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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술자가 농사꾼 변신, 과학 영농 일궈

청년창업농 김창희 씨

  • 국제신문
  • 이완용 기자
  •  |  입력 : 2020-04-08 20:00:43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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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농산업경영혁신사례 대상
- 환경제어시스템·장비 직접 개발
- 균일한 품질의 토마토 생산 가능
- 믿음주는 농산물 생산이 목표

“농산물도 공산품처럼 균일한 상품을 연중 고르게 생산해야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시장도 확대할 수 있습니다. 농산물값은 하늘에 맡기고 농민은 우수한 농산물을 균일하게 생산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물 중심의 데이터를 영농에 접목시켜 관리하는 과학영농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청년창업농인 김창희 씨가 8일 경남 사천시 곤양면 무고리 자신의 비닐하우스 농장에서 토마토의 생육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지난해 말 농촌진흥청의 전국 농산업 경영혁신사례 경진대회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은 경남 사천시의 4년 차 청년창업농 김창희(41) 씨.

진주 경상대학교에서 전자재료공학을 전공한 뒤 서울의 잘 나가는 반도체 회사에서 10여 년간 비메모리 기술개발을 맡아 승승장구하던 공학도인 그는 주변의 만류도 뿌리치고 부모님이 짓고 있던 토마토 농사를 이어받기 위해 귀농을 결심했다.

대대로 한학자 집안에서 자랐지만 어릴 때부터 실험이나 결과가 도출되는 창의적인 과제를 좋아해 과학자가 꿈이기도 했던 김 씨는 아버지가 토마토 비닐하우스에 자동제어장치를 설치하자 반도체 기술을 접목시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지난 2015년 농업에 뛰어들었다고 8일 소개했다.

처음 1년은 부모님을 거들며 관행농사 짓는 법을 배우는 데 집중했다. 작물이 자라는 모습도 익히고, 온·습도 조절을 익혔다. 토마토 모종 심기부터 꽃 솎기와 방제, 수확, 출하까지 몸으로 하는 일은 도맡았다. 부모님이 하던 것이어서 따로 영농시설을 마련하지 않고도 농사에 뛰어들 수 있었다. 첫해에는 사천시와 경남도가 진행하는 영농교육과 토마토 재배기술, 농기계 사용법, 전자상거래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연간 300시간의 교육을 받았다.

이듬해인 2016년부터는 비닐하우스에 과학영농을 접목시키는 일을 했다. 반도체 기업에 근무하면서 개발했던 트랜지스트와 다이오우드, 센스 등의 ICT 기술을 농업에 적용시키기 위한 실험이다. 일부는 개발이 끝났지만 몇 가지는 지금도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총 9개 동에 1200평가량인 비닐하우스에서 안정적으로 토마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작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눈으로 식물의 생태를 확인하고, 성장을 이해하는 기계장치도 필요했다. 그래서 김 씨는 짧은 시간에 잎과 열매에 온도를 높여 줄 수 있는 면상발광체나 잎과 열매의 성장을 확인하는 열화상 측정장비, 함수율 저울, 간편형 환경 제어기 등의 장비와 시스템을 직접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는 기술이 없고, 해외에서 기술과 장비를 들여오려니 경제적 부담이 많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자신의 비닐하우스를 농산물 제조공장이라고 말한다. 또 농산물도 공산품처럼 규격화를 갖춰야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크기나 당도, 색깔도 문제지만 얼마나 균일한 상품을 일정하게 생산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농산물의 판매에 연연하거나 값에 끌려다니는 농사는 싫다고 했다. 값을 더 받기 위해 로컬 팜에 내놓거나 가공식품으로 만드는 일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단지 일 년 내내 품질이 일정한 상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믿음을 주는 농산물을 생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생산이 늘면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걱정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과다하게 생산하면 소비층을 다양화하고 생식 위주의 소비문화를 음식 첨가물이나 가공식품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러 개의 가게가 집단을 이루면 손님이 찾아오고 가게도 살아나듯이 나만 잘 먹고 잘사는 게 아니라 모두 잘 먹고 잘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씨는 “부모님이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하셨으나 요즘은 아예 농장에 오시지도 않고 모두 맡겨 주셨다. 부모님이 30년간 지으셨던 농사를 내가 3년 만에 물려받은 셈이다”며 “기존의 관행재배에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환경제어시스템을 활용하니 수확량이 많은 고품질 토마토를 생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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