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립이후 민주적 절차로 첫 선출
- 외국어 강점 기반에 타 학문 접목
- 하이브리드형 융합과정 확대

“대학 의사결정 체계를 민주적으로 정비하고, 우리 대학의 장점을 살려 신남방 시대 거점대학으로 자리 잡겠습니다.”

	11일 김홍구 부산외대 신임 총장이 임기 동안 대학 운영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지난달 10일부터 부산외국어대학교 제10대 총장으로 임기를 시작한 김홍구(66) 총장은 11일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총장은 부산외대 설립 이후 처음으로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된 총장이다. 1982년 개교 이래 부산외대 총장은 학교 법인인 성지학원 재단이 임명했다. 교수 교직원 학생등 학교 구성원이 총장 선정 과정에 참여할 통로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교수, 노조위원장 포함 교직원, 총학생회장 등 학생, 재단 관계자 42명으로 정책평가단을 구성했다. 이들이 선거인이 돼 총장 후보로 등록한 6명이 제시한 대학발전계획을 평가하고 후보자를 3인으로 추렸다. 최종적으로 총장 임용자는 재단이 결정했지만, 이전에 비하면 훨씬 민주적이다.

부산외대는 9대 총장이 임명됐을 때 교수협의회가 일방적인 총장 선임을 인정할 수 없다며 시위를 하기도 했다. 더구나 9대 총장이 ‘줬다 뺏은 장학금’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으며 중도 하차하자 총장 선출 방식을 바꿨다. 김 신임 총장은 당시 교수협의회장이었고, 사립대학의 민주적 총장 선출 절차를 사립학교법에 명문화하자고 주장해온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김 신임 총장은 대학의 민주적 의사결정 체제 구축을 임기 내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는다. 김 총장은 “재단과 학교가 동등한 입장의 파트너로서 주요 문제를 논의해서 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한 대학운영회의(가칭)를 설치했다. 또 대학 내 중요도가 큰 기구인 교무위원회 인사위원회에 교수협의회도 참여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총학생회 직원·교수 노조 등의 의견을 제도적으로 수렴할 방안도 마련하겠다는 게 김 신임 총장의 생각이다.

민주적 대학 운영과 함께 김 총장이 제시하는 부산외대의 비전은 ‘하이브리드형 지역 강소대학’이다. 부산외대의 강점인 외국어를 기반으로 IT, 상경계열 등 다른 학문을 접목한 융합 교육과정을 확대해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은 타 대학과 교류협력으로 동반 상승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현재 부산외대는 일본어창의융합학부가 부산가톨릭대와 협력해 치매전공 융합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김 총장은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가 된 지 오래다. 국내 두 개밖에 없는 외국어대학 중 우리 대학은 한국외대보다 태국어 베트남어 미얀마어 트랙 등 동남아 관련 교육과정이 더 다양하고, 해당 지역과의 교류 협력으로 다진 기반도 튼튼한 게 강점이다. 정부가 아세안 지역과 협력을 강화해 아세안 지역의 잠재력 개발과 우리 경제 성장을 연계하는 신남방 정책을 추진 중인데, 이런 상황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신임 총장은 이어 “현지 언어에 능통한 인재와 교류 네트워크까지 갖춘 우리 대학이 신남방 거점 대학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도 해외취업률 1위인 우리 대학이 ‘국제관계 분야 특성화 선도대학’이라는 강점을 십분 활용하고 발전시켜 나간다면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겪는 위기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대학 발전 방향은 대학의 지역사회 기여와도 연결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아세안 지역은 중국에 이은 2위 교역 대상이고, 미국 유럽연합 다음 3위 투자 대상이다. 특히 부산은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두 차례나 개최했을 정도로 한국과 아세안 간 교류협력 증진에 중심 역할을 하는 도시다. 김 총장은 “우리 대학이 지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중소 중견기업에 통·번역은 물론 해외시장조사, 세무·회계 법률자문, 현지 인적자원 교육 등 전문적 영역까지 도움을 줄 수 있다.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도 부족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