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 산청, 하동과 전남 구례, 전북 남원 등 3개도 5개 시군에 자리 잡은 지리산 둘레를 연결하는 총 274㎞의 둘레길이 완전히 연결돼 25일 개통식을 가진다. 그동안 남원, 함양, 산청은 대부분 구간이 연결됐고 이번에 개통된 구간은 하동과 구례의 일부 구간으로 하동의 대축~원부춘, 원부춘~가탄과 하동 가탄~구례 송정, 구례 송정~오미, 오미~당재, 남원의 주천~산동 구간 중 주천에서 밤재 사이의 길이 연결됐다. 2008년 4월 전북 남원 산내와 경남 산청 수철을 잇는 71㎞의 시범구간이 개통된 뒤 4년 만이다.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은 이번에 개통한 구간 가운데 하동 악양과 화개에 걸쳐 있는 대축~원부춘 구간과 원부춘~가탄 구간을 답사해 두 차례로 나눠 소개한다.
지리산 둘레길은 그동안 주능선과 정상 등정 위주의 산행으로 국립공원인 지리산이 훼손되는 현실에서 등산 동호인의 발걸음을 외곽으로 돌리고 지리산을 보호하는 생태지역을 만든다는 취지로 조성됐다. 먼저 개통한 둘레길은 지리산을 한발 떨어져 바라보고 완만한 길을 걸을 수 있어 다양한 연령대가 찾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답사한 대축에서 가탄까지의 두 구간은 고도 차이가 상당해 다른 구간처럼 편안한 차림새로 답사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편안한 신발과 복장 대신 등산 채비를 하고 가는 게 고생을 더는 길이다.
■고도 600m 오르내리는 쉽지 않은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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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축마을을 출발해 악양천 둑길을 따라가다 보면 왼쪽으로 너른 평사리들과 그 뒤에 우뚝 솟은 형제봉 능선이 바라 보인다. 오른쪽의 잘록한 곳은 묵계로 넘어가는 회남재다. |
이 가운데 먼저 답사한 대축~원부춘 구간은 출발지인 섬진강 변의 대축마을이 해발 100m가 채 되지 않지만 최고점인 형제봉 자락의 고개는 750m에 이른다. 또 구간이 끝나는 원부춘마을은 해발 300m 아래이다. 해발 100m에서 출발해 750m까지 오른 뒤 다시 200m대로 내려가는 길로 여느 둘레길 구간과는 달리 어지간한 봉우리를 오르는 산행에 버금간다. 둘레길 안내 표지는 여느 구간과 마찬가지로 잘 돼 있어 길을 헤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갈림길이 없는 구간에는 이정표가 거의 없지만 마을을 지나는 길에는 길이 꺾이는 지점마다 이정표가 방향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대축~원부춘 구간은 하동군 악양면 대축마을 입구에서 출발해 평사리 들판을 왼쪽에 끼고 악양천을 따라가다가 푸조나무 보호수~입석마을~최참판댁 갈림길~말바위~서어나무숲~웃재~조운사를 거쳐 원부춘마을회관에서 마무리한다. 전체 답사거리는 8.5㎞ 정도로 답사 시간은 4시간~4시간30분, 휴식을 포함하면 5시간~5시간30분 걸린다.
이번 둘레길 답사는 시계 방향으로 걸었다. 참고로 이정표의 빨간색 화살표는 지리산 둘레길을 시계 방향으로 가리키고, 검은색 화살표는 시계 반대 방향이다. 출발은 악양 대축마을 입구 표지석이다. '대축마을의 유래'가 새겨진 마을 표지석과 '악양 대봉감 정보화마을' 안내판이 서 있다. 여기서 동쪽으로 가면 둘레길 대축~삼화실 구간을 걸을 수 있다. 출발 지점에서부터 평사리 들판 너머 형제봉(1115.5m)이 우뚝 선 모습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원부춘으로 가는 둘레길은 들어온 길을 되짚어 100m쯤 간 뒤 최참판댁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 축지교를 건넌다. 다리를 건너면 정면에 이정표와 둘레길 안내판이 있다. 길은 여기서 두 갈래로 갈라진다. 왼쪽은 동정호와 최참판댁을 거쳐 둘러오는 길이고 오른쪽은 입석마을을 거쳐 바로 오르는 길이다. 왼쪽 길이 1.7㎞ 더 길다. 두 길은 입석마을 바로 위에서 만난다. 취재팀은 오른쪽 길로 접어들었다.
■입석마을 지나면 평사리들·백운산 시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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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석마을을 벗어난 취재팀 뒤로 광양의 산들이 보인다. |
오른쪽에 악양천을 접하고 왼쪽으로는 평사리 너른 들판을 두고 걷는다. 정면에는 멀리 묵계로 넘어가는 잘록한 회남재, 그 왼쪽으로 능선이 이어지다가 우뚝한 형제봉과 뾰족한 신선대가 솟은 모습이 보인다. 콘크리트 둑길을 10여 분 걸어가면 길이 왼쪽 마을 방향으로 휘며 악양천과 헤어진다. 200m쯤 가서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 논 사이로 난 길을 올라간다. 공사 중인 도로를 건너면 입석마을 표지석이 서 있다. 그 왼쪽으로 대숲 길을 4~5분 오르면 수령 300년의 보호수 푸조나무가 선 옆에 정자와 평상, 벤치가 있다. 내내 햇볕을 받으며 온 끝이라 시원한 그늘이 반갑다. 이곳을 전후해서는 마을 길이라 차량 통행이 잦으니 조심해야 한다. 잠시 뒤 형제봉주막이 나오면 왼쪽으로 오른다. 5분 정도 입석마을 안을 가로질러 오르면 아스팔트 포장이 끝나고 두 갈래 콘크리트 임도가 나타난다. 둘레길은 왼쪽이다.
감나무 사이로 5분가량 오르면 최참판댁으로 돌아온 길과 다시 만난다. 길은 계속 오르막이다. 뒤를 돌아보면 처음으로 섬진강이 살짝 시야에 들어온다. 입석아랫저수지를 지날 즈음 평사리 들판과 칠성봉, 섬진강 건너 광양 백운산과 억불봉이 보인다. 보문사 표지석이 서 있는 Y자 갈림길에서는 오른쪽 위로 간다. 가파른 콘크리트 임도를 6~7분 오르면 쉼터가 나타난다. 굵은 나무 그늘에 평상과 벤치가 설치돼 있다. 바로 아래엔 화장실도 있다. 여기서 100m쯤 올라가 삼거리에서 왼쪽 위로 올라가면 비로소 흙길이 시작된다. 이정표에 대축 3.65㎞, 원부춘 4.90㎞로 표기돼 있다. 잠시 감나무밭을 지나면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여기서부터 원부춘마을까지는 산행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3~4분 가면 길가에 선 넙득한 바위에 빨간 스프레이로 '산불조심'이라고 쓴 말바위를 지난다. 이후로는 별다른 갈림길 없이 계속 오르막이다.
■웃재부터 한동안 사면 따라 오르락내리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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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재를 지나면서 사면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한다. 위험한 곳은 돌로 쌓아 넓은 길을 만들었다. |
말바위에서 10여 분 가면 울창한 서어나무 숲을 지난다. 그늘이라 시원하긴 해도 조망은 어렵다. 드문드문 완만한 길도 나오지만 대체로 가파른 길의 연속이다. 가파른 오르막을 30여 분 더 가면 왼쪽 사면에 길게 누워 있는 상사바위를 지나 곧 형제봉 주능선 위의 웃재에 도착한다. 마지막 쉼터를 지난 뒤 외길 산행로에서는 보이지 않던 둘레길 이정표가 고개에 올라서면 다시 나타난다. 오른쪽으로 가면 신선대를 거쳐 형제봉이다. 둘레길은 정면으로 내려간다. 100m쯤 가면 오른쪽에 높이 선 바위 맞은편에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인 좁새바위가 있다. 이후로는 산 사면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웃재를 지났다고 오르막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만만찮은 오르막이 몇 차례 나타난다. 웃재의 고도가 GPS상 해발 650m 정도인데 원부춘으로 내려서기 전 가장 높은 지점이 750m가량 된다. 중간중간 멋진 자태를 자랑하는 바위와 섬진강 전망대가 여럿 있다. 흙길과 바윗길을 번갈아 가며 40분 정도를 가면 길 좌우로 큰 바위가 호위하듯 서 있는 곳을 지난다. 5분 정도 더 가면 이정표(대축 6.21㎞, 원부춘 2.34㎞)가 서 있다. 흙길, 돌길, 돌계단길이 뒤섞인 길을 따라 서서히 고도를 낮춘다. 10여 분 가니 고로쇠 물을 받는 곳인 듯 파이프가 어지러이 널려 있다. 여기서부터는 본격적인 내리막이다. 15분가량 고통스러울 정도로 긴 돌계단 길을 내려서면 마른 계곡을 건너면서 길이 다소 완만해진다. 이내 물이 흐르는 계곡을 만난 뒤로는 계곡을 따라 내려간다. 30여 분 정도 내려가면 너른 바위에 평상과 벤치가 있다. 바로 아래 조운사에서부터 콘크리트 임도로 10분 정도 내려가면 대축~원부춘 구간이 끝나는 원부춘마을회관 앞이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 떠나기 전에
- 마을 지나다 농작물 손대는 일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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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지날 때 자주 만나는 안내판. |
이번에 개통한 지리산 둘레길 대축~원부춘 구간과 원부춘~대축 구간을 걷는 동안 길을 따라 이정표만큼 많이 서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둘레길 주변 밭이나 과수원의 농작물을 손대지 말아 달라는 당부의 안내판이다. 마을 주변을 지나는 길에는 짧게는 수십 미터 간격으로 촘촘하게 '농작물에 손대지 말아 주세요. 마을주민께서 애써 가꾼 자식과 같은 재산입니다'란 안내판이 서 있다. 대축마을을 출발해 입석마을로 가는 길은 초반부터 탐스럽게 열린 매실이 눈에 들어왔다. 이어서 길은 잇따라 감나무밭과 밤나무밭을 지나간다.
대부분의 탐방객은 양식을 지키지만 이토록 당부해도 꼭 손을 대는 이들이 있다. 근교산 취재팀이 소개한 등산로 가운데도 등산객의 농작물 절취에 견디다 못한 마을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해 길을 막은 곳이 더러 있다. 애써 만든 둘레길이 몇몇 몰지각한 사람 때문에 폐쇄되거나 코스를 바꾸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둘레길이 마을을 지날 때는 길이 헷갈리지 않도록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꼼꼼하게 이정표를 설치해 두었다. 그런데 이정표에는 대부분 그 구간의 시점과 종점인 두 개 마을이 표기돼 있고 일부는 지나가는 중간의 마을 이름이 표기돼 있다. 아쉬운 점은 웃재를 지나기 전후해 산길에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 사연이 전해져 오는 바위가 여럿 있는데 탐방객은 도통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좋은 이야깃거리를 두고도 실제 걸으면서 보고 느낄 수가 없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단순히 걷기만 하는 둘레길이 아니라 '스토리가 있는' 길이 돼야 한다.
◆ 교통편
- 하동서 악양행 버스 타고 대축마을서 하차
대축마을로 가려면 일단 하동까지 가야 한다.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하동 가는 버스는 오전 7시부터 대략 1시간 간격으로 있다. 소요시간 2시간 30분, 요금 1만800원. 하동에서 대축마을을 가려면 악양행 버스를 타고 가다 대축마을에서 내리면 된다. 오전 7시40분에 첫차가 출발하고 이후 8시, 9시30분, 10시, 11시, 낮 12시40분 등에 출발한다. 소요시간20분. 원부춘에서 하동으로 가는 버스는 오후 3시5분 한 대밖에 없다. 시간 맞추기가 어려우므로 택시를 이용해 화개로 간 뒤 다시 하동이나 부산 가는 버스를 타는 것이 편리하다. 요금은 7000~8000원. 하동읍으로 바로 가면 요금이 배가량 나온다. 택시 화개면 (055)883-2332, 883-2240, 하동읍 (055)88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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