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집중형 재정도 문제
- 지역자치관련 사무·권한
- 모두 이양받아야 진짜 분권
‘수도권 대 비수도권’ 대결 구도는 지금까지 가상의 그림으로만 존재했다. 현실 속 대결은 대부분 ‘중앙 대 지역’이 아니라 ‘지역 대 지역’의 싸움이었다. 부산 울산 경남이 뭉치자, 영남권이 하나 되자는 식의 주장은 늘 목청 자랑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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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명흠 지방분권전국회의 공동대표가 “남부권을 형성해 수도권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국제신문 DB |
박명흠(67) 지방분권전국회의 공동대표는 그 이유가 지자체의 근시안적 사고에 있다고 본다. “모든 시민의 편의보단 일단 우리 지자체가 잘돼야 한다는 관점이 문제”라는 게 그의 말이다. 박 대표는 부산항 신항 명칭 부여를 둘러싼 부산시와 경남도의 공방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신항 개발 당시 부산시는 부산신항으로, 경남도는 진해신항으로 이름 지어야 한다며 갑론을박을 벌였다. 결국 한글명은 신항만으로 하되 영문 표기는 ‘부산 뉴 포트(Busan New Port)’로 등록하는 선에서 정리됐다. “이 문제로만 자그마치 10년을 싸웠다. 부울경 갈등의 벽을 무너뜨리지 않고선 장기적인 대응이 불가능하다. ‘지역이 뭉쳐야 한다’며 성명을 내봐야 소용없다.”
중앙이 쥔 지역 재정권 또한 다툼의 이유가 된다. 박 대표는 재정권이 중앙정부가 지자체를 흔드는 주된 수단이라고 지목했다. “연초에 지자체가 예산을 짜면 보통 지방비 60%, 국세가 40% 정도로 구성된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 대 2 수준인데도 그렇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과 국장들은 매일같이 중앙부처에 돈을 따러 다닌다. 지역 간에도 국비 확보 경쟁이 벌어진다”는 거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 대 4 수준까지 조정하겠다는 정부 공약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지역이 자율성을 발휘할 여지가 좀처럼 늘지 못했다는 비판도 더했다.
지역 연대가 쪼그라드는 동안 수도권은 팽창을 거듭했다. “오래전부터 나는 수도권이 아니라 ‘수청권’이란 말을 썼다. 수도권이란 노른자를 중심으로 그 영향반경이 충청권까지 넓어질 거라고 봤다. 실제 그렇게 됐다. 충청권은 사실상 수도권에 들어갔다. 기성 수도권도 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다 보니 국회의원 한 명의 영향력도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다”고 설명한 박 대표는 “비대해진 수도권의 힘을 지역으로 분산하려면, 그 역할을 수도권에 맡겨선 안 된다. 먼저 부울경이 합치고, 나아가 영남권이 하나가 되며 종국에는 호남권과 힘을 모아 남부권을 형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이 수도권-중앙의 권한을 가져와야 하는 건 이 때문이다. 입법·행정·재정·조직권 등 지역자치에 필요한 모든 사무와 권한을 이양받아야 한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기관위임사무 개념이 살아있다. 예컨대 여권 발급 같은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무가 부산시장에게 위임됐다는 식으로 중앙의 일이 지역에 넘어와 있다는 말이다. 이 개념은 중앙정부가 지자체를 통제하는 근거가 된다. 이러면 지역이 자율적인 행정을 펼 수가 없다. 일부 국가는 법적수탁사무라는 개념을 활용한다. 지자체의 업무가 중앙이 아니라 법에 따른다는 거다. 이래야 자율성이 보장된다.”
참여정부 이래 모든 정권이 기관위임사무 개념을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전부 ‘검토’에 그치거나 흐지부지됐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대통령조차 중앙정부 관료라는 벽을 넘지 못한다. 그들 중에는 지역분권에 관심이 없거나, 지역의 역량을 믿지 못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연방제 수준의 지역자치’라는 말을 놓고 북한 고려연방제 운운하는 엉터리 비판을 내놓는 판국이다”고 아쉬워했다.
박 대표는 1993년 부산발전연구원(현 부산연구원)에 입사한 뒤 연구기획실장, 부산시의회 정책연구실장, 부산외국어대 특임교수를 지냈다. 전국지방분권운동본부 공동정책위원장, 부산지방분권혁신운동본부 공동대표·정책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신심범 기자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