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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은 미래에 대한 투자, 우선순위로 둬야”

이청산 한국민예총 신임 이사장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   입력 : 2020-02-12 18:50:03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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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권 성향따라 지원 들쑥날쑥
- 부도로 각 지회 독립법인화
- 민예총-예총 통합 불가능

- 예술가 어용화 때 사회 정체
- 문화단체 권력화 경계 해야

“조상들은 가을에 추수하면 가장 잘 된 곡식을 먼저 챙겼습니다. 그 곡식으로 제사를 지내고, 다음 농사에 종자로 사용했습니다. 문화예술 예산은 미래에 대한 투자입니다. 이를 먼저 챙겨두고 나머지를 나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청산 한국민예총 신임 이사장은 12일 “예술가는 약한 곳, 어두운 곳, 버려져 있는 곳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이청산 부산민족예술단체총연합 전 이사장이 지난달 18일 한국민예총 신임 이사장에 뽑혔다. 이 이사장은 2001년 부산민예총 창립 멤버로 2011~2016년 부산민예총 이사장을 맡았다.

한국민예총 이사장이 되려면 선거를 치러야 하지만 이번엔 이 이사장이 단독으로 입후보했다. 사실상 추대를 받은 셈이다. 그는 문화예술에 지원하는 예산은 함부로 줄여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민예총에 대한 예산지원은 정권에 따라 들쑥날쑥했다. 민예총 정부지원금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엔 꽤 늘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상황이 급변했다. 이 이사장은 12일 “민예총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사실상 예산 돌려 막기를 하면서 각종 행사를 치렀는데 당시 권력기관이 의도적으로 부도가 나도록 배후조정한 것 같다”며 “이 때문에 2012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에서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으로 간판을 바꾸고 지역에 있던 각 지회를 독립법인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떠올렸다.

일명 ‘블랙리스트’에 걸려들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왜 예술에 대한 지원은 우선해야 할까? 이 이사장은 “잠수함 내부 산소 농도를 측정할 기술이 없었을 때는 꼭 토끼를 승선시켰다. 예민한 토끼가 산소가 모자라면 이상 반응을 보였고 이를 확인하면 물 위로 떠올라 산소를 보충했다”며 “불합리한 사회 현상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예술가도 잠수함 속 토끼와 비슷하다. 예술가가 어용화된다면 사회는 정체되고 썩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파업이 발생하면 예술가들이 앞장서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노동자들의 기운을 북돋아 준다. 그런데 이 예술가들 대부분 연소득이 400만 원이 안 되는데,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급여 인상폭이 이와 비슷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했지만 예술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술가는 약한 곳, 어두운 곳, 버려져 있는 곳을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문화예술단체가 권력화되는 일은 경계했다. 그는 “민예총은 권력기관이 아니라 예술인 복지에 중점을 두고 예술가의 활동을 도울 수 있는 길을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일부 정치권에서는 가칭 ‘한국예술문화단체연합’을 만들어 민예총과 예총을 통합하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한국 정치 지형으로 보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통합시키겠다는 발상인 셈이다.

이 이사장은 “예술가들도 진보와 보수 등 각자가 추구하는 이념이 있다. 예총은 보수를 민예총은 진보를 지향하는데 이를 강제로 통합시키겠다는 발상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올해는 4·19 혁명 60주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 11월 13일 전태일 50주기 등이 이어진다. 예술행사를 통해 이날을 모두 기억하며 의미를 떠올릴 수 있도록 멋지게 준비할 계획”이라며 “한국민예총은 앞으로도 약자의 편에 설 것이며 통일을 앞당길 수 있도록 문화예술교류도 활성화시키겠다”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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