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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이주민 5만 명…같은 국민으로 보듬어달라”

정귀순 ‘이주민과 함께’ 이사

  • 임동우 기자
  •  |   입력 : 2020-05-19 18:58:50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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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일찌감치 이민사회 진입
- 코로나발 차별과 혐오 겪으며
- 내국인보다 더 생계위협 받아

지난 3월 부산시 집계에 따르면 부산 거주 외국인 수는 모두 5만1792명에 이른다. 한국 국적을 가진 내국인(340만9992명)의 1.5%에 달한다. 특히 주민 수가 4만1764명에 불과한 중구 인구수보다 만 명 이상 많다. 한국 사회는 물론 부산 또한 이민 사회로 접어든 지 오래다. 하지만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코로나19 확산을 통해 우리 주변 이주민을 향한 차별과 혐오가 여전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미숙한 행정 또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이주민과 함께 정귀순 이사가 최근 코로나 19확산과정에서 정부가 이주민을 공동체 내부로 끌어안지 못한 점 등을 지적하며 개선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정귀순(61) 이사는 부산을 대표하는 이주민 단체로 자리 잡은 ‘사단법인 이주민과 함께’를 연 장본인이다. 정 이사는 한국 노동자를 대상으로 노동운동을 하던 중 열악한 처지에 놓인 이주 노동자 현실을 직면했다. 필리핀 등 여러 이주 노동자를 상대로 임금 체납 문제 등 상담을 이어갔다. 결국, 1996년 이주 노동자뿐 아니라 이주민 모두를 위한 상담과 교육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의 제도 개선을 촉구하기 위한 이주민과 함께를 창립했다.

정 이사는 일찌감치 한국 사회가 이민 사회로 접어들었으나 사회구성원의 인식이 뒤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그녀는 “한국 국적을 기준으로 정의하는 ‘우리’라는 개념은 이미 허물어졌다. 그런데도 해당 개념이 아직 강고하다고 믿는 것이 문제”라며 “공동체 구성원은 한국 국적을 가진 국민으로 국한해선 안 된다. 공동체 내에 함께 사는 모두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이사 주장에 따르면 부산이라는 공동체의 구성원은 내국인 340여만 명과 더불어 5만여 명의 이주민을 아우른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는 이들 모두를 위한 정책을 설계하고 시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방역 등 대처 과정에서 보인 정부와 지자체 대응은 오직 한국 국민에게만 집중됐다. 이를 두고 정 이사는 “코로나 감염으로부터 모두가 평등했다는 말에도 의구심이 들지만, 고통은 분명히 불평등했다”며 “마스크를 구하는 건 하늘에 별 따기였고 쉴 새 없이 날아드는 재난 문자는 한국어로만 쓰인 탓에 상황을 알 수 없어 공포심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하면서 일자리를 잃는 건 이주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어려움의 크기는 한국 국민보다 컸다. 정 이사는 “과거 임금 체납이 발생하면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넣어 절차에 따라 해결되곤 했지만, 지금은 고용주도 어렵다는 반응이 되돌아오기도 한다”며 “사업주는 이주민 노동자의 코로나19 감염을 막는다며 기숙사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부산과 경남에서 이주민 진료를 도맡아온 부산의료원이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전담하면서 이주민이 이용할 의료기관이 사실상 없어져 이들은 아파도 병원을 찾을 수 없는 신세가 됐다.

이주민과 함께를 비롯한 전국 이주민 관련 단체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특히 정부와 각 지자체가 코로나19에 대처하고자 지급하는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이주민이 빠지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국민은 한정된 자원은 한국인에게 우선 배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 이사의 생각은 다르다. 그녀는 “국민이라는 개념을 우선하는 것보다 대한민국 국경선 내에 사는 모든 이는 정부로부터 보호받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며 “국민이 먼저라는 미명 아래 이주민을 혐오하고 공공연한 배제를 주장하는 건,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분풀이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 이사는 한국은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고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국가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 수준을 고려하면 ‘우리’라는 범주를 아시아 전체로 넓혀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치와 정책, 교육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시 이주민 정책 수립과 집행에 있어도 변화를 주문했다. 정 이사는 “현재 부산시 이주민 담당 부서는 여성가족국 아래 한 개 팀에 불과하다. 이주민을 여성과 가족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한계가 뚜렷하다”며 “전체 이주민 대상으로 사업을 설계하고 집행할 컨트롤 타워를 구성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시가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임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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