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탓 기부 줄어 예산 바닥
- 지로 통한 회비 모금 거부감 커
- 자동이체·모바일로 다변화 추진
- 정부 복권사업 대상 포함 타진
- 기후변화·재난 구호범위 커져
- 훈련된 봉사조직 필요성 부각
- 적십자병원 공공의료기관 지정
- 청년 조직 강화 등 해결책 모색
‘적십자는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다’. 슈바이처 박사가 남긴 명언 중 하나다. 그는 이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라고 말했다. 그렇듯 적십자 정신은 곧 인도주의다. 국가와 민족 이념 종교를 초월해 박애 봉사 평화를 실천하는 일이다.
| |  |
| 서정의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회장은 “각종 재난·재해 발생이 갈수록 증가하는 데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까지 겹치면서 적십자 봉사·구호활동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며 지역 시민·사회의 관심과 적극적인 모금 참여를 당부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아무래도 무료급식소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 부산진역 앞과 북구 나눔의집 두 곳에서 운영해 왔는데, (코로나19 전파 우려로) 중단 상태기 때문이다. 하루 250여 명이 이용하는 곳인데, 지금 그분들이 식사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걱정스럽다. 아쉬운 대로 빵을 만들어서 제공도 하지만, 급식보다는 못하지 않겠나.”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서정의(75) 회장의 얼굴에는 수심이 많아 보였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이후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면서 적십자의 역할과 손길이 한층 더 중요해져서다. 코로나 시대가 적십자정신을 새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서 회장의 지난 1년간 소회도 남다르다.
-코로나 사태가 적십자사 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지 싶다.
| |  |
| 지난 25일 부산 적십자회관에서 서정의 회장이 자가격리 세대에게 전달할 긴급구호물품 세트를 만들고 있다. 김종진 기자 |
▶사실 그렇다. 전혀 예기치 못한 국가적 재난이 장기간 지속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선 긴급구호물품(비상식량) 1만여 세트를 만들어 부산의 자가격리자와 위기 가정, 복지시설 등을 대상으로 배부해 왔다. 그런데 지난 10월 말에 그 예산이 바닥났다. 할 수 없이 기금을 추가 확보해 진행 중이다. 그 외 기부받은 것도 소진된 상태여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부산시 등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다른 활동 상황은 어떤가?
▶(코로나가 아니어도)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사업은 애초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 예컨대, 부산의 2100세대 정도에 매달 한 번씩 반찬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도나 실직, 질병·상해 등으로 위기에 놓인 가정 중에서 매달 30~50세대를 심사 선정해 지원한다.
-올해는 집중 호우나 태풍 같은 자연재해도 잦아서 더 힘들었을 듯하다.
▶부산 동구 자성대, 매축지 마을 등이 수해를 입었다. 현장에 가 보니 집안이 침수돼 엉망이었다. 그래서 적십자사의 ‘밥차’ ‘세탁차’와 봉사원들을 보내 이재민들에게 식사와 세탁을 제공하고, 청소 등을 거들었다.
-‘노란 조끼의 천사’로 불리는 적십자 봉사원들의 헌신과 힘이 큰 것 같다.
▶그것이 저희와 다른 사회모금단체의 차이점이다. 우리는 부산시내 각 동에 30명 정도의 봉사원들이 있고, 구·군 협의회도 결성돼 있다. 그런 봉사원들이 1만여 명에 이른다. 적십자는 이런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 봉사가 큰 힘이 된다.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적십자 운동이 잘 되려면, 안정적인 재원이 중요한데?
▶전체 재원은 적십자회비, 정기 후원회비, 재난·재해 때 구호를 위한 기부금품 등으로 이뤄진다. 때마침 12월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가 회비 납부기간이다. 그런데 과거보다 납부율이 매우 저조해 걱정이다. 특히 ‘지로 용지’ 발송을 통한 회비 모금은 그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 지역 기업체들은 (회비 등을 내면) 법인세 감면 혜택이 있으나, 모금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코로나 충격으로 기업체들이 어려운 마당에, 우리가 협조를 요청하기도 쉽지 않다.
- 그와 관련해 모금방식에 변화를 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회비가 재원의 주축이지만, 앞으로는 매달 자동이체하는 후원금을 권장할 방침이다. 또 시대적인 추세에 맞춰 모바일·전자 기부 등으로 다변화할 것이다. 그 외에도 전화ARS와 온라인, SNS 등을 통해 기부할 수 있도록 시민의 납부 편의성을 대폭 높여 나가겠다. 특히 1억 원 이상을 기부하거나 5년 이내 납부를 약정하는 고액기부자(아너스 클럽) 활성화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방안도 모색하고 있는가?
▶모금이 갈수록 힘들기 때문에 복권사업을 활용하면 어떨까 싶다. (정부가) 복권기금으로 각 분야의 공헌사업을 많이 지원하고 있는데, 적십자는 그 대상에서 빠져 있다. 그래서 복권기금의 2% 정도를 적십자 재원으로 지원할 수 없는지 정치권과 정부 당국에 타진할 생각이다.
-기후변화로 국내외 재난이 증가하고, 공공의료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봉사·구호를 해야 할 범위가 넓어진다는 뜻이다. 코로나 사태가 그걸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예상하지 못했던 재난 아니냐. 따라서 평소에 조직적이고 훈련된 봉사조직이 필요하다. 그런데 적십자의 공공성을 인정하면서도 지원과 참여는 미흡한 실정이다. 국내 적십자병원만 해도 과거에 26곳이 있었는데, (적자 등으로) 서울 인천 통영 거창 영주 등의 6곳만 남은 상태다. 대한적십자사 본사와 함께 적십자병원을 공공의료기관으로 지정받도록 노력해서, 여러 곳에 부활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렇게 되면 부산에도 하나 생길 수 있지 않겠나.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회장을 맡아 보니, RCY(청소년적십자) 조직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학생 때부터 봉사정신을 심어주고, 그것이 실천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청년층의 적십자 참여가 더 많아지는 게 필요하다. 그와 관련해 내년부터 ‘천사(1004) DNA’ 운동을 본격 전개할 계획이다. 한 구좌에 1004원으로, 한 달에 1000원을 내는 것이다. 이 정도면 학생과 젊은층도 부담이 크지 않을 듯하다.
서 회장은 봉사와 인연이 깊다. 어릴 때부터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하면서 봉사정신이 몸에 뱄다. 과거 아마추어 무선사로 재난 구호에 참여하고, 국제로타리 3600지구(부산 제주) 총재 역임 등 사회활동에 적극적인 것은 그 연장선에서 나왔다. 지금은 (사)부산자원봉사포럼 상임대표도 겸하고 있다. 그에게 봉사철학을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마음에 있는 봉사, 행동으로 실천하자’. 피부에 와닿는 말이다.
구시영 선임기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