도 진정한 자치에 있다. 자치를 잘 하려면 주민이 실질적인 정책형성에 참여해야 한다. 주민이 자치분권의 주체가 되지 않으면, 그 분권은 자칫 기득권자를 위한 분권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시민에 의한 분권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 황한식(왼쪽) 상임대표와 동아대 최우용 법학전문대학원장이 최근 운동본부 사무실에서 자치분권 현주소와 올해 총선 국면에서의 과제 등을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공무원과 관료사회가 자치분권에 대한 의지와 체계를 새롭게 다지고, 필요하다면 재교육도 있어야 한다는 말씀으로 들린다.

▷최=예를 들어 해양항만자치권을 보자. 이것을 부산으로 이양하려고 논의한 적이 있다. 그런데 부산시에는 전문가가 없다. 업무담당자들이 (짧게는) 6개월에 한 번씩 순환보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러니 책임의식이 없고 전문가도 생기지 않는다. (자치분권을 위한) 제도를 바꾸려고 해도 마지막에는 중앙집권체제의 논리에 지는 것도 이런 요인이 크다. 사무의 지방이양과 관련한 문제에 있어서 중앙관료층의 논리가 우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깨야 한다. 시민이 자치분권의 큰 동력과 중심축을 이루되, 지역 공무원의 역할도 재조명이 되어야 하겠다.

▷황=그런 점에서 자치단체장의 의지와 역량이 결정적이다. 단체장이 공무원들을 어떻게 이끄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게 된다. 전국 지방자치박람회의 심사를 10년 넘게 하고 있는데, 제출된 사례들을 보면 잘하고 못하는 지역 간 편차가 그대로 나타난다. 과거 부산은 분권의 도시였는데, 지금은 그 위상이 낮아진 느낌이다. 부산시의 관련 예산도 쪼그라들고, 분권단체에 대한 지원도 다른 대도시보다 떨어지는 것 같다. 게다가 일선 기초단체의 노력도 부진하다. 자치분권협의회만 해도 부산 16개 구·군 중에서 설치된 게 연제·사상·동구 3곳에 불과하다. 협의회 구성이 모두 완료된 대구(8개 구·군), 광주(5개 구)에 비해 뒤처진다. 광역단체장이든 기초단체장이든 선출되고 나면, 중앙의 돈을 따오는데 목을 매서 그런 게 아니냐. 그간 분권운동이 중앙에 매달리는 것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주민 스스로 만들어가는 자치운동에 무게를 둬야 하겠다. 분권은 학자나 운동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주민 삶의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아래로부터의 요구가 수렴되고, 아래의 힘이 위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가는 게 필요하다.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최=그것도 문제지만, 핵심 요소인 자치입법권 등은 개정안에 반영되지도 않았다. 그러니 지자체는 법률이 정한 범위 안에서만 조례를 만들 수밖에 없다. 자치분권 관련 입법이 잘 안되는 것은 중앙의 논리에 밀려서다. 중앙은 하나의 세력으로 뭉친 반면 지방은 분산돼 있다. 사안과 지역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 다르다. 그래서 이제는 지방이 합종연횡해야 한다. 한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공고한 중앙집권세력의 벽을 넘을 수 없다. 그 점에서 단체장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황=기본적으로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 자치조직권 등이 담겨야 하는데 전부 개정안에는그런 것이 전혀 없다. 그마나 지방의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자율성을 높여주는 정도다. 그러니 전부 개정안의 전부라는 말이 무색하다.

-올해 총선에서의 자치분권 공약화와 관련해 중점을 둬야 할 점은. 그리고 마무리 말씀을 해달라.

▷최=단편적인 각개전투만으로 지방분권은 어렵다. 전체 틀에서 개혁이 필요한데, 그것은 역시 개헌밖에 없다. 지방분권국가로 가는 개헌을 다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고 1년 동안이 개헌의 적기다. 2년 전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그때처럼 중앙권력구조 논란에 휩쓸리면 지방분권 이슈는 또 묻히게 된다. 그래서 자치분권만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이라도 먼저 진행하는 게 낫다. 무엇보다 헌법 1조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임을 선언한다는 것을 넣고, 자치입법권에 대한 제한을 풀어야 하겠다. 다음으로 주민자치권에 대한 헌법적인 권한을 넣는 게 중요하다.

▷황=같은 생각이다. 최근 전국기초단체장협의회에서도 발표했듯이 이번 총선에서 각 정당 후보들이 지방분권 개헌을 공약으로 삼도록 만들고, 분권 관련 여러 사안을 시민의제로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총선 공간을 통해 시민들의 자치분권 의식과 역량을 강화하고 공론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최=그간 총선에서의 자치분권 협약이 잘 이행되지 않았던 것에는 주민 책임도 있다. 후보가 자치분권에 관심이 있는지 따지고, 당선 이후 분권에 힘을 기울였는지 그런 부분에 대해 압박을 가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자치분권 면에서 진정으로 일할 수 있는 인물을 냉정하게 판단하는 총선이 되었으면 좋겠다.

   
▷황=자치분권을 시민 삶의 문제와 연결시켜야 한다. 사실 지역혁신과 지역균형발전도 분권을 통해야 효과가 난다. 예비타당성 면제 등에서 보듯이 정부는 지역개발정책도 중앙 주도로 간다. 그게 아니라 분권을 기반으로 균형발전정책을 펴는 게 마땅하다. 자치분권이 부진한 이유를 되짚어보면, 결국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힘이 약했다고 본다. 에너지는 많이 있었는데, 그것을 집중시키지 못했다. 지금도 그렇다.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집중하는 그룹이 있어야 힘이 확대재생산되는데 그렇지 않다. 지역사회에서 그런 그룹의 활동이 중요하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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