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배고개 육거리서 금륜사까지
- 새로 만들어진 양산 누리길 참신
- 평탄하고 호젓한 숲 매력 가득
- 장군봉 오른 뒤 돌아오는 9㎞
- 금정산 능선 중 가장 험준하지만
- 광안대교·낙동강 하구 등 조망
- 고당봉 등 부산쪽 능선도 수려
비몽사몽. 지난 한 달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낮 최고기온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지속된 데다 밤에도 최저기온 25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가 이어졌다. 급기야 지난 14일에는 기상 관측을 한 지 112년 만에 부산의 낮 최고기온이 37.3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전기료 폭탄'이 걱정돼 집에선 에어컨 한 번 속 시원하게 틀 수 없었으니 그럴 만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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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정산 장군봉 아래 장군평전. 아직 한낮에는 햇볕이 따갑지만 부는 바람은 서늘한 기운을 머금고 있어 본격적인 가을을 예고했다. |
하지만 흐르는 시간을 거스를 순 없는 법. 그토록 기세등등하던 여름이 꽁무니 빼는 것을 봤다. 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처서(處署)였던 지난 23일, 금정산 장군봉(737m) 아래 억새밭(장군평전)에서다. 한낮의 드넓은 억새밭에는 여전히 지열이 풀풀 날리고 구름도 더위에 지쳐 조는 듯 낮게 드리웠지만, 부드럽게 피부에 와 닿는 바람결은 서늘한 기운을 머금어 가을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했다.
억새 또한 아직 덜 자라 가장 키가 큰 게 어른 허리 정도에 불과했지만, 바람에 흔들리며 내리쬐는 햇살을 흩뜨려 놓는 은빛 머리에선 가을의 전설이 영글어 가고 있었다. 몇 차례 흠뻑 비를 맞고 햇볕에 몸을 말리길 되풀이하노라면 다음 달 하순에는 어른 키를 덮을 만큼 무성해진 억새의 군무를 볼 수 있을 듯했다.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맑아지고 몸에 힘이 솟았다. 여름은 그렇게 조금씩 스러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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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배고개 육거리에서 금륜사로 이어지는 신설 등산로. |
이번 주에는 목전에 다가온 가을을 맞으러 가는 산행을 한다. 더위 먹은 심신을 추스르는 여름 정리 산행이기도 하다. 참신함을 더하기 위해 산행 초반에 새로운 길을 넣어 코스를 꾸몄다. 부산 금정구 청룡동 범어사 뒤편 사배고개 육거리에서 양산시 동면 금륜사까지 산 중턱을 가로질러 가는 3.1㎞ 구간이 그 길이다. 이 구간은 양산시가 2014년 관내 누리길의 일부로 신설했다.
누리길은 호포새동네~금륜사~남락마을~운봉산~천성산~은수고개~주남고개로 총거리가 37.6㎞에 달한다. 이번 산행은 범어사 주차장에서 시작해 사배고개 육거리와 금륜사를 지나 장군봉에 오른 뒤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총거리는 약 9㎞로 4시간가량 걸린다. 이 코스의 매력은 고당봉(801.5m)을 비롯한 부산 쪽 금정산 능선은 물론 양산 시가지와 낙동강 하류, 광안대교까지 조망하며 걸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금정산 능선 가운데 가장 수려하고 험준한 장군봉 능선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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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군봉 능선길. |
범어사 주차장에서 청련암과 내원암을 지나 고당봉 쪽으로 700m쯤 걸으면 사배고개 육거리가 나온다. 장군봉과 계명봉, 사송리, 금륜사, 고당봉 방향으로 길이 나뉘는 곳이다. 나무다리를 건너 금륜사 쪽으로 산행을 이어간다. 길은 좁지만 정비가 잘 돼 있어 평탄하다. 숲도 우거져 호젓하고 그윽한 운치를 풍긴다. 20분쯤 후 금륜사와 사송못둑으로 분기되는 갈림길을 만난다. 금륜사 쪽으로 30분가량 가면 금륜사와 은동굴로 갈라지는 관음보살 삼거리에 닿는다.
삼거리에서 400m쯤 걸으면 은동굴이다. 금륜사를 거쳐도 은동굴에 갈 수 있다. 금륜사와 은동굴의 거리는 500m쯤 된다. 은동굴 왼편으로 난 가파른 자드락길을 400m가량 오르면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주 능선에 올라선다. 능선에서 내려다보는 낙동강 하류의 경치는 장관이다. 오른쪽 멀리 하구의 삼각주가 보인다. 강원도 황지에서 발원해 천리벌판을 적시며 흘러온 낙동강이 양산과 김해를 지나 바다로 스며드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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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동굴. |
하구의 풍경은 장군봉으로 다가갈수록 뚜렷해진다. 그 길은 공룡의 등줄기처럼 날카로운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칼날 능선이다. 그런 능선길을 오르내리며 850m가량 걸으면 장군봉에 닿는다. 장군봉에서 억새밭을 지나 500m쯤 직진하면 갑오봉(718m)이다. 여기서 고당봉으로 가려면 오른쪽 능선을 타야 한다. 그 방향으로 길을 잡지 않고 갑오봉에서 범어사 쪽으로 곧장 하산한다. 15분쯤 내려가면 삼거리가 나오고, 거기서 30m가량 임도로 걷다 왼쪽 숲길로 들어서 10분쯤 걸으면 산행 초반 경유했던 사배고개 육거리에 다다른다.
◆주변 가볼만한 곳
- 범어사 밑 요산문학관, 책 3000여 권 도서실에 유품·자료전시실 갖춰
산행 출발지인 범어사 아래 금정구 남산동에는 요산(樂山) 김정한(金廷漢·1908~1996)의 문학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요산문학관(사진)이 있다.
1936년 신춘문예에 단편 '사하촌'이 당선돼 등단한 요산은 식민지 현실을 비판한 단편소설을 주로 썼다. 1966년에는 낙동강변에 사는 가난한 어민들의 생활과 수난을 생생하게 그린 '모래톱 이야기'를 발표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후 '인간단지' '수라도' 등 역작을 생산했다.
문학관은 3층 건물 중 1층에는 관람객이 차를 마시고 책을 볼 수 있는 북 카페, 2층에는 요산의 유품 120여 점과 작품세계를 설명하는 자료 전시실과 3000여 권의 장서가를 갖춘 도서실이 있다. 3층에는 일반인과 문인 등이 이용할 수 있는 집필실, 지하 1층에는 대관이 가능한 강당이 있다.
문학관 이용시간은 하절기(3월 1~10월 31일)에는 오전 9~오후 6시, 동절기(11월 1~ 2월 말)에는 오전 9~오후 5시다. 매주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051)515-1655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