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학 길어진 아이들에게
- 위생수칙은 자세히 설명
- 컴퓨터 게임·스마트폰 사용
- 사전 합의통해 허용 해야
- 학습관련 지나친 참견 금물
“방학이 길어지자 엄마들이 괴수로 변했다. 그 중에서 우리 엄마가 가장 사납다. 그래서 나는 아주 두렵고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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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충렬중학교 박혜란 상담교사가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된 동안 가정에서 자녀의 마음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어느 초등학생의 일기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하루 종일 집 안에서 지내는 아이와 엄마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누구도 경험 못한 감염병 확산에 어른이든 아이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불행히도 아이를 감염병으로 지키는 방법이 금지와 통제 뿐인 탓에 아이의 스트레스도 점차 커진다.
부산시교육청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 다모아 앱 등을 상담 창구로 활용하는 ‘마음 건강 지키기 온라인 상담망’을 운용한다. 충렬중학교 박혜란(38) 상담교사에게 개학 연기기간 동안 학생들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부모가 돕는 방법을 들어봤다.
“부모의 불안, 짜증은 자녀에게 그대로 전염된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커지면 개학 후에 아이가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박 교사는 개학 연기 기간 동안 부모가 자녀의 마음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할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개학 연기 기간동안 불안감에 사로잡혔다면, 개학한다고 순식간에 기분 전환이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고, 성적이 떨어지면 자존감이 떨어지면서 대인관계까지 어려워 질 수 있다는 게 박 교사의 설명이다.
그래서 집에 있는 동안에는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위생 수칙은 설명할 필요가 있지만, 그 외 너무 자세하거나 부정적인 정보는 되도록 접근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박 교사는 “그러려면 대화가 필수다. 집에 오래 있다 보면 자연스레 각자 휴대전화만 쳐다보게 되는데, 그러면 불안을 자극하는 코로나19 관련 정보에 과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사는 보드게임 등 간단한 놀이를 하면서 부모와 자녀가 시간을 보내기를 추천한다. 박 교사는 “중요한 건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도 흥미를 느껴야 한다. 그래야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저학년의 경우 아이와 부모가 함께 즐길 만한 교육용 보드게임이 많다. 고학년 자녀가 보드게임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차라리 고스톱이라도 함께 치는 게 내버려두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자녀에게 꼭 지켜야 할 생활 수칙을 이야기 할 때도 단순히 허용·금지 사항을 구분해주는 데 그칠 게 아니라 그 이유도 반드시 함께 설명해야 한다. “외출 때는 꼭 마스크를 착용해라”, “돌아오면 반드시 손을 씻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코나 입으로 감염되기 쉬우니까 마스크를 껴야 너도 보호하고, 다른 사람도 보호한다”, “밖에 있는 동안 손에 묻은 세균이 입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 손을 씻어야 한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박 교사는 “이렇게 말하는 방법만 바꿔도 서로를 보호해서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뜻이 된다”고 강조했다.
박 교사는 또 가정에서 지내는 동안 지나친 통제를 삼가하라고 조언했다. 집에서 게임을 못 하게 하거나 친구와 자주 연락하는 것을 막으면 부모가 외출한 사이 PC방이나 노래방에 가는 식으로 반발할 수 있어서다. 박 교사는 “사전에 합의해서 어느 정도는 허용하는 게 좋다. 아이가 밤에 몰래 게임이나 SNS를 하는 등 중독이 의심된다면 컴퓨터를 거실로 옮기거나 휴대전화를 밤에는 부모가 보관하는 식으로 대처하면 된다”고 말했다.
학습과 관련해서는 지나친 참견은 금물이다. 박 교사는 “쉬는 시간에 공부하는 데 힘든 점은 없는지 물어보는 식으로 관심을 보이는 게 좋다. ‘내가 지켜봤는데 학습량이 너무 적다’는 식의 사후지도는 아무 도움이 안 된다. 공부를 하고 있는데 들여다보는 것도 참견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사는 “모두 힘든 시기이지만, 함께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적절한 관심과 대화가 있으면 오히려 가족애를 키우는 시간으로 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