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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근교산&그너머 <990> 양산 천성산

은빛 억새 춤사위에 화엄벌은 '야단' 원효봉은 '법석'

  •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
  •  |   입력 : 2016-09-07 19:08:19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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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놀이' 제격, 18㎞ 산행 코스

- 크고 작은 칼날바위 험준한 능선
- 화엄벌 황홀한 억새물결 눈부셔
- 천성산 허파 광대한 화엄늪 장관

- 등·하산길 여러 갈래 나뉘어져
- 이정표·본지 리본 반드시 확인을

환절기의 산만큼 빼어난 변검술사가 또 있을까? 기나긴 여름 숲을 빠져나와 능선에 오르니 거짓말처럼 서늘한 가을이 펼쳐졌다. 바림하듯 엷은 구름을 드리운 푸른 하늘을 머리에 인 드넓은 억새 고원은 바람의 쟁기질을 따라 골 깊은 은빛 물결을 토해냈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 천성산(千聖山) 화엄벌의 풍경이다. 지난 1일 찾은 화엄벌은 '깨달음의 바다'였다. 어른 키를 덮을 정도로 높이 자란 억새들이 폭염의 번뇌를 씻은 듯 털어내고 무애의 자유를 노래하며 일렁이고 있었다.

   
경남 양산시 화북면의 천성산 화엄벌. 광활한 억새밭에서 펼쳐지는 은빛 물결은 단풍과 함께 가을의 최고 절경으로 꼽힌다.
'천성의 전설'은 단지 전설로만 남은 게 아니었다. 1300여 년 전 벌어졌던 야단법석(野壇法席)이 재연되고 있었다. 천성산의 최고봉인 원효봉(920.7m)은 법석, 그 주위의 화엄벌은 야단. 화엄벌에서 원효대사(元曉大師·617∼686)의 화엄경 설법을 듣고 득도했다는 중국 당나라 승려 1000명이 억새로 환생해 대사가 불렀던 '무애가'를 합창하는 듯했다. 억새 바람 하늘 구름 등 만물은 하나였다. 하나가 모두이고, 모두가 하나인 화엄세상이었다. 찰나의 깨달음은 화엄벌과 포갠 하늘의 영원으로 승화됐고, 과거와 미래는 현재의 깨달음에서 서로 스며들고 넘나들었다.

이번 주 산행은 '가을맞이'가 아닌 '가을 놀이'다. 지난달 25일 금정산 장군봉에 올랐을 때 어른 허리쯤 자라 가을을 예고했던 억새(본지 26일 자 20면 보도)는 2주 지난 사이 가을 문턱을 성큼 넘어서 있었다. 산행은 양산시 평산동 내연경로회관 앞에서 시작해 원효봉에 오른 뒤 원효암과 무지개폭포를 거쳐 출발지로 되돌아오는 코스다. 총길이는 약 18㎞로 6시간30분가량 걸린다. 등·하산 과정에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본지가 소개하는 코스와 다른 곳으로 빠져들 수 있으니 반드시 본지 리본과 이정표를 확인해야 한다.

   
천성산 제2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내연경로회관 맞은편 천성산 등산로 입구로 들어선다. 100m쯤 지나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오른다. 10분가량 후 체육시설에서 오른쪽 길로 5분쯤 더 가면 약수터 사거리에 이른다. 사거리에서 가운데 능선길을 탄다. 15분가량 등산하면 등잔산 정상(479m)이다. 이어 10분쯤 하산하면 만나는 갈림길에서 천성산 2봉 쪽으로 오른다. 50분가량 후 임도에서도 천성산 2봉 쪽으로 계속 나아간다. 크고 작은 바위가 칼날처럼 솟은 험준한 능선이 이어진다. 30분쯤 후 사거리(767m)에서 천성산 1봉 쪽으로 방향을 튼다.

산비탈과 길섶에는 군데군데 작은 밭을 이룬 억새들이 산행팀을 환영하듯 흰머리를 흔들어 댄다. 10분가량 후 평산임도 사거리에서 은수고개 쪽으로 걷는다. 10분쯤 지나 삼거리에서 같은 방향으로 15분가량 하산하면 은수고개다. 여기서부터 능선으로 난 300m가량의 오르막길이 마지막 고비다. 이 구간을 지나 능선에 올라서면 드넓은 화엄벌이 열린다. 옆으론 앞서 지나왔던 능선이 천성산 2봉까지 공룡 등줄기처럼 뻗어 있고, 앞으로는 백마로 변한 억새들이 바람의 응원을 받으며 하늘과 맞닿은 원효봉을 향해 쉼 없이 내달린다. 원효봉까지 1.2㎞가량의 산행은 구름을 탄 듯 황홀하다. 걷는다기보다 억새의 은빛 질주에 몸을 내맡기는 시간이다. 잃는 것은 속진, 얻는 것은 자유다.

   
천성산 정상석.
원효봉에서 700m쯤 내려오면 삼거리다. 800m가량 앞에는 축구장 17.4배에 달하는 12만4000㎡ 크기의 광대한 화엄늪이 있다. 앵초 물매화 잠자리난 흰제비난 끈끈이주걱 이삭귀개 등 온갖 습지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천성산의 허파다. 삼거리에서 원효암 쪽으로 좌회전한다. 바람이 불면 억새밭 속에 난 길이 사라져버리니 이정표를 잘 살펴봐야 한다. 원효암까지 거리는 약 1.3㎞. 해발 750m의 고지에 자리 잡은 원효암은 신라 선덕여왕 15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고찰이다.

원효암에서 임도를 따라 800m쯤 내려오다 왼쪽 숲 속으로 들어선다. 하산길은 가파르다. 자칫 미끄러져 다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자드락길로 2.1㎞가량 하산하면 무지개폭포에 닿는다. 무지개폭포에서 장흥저수지 쪽으로 길을 잡는다. 1.4㎞쯤 걸으면 장흥마을이 나온다. 대근그린맨션, 경보아파트를 지나 원점으로 회귀한다.


◆주변 가볼만한 곳

- 천룡 승천한 홍룡폭포, 상중하 3단구조 '독특'

   
홍룡사 홍룡폭포.
천성산 남서쪽 기슭에 홍룡사(虹龍寺)가 있다. 원효대사가 673년(신라 문무왕 13) 창건한 절이다. 창건 당시 이름은 낙수사(落水寺)였다. 승려들이 절 옆 폭포에서 몸을 씻고 원효대사의 설법을 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임진왜란 때 불에 타 수백년 동안 절터만 남아 있다가 1910년대에 중창됐다. 대웅전 무설전(천수천안관음전) 관음전 산신전 등 건물들이 현존한다.

절 이름 홍룡(虹龍)은 천룡(天龍)이 폭포 아래 살다가 무지개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홍룡폭포는 상·중·하 3단 구조로 되어 있고 높이는 20m에 이른다. 물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물보라 사이로 무지개가 보인다. 그 모습이 선녀가 춤 추고, 황룡이 승천하는 것 같다고 한다. 폭포에서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관음보살을 친견했다는 설화도 전해진다.


◆교통편

- 노포동서 서창행 버스타고 덕계서 내려 회관까지 걸어

부산 금정구 노포동 시외버스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서 울산 서창 방면으로 운행하는 버스를 탄다. 평산동 덕계 상설시장 정류장에서 내려 산행 출발지인 내연경로회관까지 500m가량 걸어야 한다. 귀가할 때는 무지개폭포(매표소)에서 경동스마트홈까지 운행하는 16번 마을버스를 이용해 평산동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부산행 버스를 갈아타면 된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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