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 부산 재능기부단체서 활동
- 코로나로 일반인 강습 잠정 중단
- 호신술에 도움 … 관심 높아지길
- 도쿄올림픽 최소 4명 출전 기대
“레슬링은 곧 나 자신이다. 오랜 세월 그러했고, 지금도 우리 레슬링과 후배들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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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정모 이사장은 “레슬링과 나 자신은 불가분의 관계다. 레슬링을 비롯한 비인기 종목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부산체육지도자협의회 사무실에서 만난 그가 인터뷰 시작 전에 현역 선수 시절의 레슬링 기본자세를 취해 보이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양정모(68) 이사장의 레슬링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일흔을 앞둔 나이에도 마음은 현역 선수 못지않은 느낌이다. 그런 그가 1976년 8월 1일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지 올해로 45년이 되었다. 은퇴 이후 고향 부산에 거주하면서 재능 기부 공동체인 (사)희망나무커뮤니티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지만, 레슬링과 올림픽에 대한 그의 애정은 변함이 없다. 그의 표현처럼, 불가분의 관계여서다.
-요즘 근황이 어떤가? 사진을 많이 찍으러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다.
▶희망나무 공동체 일을 하면서 취미생활로 사진찍기를 한다. 벌써 10년이 훨씬 넘었다. 그동안 개인 전시회도 대구와 부산에서 두 차례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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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시상대에 선 양정모 선수(위 사진 가운데). 당시 귀국 후 금의환향한 그를 위해 부산에서 열린 환영행사. 국제신문DB |
-그렇게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사실 오래 전부터 카메라와 사진 찍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 선수와 지도자 시절때 하고 싶어도 못했는데, 은퇴하고서는 마음껏 즐기고 있다. 사진은 자연 그대로를 보여주고 영원히 남는다. 그런 점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된 끝에 올해 7월 개최 예정이다.
▶역대 올림픽은 세계 전쟁 시기를 제외하고 개최를 못한 적이 없다. 그런데 (전 세계의)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연기되었고, 올해도 일본 내에서 개최 여부를 두고 여러 말들(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올림픽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꼼짝을 못하고 위기를 맞은 모양새다.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올림픽도 흥행이다. 개최를 못 하면 엄청난 손실이 난다. 그래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대회조직위원회는 어떻게든 열려고 하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가능한 한 피해가 없도록 치르는 것이다. 현재로서 가장 좋은 방법은 심판이나 기록원 등 진행요원을 제외하고 무관중으로 개최하는 것이지 싶다. 올림픽 기간에 바이러스 확산이 생기지 않도록 IOC와 조직위가 대비책을 잘 마련해야 하겠다.
양 이사장은 이런 상황을 빗대어 “세상에 완전한 것은 없고, 사람이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그가 레슬링 인생을 통해 얻은 교훈이기도 하다. 자신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도 그와 비슷하고 천운이 따랐다고 겸손해했다. 당시 결승리그는 3명이 진출해 벌점이 적은 순서로 금·은·동을 가렸다. 양정모와 몽골의 영웅 오이도프, 미국의 데이비스가 맞붙었는데 서로 물고 물렸다. 양정모는 데이비스에 폴(fall)승을 거둔 뒤 오이도프에 판정으로 졌고, 데이비스는 오이도프를 판정으로 눌렀다. 그 결과 양정모가 1점 차로 금메달을 안았다. 이를 두고 그는 “내가 완전했다면 패하지 않고 금메달을 땄어야 하지 않았겠느냐”고 술회했다. 그러나 양정모는 앞서 1974년 아시안게임에서 당시 세계챔피언 오이도프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때도 묘하게 오이도프에 1점 차로 이겼다.
-그때의 금메달 감회가 지금도 생생한 것 같다.
▶선수는 지기도 하고 이기기도 한다. 백전백승하는 것도 좋겠지만, 백 번 싸워서 아흔 번을 이기고 열 번을 질 때 교훈을 얻는다. 영원한 챔피언도, 영원한 승자도 없다. 과거 일본의 어느 여자 레슬링 선수가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하며 세계 최강이었는데, 결국에는 미국 선수한테 지더라. 스포츠는 나이 먹으면 스피드와 파워가 약해진다. 베스트(최상의 컨디션)일 때가 기록이 잘 나오지 나이 들면 아무래도 기록이 잘 나오기 어렵다.
-오이도프와는 은퇴 후에도 우정을 계속 나누는 것으로 알고 있다.
▶둘이 지도자로 국제대회에서 간혹 만났고, 그가 지병 치료를 위해 부산에 왔을 때도 찾아가 위로한 적이 있다. (양 선수의 스승이자 한국·몽골문화체육교류협회장인) 오정룡 부산체육지도자협의회 회장님을 통해서도 오이도프 소식을 듣고 알 수 있다(오 회장도 오이도프와 친분을 쌓아왔다).
-한국 레슬링의 도쿄 올림픽 출전 여부가 궁금하다.
▶우리 레슬링은 아직 쿼터, 즉 출전티켓을 따지 못했다. 오는 4, 5월 국제대회에서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세계연맹의 ‘와일드카드’에 마지막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부산 레슬링도 과거엔 전국체전 3연패를 달성할 만큼 강했는데 요즘은 떨어져 있다. 내가 좀 더 노력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볼 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선배들로부터 ‘문무’를 겸비하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나는 그렇지 못해 아쉽다. 레슬링에는 모든 것을 쏟아 한국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지만, 학문에서는 다소 뒤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리고 일반인 대상의 레슬링 교실을 마련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이헌창 부산레슬링협회장님(레슬링 국가대표 출신)과 함께 추진하다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접은 것이 무척 아쉽다. 레슬링 교실은 선수 양성뿐만 아니라 일반인 보급에도 좋다. 선수에게 레슬링은 격한 운동이고 힘들지만, 일반인은 그냥 레크리에이션 식으로 하면 좋은 운동이고 호신술로도 도움이 된다.
양 이사장은 우리 레슬링의 선수층이 얇은 점도 지적했다. “제가 런던올림픽 레슬링특별대책위원장을 할 때 보니까, 특히 여자 선수가 적더라. 일본의 경우 여자 레슬링에 세계챔피언들이 상당히 많고 인기도 높다. 그것은 어릴 때부터 레크리에이션이나 놀이로 레슬링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요인이 크다. 그간 우리는 남자 레슬링에서 세계챔피언을 다수 배출했으나, 여자 레슬링은 아직까지 국제대회에서 메달리스트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우리 여자 선수들의 메달 획득을 보고 싶다. 협회가 여기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점 잊혀지는 것이 서운하지 않은가?
▶평소 다니다 보면 대부분이 저를 모르지만, 간혹 일부는 알아본다(웃음). 사람이 나이가 들면, 옛 전성기 때 생각이 많이 나겠지만 그것에 너무 빠지면 안 된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옛날 생각에 너무 치우치면 안 되고,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
-끝으로 레슬링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얘기는?
▶현재 김현우 유한수 두 선수가 메달에 가장 근접한 것 같다. 메달도 그렇지만, 이번 올림픽에 최소한 4, 5명은 출전 쿼터를 따야 그나마 체면이 서지 않겠나. 진천선수촌에 가 보니까 훈련시설은 굉장히 좋아졌는데, 선수층이 얇다. 요즘 에는 힘든 운동을 잘 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 비인기 종목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
선임기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