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변공원~마분산~도초산~원점
- 약 16㎞ 6시간가량 소요 코스
- 누렁이가 다녔다는 개비리길
- 곽재우장군 의병 일으킨 현장
- 6·25전쟁 상흔 간직 남지철교도
- 도초산 정상 확트여 360도 조망
- 수변공원 유채·억새밭 등 볼만
사람만 길을 열어가는 것은 아니다. 때론 동물도 길을 연다. 사람처럼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고 본능에 충실해서일까. 동물의 길이 사람의 길보다 더 편리하고 아름다운 경우도 있다. 이번 산행 구간에 포함된 경남 창녕군 남지읍 '개비리길'이 그런 곳이다. 남강이 낙동강을 만나 몸을 섞는 기강(岐江) 유역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이 길은 용산마을에서 영아지마을까지 길이 약 2.4㎞, 높이 수십 m의 수직 벼랑의 중간에 나 있다. 너비가 1m 안팎으로 매우 좁지만 푸른 강물과 그 위로 우뚝 솟은 거무스름한 빛깔의 단애(斷崖), 그리고 만추의 풍광이 어우러져 보기 드문 절경을 연출한다. '기강단애'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곳 경치는 '남지 8경'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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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지 개비리길. 남강과 낙동강이 합류하는 기강 유역의 벼랑 중간에 나 있는 이 길은 수려한 강의 풍광을 보며 걸을 수 있어 매력적이다. |
'비리'는 벼랑의 경상도 사투리인데, 개비리길은 '개가 다니는 벼랑길'을 뜻한다. 여기에는 전설이 서려 있다. 영아지마을의 한 노인이 키우던 누렁이가 새끼를 11마리나 낳았다. 그중 한 마리가 유독 작은 탓에 형제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아 어미 젖도 제대로 못 얻어먹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노인은 강아지들을 시장에 내다 팔면서 따돌림 당한 놈은 남겨 놓았다. 마침 이웃마을로 시집간 딸이 친정에 다니러 왔다가 그 강아지를 보고는 키우겠다며 가져갔다. 그 다음 날부터 하루에 한 번씩 어미 누렁이가 딸의 집에 나타나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게 아닌가. 신기하게 여긴 마을사람들이 어느 눈 내린 겨울날 누렁이를 뒤따라가 보니 폭이 좁고 가팔라 눈이 쌓이지 않는 벼랑길로 왕래하고 있었다. 그 후로 이 길에 '개비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런데 개라는 말에는 '강이나 내에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이라는 뜻도 있다. 이를 미루어 바다와 멀지 않은 이곳에 원래 벼랑길이 나 있었는데 좁고 위험해 잘 다니지 않다가 누렁이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이용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개비리길은 임진왜란과 6·25전쟁 때 격전이 벌어졌던 수난의 현장이기도 하다. 1592년 임란이 발발하자마자 의병을 일으킨 망우당(忘憂堂) 곽재우(郭再祐·1552~1617) 장군은 개비리길이 있는 마분산(馬墳山)에 토성을 쌓고 왜적과 싸워 승리를 거뒀다. 당시 망우당은 왜적의 총탄에 맞아 죽은 자신의 애마를 토성 안에 묻었는데, '마분(말무덤)'이란 산 이름은 거기서 유래됐다. 6·25 때는 부산을 점령하기 위해 창녕으로 밀고 내려온 북한군에 맞서 아군이 배수진을 치고 싸운 끝에 가까스로 저지할 수 있었지만 강이 피로 물들 정도로 큰 희생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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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비리길 죽림쉼터 |
이번 산행은 남지수변공원과 개비리길을 거쳐 마분산(180m)과 도초산(166m) 정상에 올랐다가 출발지로 되돌아오는 코스다. 총거리는 약 16㎞, 소요시간은 6시간가량이다. 산이 야트막해 별로 힘이 들지 않는 데다 출발지점부터 수려한 경관이 펼쳐져 시종 즐거운 마음으로 산행을 할 수 있다. 출발지점에는 창녕과 함안을 잇는 남지철교(등록문화재 제145호)가 있다. 1931년 만들어진 이 철교는 6·25 때 폭격으로 부서지기도 했지만 복구돼 현재 자전거도로 및 인도교로 사용되고 있다. 산행구간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철교 건너 함안 강변의 용화산 경치가 빼어나다. 강 속에 깎아지른 벼랑을 담그고 있는 산은 작고 아담하지만 기상은 자못 웅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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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초산 정상의 강 조망. |
산행은 남지수변공원을 관통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60㏊(18만 평)에 달하는 광대한 수변공원에는 유채밭과 튤립공원, 억새밭 등이 조성돼 있다. 출발지인 남지철교 입구부터 30분가량 거리의 갈림길 3곳에서 모두 왼쪽으로 진행한다. 그 이후 10분가량 거리의 갈림길 2곳에서는 모두 오른쪽으로, 그다음 10분가량 거리의 갈림길 3곳에선 죄다 왼쪽으로 가면 수변공원 반환점에 이른다. 반환점 오른쪽에는 억새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남강을 받아들여 동쪽으로 유장한 흐름을 이어가는 낙동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를 지나면 창나루 주차장인데, 개비리길 입구다. 20분쯤 가면 용산양수장이 나오고, 570m가량 더 걸으면 옹달샘쉼터에 닿는다. 여기서 760m가량 떨어진 곳에 죽림쉼터가 있다. 비록 규모가 작긴 하지만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하게 자란 대숲의 청신한 기운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죽림쉼터를 지나면 강과 벼랑이 만나 빚어내는 길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1㎞가량 걸으면 마분산으로 이어지는 개비리길 종점에 도달한다. 10분가량 산에 오르면 영아지 전망대가 나오고, 5분쯤 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30m가량 내려가면 임도를 만난다. 임도를 따라 30분가량 올라가다 오른쪽 산길로 접어든다. 80m가량 진행하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5분쯤 더 가면 길바닥에 소 먹이러 온 목동들이 이름을 새겨놓은 평평한 돌 두 개를 볼 수 있다. 5분쯤 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조금 올라가면 마분산 정상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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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지 유채밭. |
왔던 길을 다시 내려와 '목동이 쓴 이름돌'을 지나 오른쪽에 솟은 봉우리에서 하산한다. 5분쯤 후 만나는 임도를 따라 30분가량 가다 오른쪽 산길로 진입한다. 30m가량 떨어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틀어 산을 오르면 20분가량 후 도초산 정상에 도달한다. 산은 낮지만 사방이 확 트여 360도 조망이 가능하다. 비슬산 화왕산 영축산 함박산 종암산 덕암산 천마산 청룡산 천주산 무학산 여항산 서북산 자굴산 등 창녕은 물론 마산과 대구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정상에서 20분가량 내려오면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5분쯤 걸으면 홍정저수지에 이른다. 도로를 따라 40분가량 걸으면 남지수변공원으로 되돌아온다.
◆떠나기 전에
- 낙강칠리·율림청풍 등 남지8경 사자성어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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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지철교 건너편으로 보이는 능가사의 단애. |
'낙강칠리(洛江七里)'. 시남리의 오여정(吾與亭)에서부터 개비리 벼랑을 거쳐 창암까지 약 2.8㎞에 이르는 남지 낙동강변의 절경을 말한다. '남지 8경'을 소개하는 사자성어가 눈길을 끈다. '사자성어 8경'은 남지수변공원에 세워진 안내판에 적혀 있다. '율림청풍(栗林淸風)'은 해방 전후 지금의 상남·대신동 일대에 조성돼 있던 밤나무밭의 여름철 그늘과 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묘사한 글이다. 저물녘 물고기와 각종 상품을 가득 싣고 우강 쪽에서 올라오는 돛배를 뜻하는 '상포귀범(上포(땅이름 포)歸帆)'에는 수묵화적인 정취가 스며 있다.
백사장에 내려앉는 기러기 떼의 군무(백사낙홍·白沙落鴻), 도초산의 저녁 노을(도초모운·道草暮雲), 옛 동보호에 휘영청 뜬 보름달(동보만월·東步滿月) 같은 사자성어에도 묘미가 깃들어 있다. 여기에다 기름진 남지 들판을 의미하는 '영남옥토(嶺南沃土)'와 위의 산행기사에서 언급한 '기강단애'를 합쳐 '남지 사자성어 8경'을 이룬다.
◆교통편
- 서부터미널서 창녕행, 남지터미널서 하차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창녕행 시외버스를 타고 가다 남지터미널에서 내린다. 시외버스는 오전 7시, 7시50분, 8시40분, 9시20분 등 40~5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남지터미널에서 산행 출발지인 남지수변공원 내 남지철교 입구까지는 약 600m 거리다.
문의=스포츠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