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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정경숙 세워 지역 정치인재 육성할 것”

日 ‘마쓰시타정경숙’ 최초 외국인 학생 김보람 씨

  •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
  •  |   입력 : 2020-05-17 20:13:23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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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 부조리에 맞서 저항
- 정치활동에 관심갖게 된 계기
- 엘리트 중심의 선민사상 지양
- 2년제 정치학교 올 10월 개교

일본을 대표하는 정치 사관학교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의 최초 외국인 학생. 그 주인공은 김보람(37) 씨다. 김 씨는 2018년 39기 숙생으로 입학했다. 1980년 4월 1일 정경숙이 설립된 지 38년 만의 일이다.

마쓰시타정경숙 최초의 외국인 숙생 김보람 씨는 “정경숙형 정치학교를 한국에 세울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용우 기자 wylee@kookje.co.kr
세습 정치인이 수두룩한 일본에서 정경숙에는 특별한 학연·지연·혈연이 없는 정치 지망생이 매년 모여든다. 정경숙을 거친 대다수가 정치의 길을 걷는다. 졸업생 285명 중 정치 분야 진출자가 40%인 113명, 현역 국회의원도 중·참의원을 합쳐 33명이다. 민주당 정권의 노다 요시히코 총리도 정경숙 출신이다.

정경숙의 인재 양성 방식은 엄격하다. 4년 중 2년은 기숙사 생활이며, 매일 오전 6시 기상 직후 청소·구보 등 자기 관리가 강조된다. 상근 강사가 없고 연구 과제를 스스로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김 씨는 “정경숙은 협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교육 과정 중 ‘24시간 내 100㎞ 행군’이 있다. 1등을 뽑는 시험이 아니다. 동기가 동시에 행군을 완수하는 것이 과제”라고 했다.

‘협업’을 중시하는 분위기 덕에 김 씨는 합격할 수 있었다. 입학 전형은 ▷서류 전형 ▷1박2일 합숙 면접 ▷최종 면접 3단계로 치러진다. 김 씨는 “최종 면접에서 ‘누구랑 같이 공부하고 싶느냐’는 질문에 내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다고 한다”며 “1박2일 합숙 시험은 논술, 즉흥 연설, 체력시험 등이었는데, 특히 지원자와 함께하는 과제에서 큰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매년 입학생은 2~7명 정도다. 김 씨는 “제가 입학할 때 300여 명이 지원했는데, 5명이 최종 합격했다”고 했다. 전성기 때는 한 해 20명까지 뽑았으나 정당의 정치학교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선발 인원을 한 자릿 수로 줄였다.

정경숙 생활에 대해 그는 “외국인 신분이 학교생활에 전혀 걸림돌은 되지 않았다. 내가 동기 대표로 연설하기도 했다. 나 덕분에 한국에 대한 편견을 깨게 됐다는 얘기를 듣고 뿌듯했다”고도 말했다.

최근 정경숙을 두고 보수화됐다는 지적에 대해 김 씨는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정경숙의 보수화라기 보다 일본 청년의 보수화”라며 “자민당 의원들이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뿐이다. 정경숙 출신 의원은 자민당, 입헌민주당 등 다양하다”고 했다.

“일상 속 부조리에 목소리를 높였던 삶이 정치로 이어졌다”는 김 씨. 부산 영도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그는 어릴 때부터 ‘할 말하는’ 아이였다.

김 씨는 “초등학생 시절 촌지를 요구하는 교사에 문제를 제기했고, 고등학생 땐 두발자유화와 관련해 학내 인권 운동을 벌였다”며 “한국 사범대학에 진학한 뒤 일본으로 유학 가 지역사회 교육을 연구했다. 이후 일본에서 시민 교육을 해왔다. 내 삶을 돌이켜 보면 이런 활동들이 결국 ‘정치’와 맥이 닿아 있었다”고 돌아봤다.

김 씨는 ‘한국판 마쓰시타 정경숙’ 설립을 진행 중이다. 2년제 기숙사 ‘정치학교’가 목표다. 그는 “출현하는 새로운 정당들은 엘리트 중심 선민사상에 사로잡혀 있다”며 “지역 사회가 함께 키운 인재가 정치 주체로 떠올라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 문화를 꿈꾼다”고 밝혔다.

오는 10월 1일 서울 노량진에서 개교할 예정인 김 씨의 ‘정치학교’가 차세대 정치 인재양성소로 성장할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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