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어사 출발 3대 보물 탐방코스
- 힘찬 필치의 의상대 글씨 보고
- 옛전설 간직한 원효석대 지나
- 금샘 오르면 멀리 서낙동강 성큼
- 계명봉서 경동아파트 쪽 하산길
- 홀로 남은 수탉바위 외로이 우뚝
"'범어삼기(梵魚三奇)'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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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정산 원효암 왼편 능선에 있는 의상대. 이곳에 서면 부채살 모양으로 펼쳐진 부산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와 함께 영남의 3대 사찰이자 우리나라 화엄종 10대 사찰의 하나인 부산 금정산 범어사 주위에 세 가지 기이한 보물이 있다. '원효석대(元曉石臺·525m)', '암상금정(巖上金井·710m)', '자웅석계(雌雄石鷄·450m)'다. 이번 주엔 범어삼기를 찾아가는 '미션 산행'을 한다. 눈 닿는 산마다 비단 펼친 듯 화사한 6월, 산행에 변화를 좀 주고자 하는 시도다.
원효석대는 범어사 부속 암자인 원효암 뒤편 20여 m 높이의 바위 위에 있는 납작하고 평평한 돌이다. 한 사람이 족히 앉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인데, 누군가 일부러 가져와 얹어놓은 것 같다. 원효(元曉·617~686) 대사가 좌선하던 곳이라는 전설이 내려온다. 만일 이 전설이 사실이라면 원효대사의 도통을 확인하는 증거가 된다. 보통 사람은 접근하기 힘든 곳이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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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상금정 |
암상금정은 '금샘'을 일컫는다. 금정산성 북문에서 고당봉으로 300m가량 오르다 고당샘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100m쯤 가면 나온다. 우뚝 솟은 바위 위에 빗물 등 풍화 작용으로 작은 구멍이 뚫려 마르지 않는 샘처럼 늘 물이 고여 있다. 금빛 나는 물고기가 하늘에서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깃든 곳으로,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성소다.
자웅석계는 또 다른 범어사의 부속 암자인 계명암 왼쪽 벼랑 위에 있는 닭 모양의 작은 바위다. 678년(신라 문무왕 18) 범어사를 창건한 의상(義湘·625∼702) 대사가 절에 주석할 때 한 쌍의 닭이 계명봉 기슭에서 새벽마다 홰치며 울었는데, 그 닭들이 돌로 변한 자리에 암자를 지었다고 한다. 자웅석계 중 암탉 바위는 일본인들이 부숴 버려 수탉 바위만 남았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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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효석대 |
산행은 범어사를 출발해 원효석대, 암상금정, 자웅석계를 차례로 탐방한 뒤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총거리는 약 10㎞로 4시간가량 걸린다. 세 곳을 꼭지점 삼아 선으로 연결하면 삼각형이 된다. 피마미드나 하구의 삼각주 등이 떠올라 신비한 느낌이 든다. 기온이 많이 올랐지만 아직 그리 덥지 않은 데다 녹음이 짙은 그늘을 드리워 걷는데 별다른 불편이 없다.
북문으로 이어진 범어사 왼쪽 산길로 접어든다. 50m쯤 걷다 삼거리에서 원효암 쪽으로 향한다. 원효암 가는 길은 하늘을 가린 숲 틈새로 햇살이 은은히 쏟아져 내려 정취가 자못 그윽하다. 홀쭉한 통나무로 덩그러니 세워놓은 문을 지나 30분쯤 산을 오르면 왼쪽 능선에 우뚝 솟은 암봉이 있다. '의상대'다. 바위 위에는 용이 꿈틀대는 듯한 힘찬 필치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곳에선 동문과 남문으로 뻗은 금정산의 능선과 오륜대, 광안대교 등 부채살처럼 펴진 부산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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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웅석계 |
반대쪽 원효암으로 걸음을 옮긴다. 암자 입구의 공터와 암자 안에 삼층석탑 2기가 세워져 있다. 10세기경에 건립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 탑은 기단과 상륜부는 사라지고 지대석과 탑신부만 남아 있다. 원효석대에 오르는 길은 험난하다. 바위 귀퉁이를 잡고 간신이 꼭대기에 올라와서야 수십 m 절벽을 사이에 두고 석대를 마주 대할 수 있다. 고개를 들면 석대 좌우로 멀리 암상금정과 자웅석계가 자리한 고당봉(801.9m)과 계명봉(599.5m)이 보인다.
통나무 문까지 되돌아 나와 북문으로 오른다. 북문과 고당샘을 지나 금샘으로 가는 도중 갈림길에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왼쪽은 고당봉을 우회하는 길이다. 금샘 곁에 올라서면 의상대보다 시야가 더 넓어진다. 의상대에서는 보이지 않던 북문 광장과 서낙동강이 가시권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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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효암 3층석탑. |
금샘에선 오른쪽으로 하산한다. 5분쯤 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3분쯤 걸으면 높이가 2m 넘는 늘씬한 바위를 만난다. 보기 드문 남근석이다. 이 바위를 구경한 뒤 갈림길로 되돌아나와 오른쪽으로 나아간다. 10분쯤 걷다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20분쯤 후 사거리에서 계명봉으로 직진한다. 30분가량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 계명봉에 닿는다.
계명봉에서는 경동아파트 쪽으로 하산한다. 20분쯤 내려가면 계명암에 이른다. 경내에 들어서기 전 벼랑가에 자웅석계 중 홀로 남은 수탉 바위가 있다. 범어사와 주변 부속 암자들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다. 조망이 좋은 만큼 범어사 스님들에게 새벽을 알리려 한 닭이 울기에도 최적의 장소다.
범어삼기를 보물로 꼽는 이유는 뭘까? 삼기의 형상이나 전설도 보물로 삼기에 충분할 만큼 신비롭지만, 그보다 더 큰 요인은 조망일 것 같다. 범어사 일대 금정산의 절경을 포착하기에 삼기만한 장소가 없다. 삼기를 다 둘러보고 나서 드는 확신이다. '범어삼기 산행'은 그래서 눈이 즐겁고, 찾아가는 발도 즐겁다.
# 주변 가볼만한 곳
◇ 범어사 독성전 매화꽃 새긴 문살, 꽃향기 뿜어낼 듯
- 대웅전은 우물 정자형 문살
- 팔상전은 마름모꼴로 '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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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성전 소슬매화살문. |
범어사를 미시적으로 들여다보자. 그럴 경우, 볼거리가 많지만 문살에 초점을 맞춘다. 대웅전 왼편에 팔상전, 독성전, 나한전이 연달아 들어선 한 채의 건물이 있다. 이 중 독성전의 문살이 특히 눈길을 끈다. 살을 비스듬히 댄 빗살과 수직으로 댄 날살을 엇갈리게 짠 문살 위에 매화를 조각해 덧붙인 '소슬매화살문'이다. '소슬'이란 '도드라지다' '돋아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불교에서만 숭상하는 신앙 대상인 나반존자를 모신 독성전의 문살은 범어사 경내 다른 전각들과 달리 매우 화려하다. 바로 옆 팔상전의 문살은 꽃무늬 장식 없이 빗살을 교차시킨 마름모 문양이다. 대웅전의 문살 역시 날살과 수평의 띠살이 우물 정자 꼴로 짜여 있어 수행 공간다운 담백한 맛이 우러난다.
게다가 독성전에는 소슬매화살문 앞에 좁은 간격을 띄워 기둥 사이에 아치형의 문틀을 설치해 이채를 더한다. 아치 문틀과 기둥의 빈틈은 모란꽃을 새긴 나무 장식품으로 메웠는데, 그 장식품을 남녀 두 명이 양쪽에서 두 손을 들어 떠받치고 있다. 이렇듯 대단한 숭앙을 받는 나반존자는 어떤 존재일까.
육당 최남선(1890~1957)은 "국조 단군이 산으로 들어가서 산신이 되었다고 하는데, 불교가 들어오면서 절의 불전 위 조용한 곳에 전각을 세우고 산신을 같이 모셨다"며 나반존자를 단군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불교계 일각에서는 나반존자를 복을 줄 수 있는 아라한의 한 사람으로 보고 있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