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연구개발비 전국 ‘하위권’
- 中 추격에 조선·車 경쟁력 위태
- 성장 정체… 수도권과 격차 커져
- 관·학 주도 산학협력 한계 달해
- 지방대 커리큘럼 획기적 바꿔야
- 실리콘밸리처럼 기업 주도 절실
- ‘산학융합대학’ 설립 서둘러야
- 스마트공장·업종 간 융합 박차
- 신산업·일자리 창출 효과 기대
“이대로 가면 향후 10년 내 부산지역 대학교 중 10개 정도는 없어질지 모른다. 학령 인구 감소와 정원 미달 추세 등을 볼 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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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익민 부산 산학관융합포럼 이사장은 “위기의 지역대학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철저히 수요자 지향으로 가고, 대학 커리큘럼도 산학협력과 기업에 도움이 되도록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해운대의 개인 사무실에서 만난 박 이사장이 의견을 말하는 모습.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
박익민(67) 산학관융합포럼 이사장은 지역의 가장 큰 문제로 지방대 위기를 꼽는다. 대학들이 지역발전의 중심축은 고사하고 소멸위험에 허덕여서는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방대가 살아남는 길은 철저한 ‘수요자 지향’에 있다고 역설한다. 즉 지역 사회(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고 기업을 탄생시키는 역할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산학관 협력은 물론이고 업종 간 융합혁신으로 신산업을 창출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역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근래 부산 울산 경남의 경제성장률은 거의 제로(0) 상태에 가깝다. 사실상 성장이 멈추고 있다. 정말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더욱이 GRDP(지역내총생산) 지표는 수도권에 비해 너무 떨어진다. 부산 울산 경남의 GRDP를 모두 합해도 서울와 경기도의 3분의 1 수준도 안 된다.
-그렇다 보니 지방 대학생들의 취업도 갈수록 힘든 것 같다.
▶대학교수로 있을 때 제일 안타까운 것이 제자들의 취업난이었다. 부산대 공대만 해도 과거에는 취업 걱정을 안 했는데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부산 경제가 위축되고 침체한 것은 그간 산업구조 개편에서 뒤처졌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물론 그도 그렇지만, 중국의 추격도 큰 요인이다. 부울경의 뿌리 제조업에서 최대 경쟁자는 중국이다. 주력인 조선·자동차 분야에서 중국이 설마 따라오겠느냐고 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글로벌 시대는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산학협력이 잘 이뤄지고, 미래 먹거리 및 신산업을 창출하려면 연구개발(R&D)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부산지역 연구비는 전국 시·도 중에서 하위권이다.
-결국 우리가 시대 변화의 흐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인데.
▶요컨대, 신제품 신기술을 위한 혁신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 최근 스마트 팩토리(공장) 추진의 방향은 맞지만, 외국 소프트웨어를 가져와서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지속되기 어렵다. 우리의 기술과 창의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이 관건이다. 자동차 분야의 경우 원래 ‘하이브리드’ 다음에 전기차 쪽으로 가는 분위기였는데, 테슬라가 IT전문가들과의 융합 혁신으로 먼저 치고 나갔다. 일본 도요타가 곤욕을 치르는 이유다.
박 이사장은 대학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강조한다. 4차 산업혁명과 2050년 탄소중립 선언에 따른 세계적인 환경규제 강화, 그리고 친환경 기술 추세와 같은 급변 상황에 대처하려면 산업융합의 길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삼성전기 부산공장을 한 예로 들었다. 처음에는 단순 부품 위주였던 이곳이 휴대폰·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필수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연 3조 원 이상 생산하게 된 것도 ICT융합 효과라는 것이다.
-사실 부산에서 오랜 기간 산학관 협력이 추진돼 왔다. 하지만 효과가 미흡하고 지역경제와 지방대는 여전히 어렵다.
▶그것은 산(기업)이 아니라 관·학(정부·지방자치단체, 대학)이 주도해 온 요인이 크다. 이제는 산이 주도하는 시대로 가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미국 실리콘밸리 같은 산학협력 우수 사례가 나오지 않는 이유를 따져보자. 실리콘밸리에는 여러 기업체가 자발적으로 입주해 다른 업종과 교류하며 지식을 공유하고 개발 가능성에 대해 토론한다. 즉, 지속적인 융합과정을 통한 혁신으로 새로운 기술에 도전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에 의한 산학협력 시스템이 있으나, 관·학 주도의 정부 과제 연계에 중점을 두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러면 우리 기업체의 산학협력 참여도가 낮은 까닭은.
▶실질적으로 기업에 주는 기술이 적고, 도움이 잘 안 되는 까닭이다. 기업체가 산학 프로젝트에 들이는 비용만큼 피부에 와닿는 효과가 없어서다. 한국 대학들의 기업체 기술이전은 미국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기업들이 실제 원하는 알맹이를 계속 공급하고, 이익창출에 도움이 되면 스스로 찾아온다. 그런 점에서 대학의 커리큘럼(교육내용)을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기업들에 기술특허를 확보하거나 돈을 벌게 해주는 쪽으로 가는 게 좋겠다. 순수 과학만으로는 산학협력이 잘 되기 어렵다. 다시 말해 기업체의 제반 문제를 풀어주는 방식, 즉 프로젝트 중심으로 가야 한다.
박 이사장은 기업 주도의 산학협력이 이뤄지려면 CEO(최고경영자)의 마인드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한 CEO 재교육도 필수 요소다. 예를 들어 상당수 중소기업은 매출 150억, 200억 원을 넘어가면 그냥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급변하는 시대에서 융합 R&D로 새 기술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발전을 꾀할 수 없고 도태될 수 있다고 꼬집는다.
-종전에도 ‘계약 학과’(기업이 요구하는 특정 분야를 대학전공으로 개설하는 학과)처럼 산학일체형을 하자는 얘기가 많았는데.
▶그 핵심은 수요자 지향의 커리큘럼을 짜는 것인데, 실제 대학 내부를 보면 그렇게 잘 안 된다. 왜냐하면, 교수들은 자신에 대한 평가잣대에 맞춰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요즘은 (교수 평가 때) 산학협력 부문에 점수를 많이 부여하지만,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융합 혁신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기업인과 엔지니어, 벤처투자자 등이 가고 싶어 하는 미래 먹거리 장을 만들어야 한다.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교류회, 예컨대 해마다 개최되는 세계가전박람회(CES)와 같은 개념이다. 또 기업인을 위한 기술정보 전자도서관 운영, 기술 공급·수요를 원활하게 연계할 수 있는 산학 플랫폼 구축 등이 필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박 이사장과 부산 산학관 융합포럼(전 부산산업클러스터 산학관협의회)은 지역 대학들의 리모델링과 리노베이션으로 산학융합대학을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 현재 추세로 가면 벚꽃 피는 순서로 지역대학이 문을 닫게 되고, 대학 및 학과 통폐합 등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를 찾자는 뜻이다.
-산학융합 대학에 대해 설명해 달라.
▶부산지역 20여 대학이 지닌 인프라를 재정비해 산학협력 융합 연구개발 자원으로 유도하려는 것이다. 인공지능(AI)이나 친환경 융합부품·소재, 바이오 등의 융합연구를 통해 이업종 교류 활성화와 기술창업을 촉진할 수 있다. 이는 부산의 전략산업을 융합하고 신산업 및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그간 이뤄진 각 대학의 특화 분야를 융합시키고, 소프트웨어적으로 네트워킹해야 한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니까 큰 비용도 들지 않는다.
박 이사장은 부산을 지속 성장 가능한 해양수도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대학 육성 및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 요소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세계 대학 평가순위를 보면, 상하이나 오사카 등 동북아 경쟁 해양도시의 대학보다 부산의 대학은 한참 뒤떨어진 실정이다. 따라서 대학의 파괴적인 혁신 교육과 기술혁신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도시의 지속적 발전은 어렵다고 주장한다. 지방대학에 집중 투자해 특화된 융합연구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는 말이다.
-끝으로 부산경제의 회생 전망과 관련해 얘기한다면.
▶부산은 울산·경남 경제와 연결돼 있고, 탄탄한 뿌리 제조기술을 가지고 있다. 각 대학에 창의적인 연구인력도 있다. 의료기기의 경우 부울경 기술로 최고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스마트 팩토리 또한 단순한 공장자동화가 아니라 코딩이 가능한 디지털 인력을 충원한다면 글로벌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다른 업종과 교류, 기술정보 교류를 강화하고 융합 혁신 및 신산업 창출에 산학관이 지혜를 모으면 부산경제는 재도약할 것이라고 믿는다.
◇ 박익민 이사장 프로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부산대(공대 재료공학부) 명예교수,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범시민준비위원장(2014년), 부산대 융합의학기술원장(전), 부산시 녹색성장 및 시정연구 위원(전), 부산대 산업대학원장(전), 국립대 공과대학장협의회 회장(전), 과학기술부 국가지정연구실 실장(전) 등.
선임기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