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로 지역병원 초토화 수준
- 환자 전년 동기比 30~40% 줄어
- 정책·금융지원, 합리적 보상절실
지금 의료시장은 비정상적인 악순환의 연속이다. 지금처럼 의료기관의 경영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보험료 수입과 진료비 지출 추이만을 근거로 산정한 의료수가로 정직한 진료를 하면 모든 병원은 문을 닫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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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 부산시병원회 회장이 1일 코로나19로 인해 중소병원이 처한 어려운 상황과 현안 해결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원준 프리랜서 |
위험도가 아주 높은 수술을 하면 그에 합당한 수가를 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가도 수두룩하다. 그럼 누가 의료 소송의 위험까지 감수하고 흉부외과나 산부인과, 일반외과 등을 지원하겠는가.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병원 내 과마다 의사 수의 ‘빈익빈 부익부’가 된 지 오래다.
병원계는 오래전부터 의사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의료수가로는 건강한 대한민국 보건의료 체계를 만들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지만 정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라는 괴물이 나타나 병원들이 경영 위기에 봉착했다. 이로 인해 그나마 유지되던 의료 시스템조차 유동성 위기로 큰 손상을 입는다면 국민의 피해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진다.
지난달 열린 부산시병원회 정기총회에서 제13대 회장으로 취임한 김철(57) 부산고려병원 이사장은 1일 “코로나19가 그동안 위기에 처해 있던 의료계를 이제 고사 직전의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며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은 만큼 시급한 현안부터 회원병원들과 머리를 맞대 하나씩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는 지역 병원들을 초토화시켰다. 실제 병원 규모에 관계없이 환자 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30%, 많게는 40%까지 준 데다 선별진료소, 음압격리병동 등을 운영한 감염병 전담병원의 경우 손실이 특히 커 정책·금융 지원과 함께 합리적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김 회장은 덧붙였다. 더욱이 코로나19는 4년 전 3개월 정도 반짝했던 메르스와 달리 현재 2차 대유행 조짐까지 보이는 데다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백신 개발 시점까지 함께할 공산이 크다.
김 회장은 “만일 정부의 보상이 더디거나 턱없이 부족할 경우 자칫 병원들의 적자가 누적돼 병원 생태계가 무너지면 복구는 몇 배나 힘든 점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의료전달체계 개선도 현안으로 꼽았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환자는 진료비가 의원이나 중소병원에 비해 비싼 상급종합(대학)병원으로 몰려 2차 진료기관을 찾는 이는 많지 않다. 의료기관 간 의뢰·회송을 통한 단계화도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이는 의료보험 재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 회장은 “국민건강에서 중요한 허리역할을 하는 중소병원의 위기는 대한민국 의료 공공성의 위기이며, 이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에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과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의료단체 등과 함께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환자들의 무작정 서울행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회장은 “명확한 진단이 안 나오는 극소수 희귀 질환 말고는 지금은 MRI나 CT 등 동일 최첨단 고가 장비를 갖춘 데다 의료수준이 비슷해 무작정 서울행은 이제 괜한 시간과 돈 낭비”라고 말했다. 여기서도 안 되면 거기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부산 출신의 김 회장은 부산대 의대를 졸업한 후 정형외과 전문의와 의학박사 학위(부산대)를 받았다. 설립자인 부친에 이어 2대째 부산고려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아들도 현재 의대를 다니고 있어 3대째 의사 집안이다. 부인(황은경)도 지난달 부산시여의사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김 회장은 현재 남구문화원 원장도 맡고 있다.
이흥곤 선임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