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당·보틀숍 함께 운영하며 홍보
- “한 번 마셔서는 진가 알기 어려워
- 담긴 이야기·어울리는 음식 개발”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 전통주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전통주의 또 다른 이름은 ‘가양주’다. 집에서 빚은 술이란 뜻이다. 집마다 만드는 방식과 환경이 다르고, 빚는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그래서 전통주에는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표현한다. 천춘일식당 이광록(37) 대표는 이 같은 전통주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알리는 데 앞장선다. 13일 이 대표를 만나 전통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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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록 천춘일식당 대표가 전통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
이 대표가 전통주에 매료된 지는 8년째다. 그가 수요를 확신하고 기획한 전통주 보틀숍 ‘이유 있는 술집’은 올해 10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외할아버지의 이름을 딴 천춘일식당에서는 전통주의 이야기를 고객에게 직접 들려주고, 술과 어울리는 음식을 추천한다. 그는 “동구 가마뫼양조장에서 만든 ‘이바구막걸리’를 접하고 식당 운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운영 이유는 단 한 가지. “좋은 전통주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을까.”
그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발품을 팔아 전국 전통주 양조장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틈틈이 전통주에 관해 공부했다. 이 대표는 “무수한 전통주를 만나다 보니, 이제는 양조 철학만 들어도 해당 전통주가 어떤 맛을 지녔을지 감이 오더라”면서도 “전통주는 한 번 마셔봐선 진가를 알기 어렵다. 조금씩 음미하며 사람을 알아가듯 배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통주 한 병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 한 달간 씨름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덕분에 천춘일식당에서는 이 대표의 ‘전통주 이야기’가 주요 안주거리다. 해당 전통주와 어울리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추천하기도 한다. 그는 “술 한 병에 담긴 이야기를 들으면 맛도 달리 느껴진다. 몰랐던 취향을 찾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과거 전통주점이 다양한 전통주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면, 앞으로는 전통주와 어울리는 음식을 내놓는 ‘페어링’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보는 전통주의 매력은 단연 ‘맛의 유동성’이다. 생주이기 때문에 다른 술과 비교해 유통기한이 비교적 짧고, 주질이 일정하지 않은 전통주를 두고 사람들은 “맛이 변했다”고 쉽게 단언한다. 이 대표는 “그게 바로 전통주의 매력”이라고 강조하면서 “계절과 시간, 환경 등 주변 요인에 따라 음식의 맛이 달리 느껴지듯, 전통주도 맛이 움직인다”고 표현했다. 이어 “맛이 다르다는 건, 술을 잘 못 빚어서 맛이 변질된 것과 다르다. 미묘하게 다른 맛을 새롭게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며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은 전통주에 대한 편견을 지우는 일이다. 그는 “와인이나 사케, 양주 등에는 수십만 원을 아끼지 않고 쓰는 사람들이 유독 전통주는 비싸다고 단정 짓는 일이 많아 속상하다”며 “우리 술에 대해 실체 없는 엄격함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 전통주의 아쉬운 점도 물론 있겠지만, 애정 어린 비판이나 개선점을 함께 논의하면 좋은 전통주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당부했다.
김미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