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배경 作 ‘어디에도 없는 시간’
- 자기만의 색깔 확실한 차기작 구상
역대 부산독립영화제 대상을 살펴보면 크게 두 흐름이 존재한다. 감독이 일군 작업세계의 성취를 인정하는 경우, 또는 역량 있는 새로운 감독을 발굴하는 경우. 올해 부산독립영화제는 후자의 손을 들어줬다. 2019년 ’모아쓴 일기’ 이후 두 번째 작품 ‘어디에도 없는 시간’으로 제23회 부산독립영화제 대상을 거머쥔 장태구(30) 감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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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독립영화제 대상을 받은 장태구 감독이 작품 제작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대상을 받을 거란 생각은 전혀 못했어요. 다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생긴 점이 제일 좋아요. 상을 받고 더 잘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제 영화를 보여주는 게 쑥스럽고 방어적인 마음이 들고 아직 감독이라고 하면 어색하거든요. 영화로, 감독으로서 민망하지 않을 정도의 입지를 만들고 싶어요.”
수상작 ‘어디에도 없는 시간’은 21분짜리 단편영화다. 이 영화를 처음 만든 시점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화제작동아리 ‘칸타삐아(Cannnetapia)’에서 장 감독을 포함한 4명이 각자 ‘인물은 여자 2명, 장소는 순천’이란 설정으로 5분씩 옴니버스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때 장 감독이 만든 부분만 따로 떼어내 3년 뒤 인물들의 현재 모습을 추가해 작품을 완성했다.
영화는 서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인물의 일상을 비추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부산에 사는 주인공 승미와 서울 회사에 취업해 만나지 못한 친구 정현, 3년 전 둘이 함께 했던 여행이 교차된다. 마스크 쓰고 카페에서 일하거나 혼자 먹방을 보면서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현재와 마스크 없이 여행 중인 둘의 회상 장면을 보다 보면, 코로나19로 달라진 우리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과거에 같이 있었는데 지금은 혼자 놓여져 있는 인물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가까운 관계였는데 자연스럽게 멀어져 가는 모습을 담으면 관객들이 공감할 것 같았어요. 영화엔 동아리 친구들도 나오고 저희집 고양이, 아빠 엄마도 나오는데 제 소중한 사람들을 담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영화엔 감독이 살고 있는 온천장을 비롯해 구포 기찻길, 우암동 부두 등 부산 곳곳이 등장하는데, 장면장면이 마치 작품 사진처럼 높은 영상미를 보여준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감독의 장기가 십분 발휘됐다.
부산 출신인 장 감독은 대학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서울에 갔다가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 영화제작동아리 ‘아그로(Agro)’에서 활동하며 영화 현장에 몸 담게 됐다. 2016년 부산에 내려와 영화의전당 아카데미 영화제작워크숍을 수료했다.
“감독으로서 이제 한발 내디딘 느낌이에요.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 마음이 반응하는 걸 소재로 삼아 100% 진실되진 못하더라도 가짜이지 않게 노력하려고 합니다. 다음 영화는 제가 좋아하는 중앙동 독립서점 등을 배경으로 사라져가는 동네와 인물들을 그리는 것을 구상하고 있어요. 앞으로 ‘보헤미안의 삶’을 만든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처럼 자기만의 색깔이 확실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누구도 할 수 없는 저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은데…. 죽을만큼 노력해야죠”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