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 혁신해도 폐쇄성에 막혀
- 서로 다른 분야 간 협업 미미
- 시민 아이디어 상품화도 고민”
부산테크노파크(BTP)는 부산시 출자·출연 기관 중에서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한 해 예산이 1600억 원이 넘고, 지난해에는 230개의 과제를 수행했다. 직원도 222명이다. 하지만 BTP를 아는 시민은 많지 않다. 택시를 타고 BTP에 가자고 하면 그런 공원이 있냐고 되묻는다는 게 직원끼리 흔히 하는 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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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균 부산테크노파크 원장이 테크노파크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곽재훈기자 |
김형균 BTP 원장은 “BTP가 여러 기업, 기관과 함께 이룬 기술혁신이 시민 생활에 파고들 만큼 확산되지 않았다”고 원인을 꼽는다. 김 원장은 지난달 1일 취임한 뒤 BTP의 여러 사업을 파악하고, 지역 대학 등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4일 해운대 센텀기술창업타운에서 김 원장을 만나 BTP의 운영 방향에 관해 들어봤다.
지난 한 달여 동안 김 원장은 BTP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매개’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과거에는 자본과 노동력만 투입되면 산업이 일어나고 경제가 발전했다. 지금은 기업과 대학을 비롯한 연구기관, 정부와 지자체 등이 긴밀하게 연결돼야만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 이런 혁신 주체들이 이어지도록 중매하는 역할, 즉 ‘혁신주체의 플랫폼 기관’이 BTP의 정체성이다”고 설명했다.
이런 특성을 더 잘 살리기 위한 키워드로 김 원장은 개방과 공유, 협력을 꼽았다. 그는 “지금까지도 BTP가 매개 역할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기업과 대학 등을 연결해 연구개발, 시제품 제작과 인증평가, 마케팅까지 이어지는 사업화 과정을 지원하는 데 상당한 노하우와 인프라를 축적했다. 하지만 이런 성과가 참여자들 사이에서만 공유되는 데 그치면서 ‘기술의 폐쇄적 사이클’이 형성되지 않았나 싶다”고 평가했다. 이런 폐쇄성을 걷어내기 위해 그가 구상하는 것이 ‘지산학연 e플랫폼’이다. 이곳에서 그동안 BTP와 여러 혁신주체의 협력으로 발전시킨 기술, 각자가 보유한 연구개발 자원 등을 목록화해 공개·공유하자는 생각이다.
김 원장은 “기술의 사이클을 개방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서로 다른 분야 간의 융합이 어렵다. 지금 진행 중인 개발 작업에 참고가 될 만한 프로젝트가 과거에 있었는데 그 사실을 알지 못해 처음부터 시작하는 비효율도 발생할 수 있어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BTP가 해왔던 B2B(Business to Business) 중계 역할에 시민과 소비자를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 원장은 “지역 혁신 주체들이 이뤄낸 성과가 왜 확산되지 않았는지를 돌이켜 보면 시민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직관으로 기술·제품 개발을 추진하다 보니 시민이 소비자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시민의 아이디어가 BTP에서 기술로, 지역 기업에서 상품으로 구현돼 소비자가 활용하는 C2B2C(Citizen to Business to Consumer) 구조를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보겠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운영 방안은 사회학을 전공한 김 원장이 공학 기술을 주로 다루는 BTP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한 끝에 나왔다. 김 원장은 “원장을 맡을 때 부담이 많이 됐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도 혁신은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있다고 하지 않았나. BTP에 기술적 기반은 이미 갖춰졌고, 인문적 상상력을 더한 ‘융합’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내가 선택됐다고 생각한다. 부산 경제를 위한 착한 중매쟁이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