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산·설흘산·망운산 등에 가려
- 덜 유명하지만 조망 빼어나
- 정상 서면 북쪽으론 금오산
- 서쪽은 여수산단까지 보여
- 오르내림 반복되는 초반능선
- 산길 걷는 재미 제대로 느껴
지난 3월에는 눈이 내리고 한겨울 추위를 방불케 하는 매서운 바람이 불다가 하루 이틀 뒤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훈풍이 불었다. 널 뛰듯 오가는 날씨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자연은 묵묵히 봄을 선사한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이맘때면 대부분 산에 노란 생강나무 꽃은 자취를 감추고 진달래가 한창이다. 또 조금만 있으면 철쭉도 모습을 드러낼 테다. 이처럼 크고 화려한 색깔의 꽃도 눈길을 끌지만 봄의 초입에는 시선을 낮추면 낙엽을 뚫고 올라오는 야생화를 지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꽃 소식은 남쪽의 산일수록 빠른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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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비산으로 오르는 산길은 남해 서쪽과 남쪽을 조망하는 숨은 명소다. 아난티 남해 주차장 앞에서 출발해 처음 지나는 기왕산 임진성에서는 서쪽으로 천황산과 덕월마을, 여수까지 시야가 탁 트인다. |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이번에 경남 남해군의 귀비산(貴妃山·501m)을 찾았다. 이곳은 부산보다도 한두 주 빠르게 봄이 온다. 야생화도 부산 근교산보다는 훨씬 일찍 꽃망울을 터트린다. 틈틈이 고개를 숙여 야생화를 사진으로 담는 일은 산행의 큰 재미다. 남면과 남해읍의 경계에 있는 귀비산 정상은 남해에 숨은 조망의 명소이기도 하다. 금산이나 설흘산, 망운산의 그늘에 가려 있지만 귀비산도 섬산다운 빼어난 조망을 보여준다. 서쪽으로는 평산항 앞의 작은 섬들이 들어선 아기자기한 풍광과 멀리 여수 산업단지와 영취산, 그 남쪽으로는 여수 시가지를 지나 돌산도까지 길게 이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남쪽으로 시야를 돌리면 설흘산 왼쪽으로 깊숙하게 들어온 앵강만과 그 어귀에 있는 노도를 구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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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땡이재 도로를 벗어나 귀비산으로 오르는 임도의 진달래. |
이번 귀비산 산행은 아난티 남해 입구의 주차장 앞에서 출발해 임진성이 있는 야트막한 기왕산(起王山·105m)을 거쳐 시계 반대 방향으로 능선을 빙 돌아 정점의 귀비산을 오른 뒤 고실치에서 도로를 따라 내려온다.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초반의 능선은 산길을 걷는 재미에 흠뻑 빠지게 한다. 드물게 바위 능선을 지날 때는 탁 트인 조망을 누릴 수도 있다. 그러나 막바지 고실치에서 원점으로 돌아오는 도로는 남면에서 남해읍으로 들어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 차량의 통행이 잦은데 따로 인도가 없어 주의해야 한다. 상가리 북구, 남구마을을 거쳐 덕월마을로 오는 길은 다소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산행은 경남 남해군 남면 아난티 남해 주차장 앞에서 출발해 기왕산 정상~임진성~잔땡이고개~제주 고씨 문중묘~명산봉 아래 안내판~342m 봉~귀비산 정상~대부산 정상~이정표 삼거리~임도 만남~고실치~남구마을 삼거리~덕월마을 삼거리를 거쳐 아난티 남해 주차장으로 되돌아온다. 이번 구간은 전체 거리가 12.5㎞ 정도로 소요 시간은 5시간~5시간30분이다.
경남 남해군 남면 덕월리 아난티 남해 입구의 야외 주차장 앞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입구 왼쪽의 건널목을 건너면 편의점이 있다. 그 옆에 있는 임진성 코스 안내도 오른쪽 콘크리트 길로 올라간다. 짧은 오르막 끝에 한반도 바래길 안내도와 이정표(임진성 0.65㎞)가 있다. 흙길이 시작되는 이곳에서 정면 임도를 버리고 왼쪽으로 90도 꺾어 산길로 올라간다. 어둑한 숲 터널을 벗어나면 이장한 무덤 직전에 오른쪽 소나무 숲으로 올라간다. 낮은 돌담을 지나 곧바로 왼쪽으로 꺾으면 능선 방향으로 희미하게 길이 이어진다. 잠시 뒤 무덤이 있는 야트막한 봉우리가 기왕산 정상이다. 별다른 표식이 없는 정상을 지나 능선을 따라 5, 6분 가면 임진성 서문지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귀비산과 북쪽 천황산, 서쪽 바다 풍광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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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2m 봉을 지나 능선에서 바라본 맞은편의 귀비산 정상. |
임진성 동문지를 지나 콘크리트 길로 내려가면 잔땡이고개 아래 도로와 만난다. 왼쪽으로 50, 60m 내려가서 오른쪽 임도로 올라간다. 문중 묘를 지나 Y자 갈림길을 만나면 직진하는 왼쪽 길로 오른다. 곧 제주 고씨 문중 묘에 이어 이정표(귀비산 정상 2.73㎞)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급경사를 올라 야트막한 명산봉을 옆으로 돌아가 이정표와 돌담을 두른 무덤을 잇달아 지난다. 곧 바윗길을 지나면 남쪽으로 설흘산과 좌우의 앵강만·여수반도가 바라보인다. 정상에 무덤이 있는 342m 봉을 지나면 능선의 방향이 북쪽에서 동쪽으로 바뀐다. 골짜기 건너 귀비산 정상부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능선을 이어가면 송등산(617m)이 있고 귀비산 뒤로는 망운산이 우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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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막바지 대부산 정상에서 내려가는 급경사 길. |
능선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342m 봉에서 넉넉잡아 1시간이면 돌탑이 있는 귀비산 정상에 오른다. 사방으로 시야가 트인다. 북쪽으로는 남해읍이 보이고 그 너머로는 멀리 하동 금오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서쪽으로는 덕월마을 뒤의 천황산과 그 너머 여수 방향도 잘 보인다. 하산길은 중간중간 바윗길이 있지만 대체로 완만한 능선이다. 15분 정도 내려가다가 짧은 급경사를 오르면 바윗더미가 나무에 둘러싸인 대부산(452m) 정상이다. 나무 기둥에 로프를 설치한 급경사를 내려가 다시 야트막한 봉우리에 오르면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의 왼쪽 천황산 방향이 아닌 오른쪽 길로 내려가면 곧 임도와 만난다. 왼쪽으로 꺾어 임도를 따라 40분가량 내려가면 고실치에서 아스팔트 도로와 만난다. 체력이나 시간상 여유가 있다면 천황산(395.2m)에 올라갔다가 덕월마을로 내려가도 된다.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20분 정도 가면 임진성이 보이는 남구마을 삼거리에서 오른쪽 스포츠센터·서면 방향으로 간다. 덕월마을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출발했던 아난티 남해 입구에 닿는다.
◆교통편
- 부산서 남해터미널 간 뒤 가천행 버스로 갈아타고 오리마을 정류장서 하차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남해읍으로 가서 다시 아난티 남해 입구로 이동해야 한다.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남해로 가는 버스는 오전 6시20분(첫차), 7시35분, 8시30분, 9시15분 등에 있다. 남해터미널에서 아난티 남해 입구 오리마을을 거쳐 가천으로 가는 버스는 오전 7시, 7시45분, 9시35분, 10시40분, 낮 12시25분 등에 있다. 오리에서 아난티 남해 입구 맞은편의 임진성 오르는 길까지는 600m 정도를 걸어가야 한다. 산행을 마친 뒤 가천에서 오리를 거쳐 남해읍으로 가는 버스는 오후 2시40분, 5시45분, 7시30분(막차)에 있다. 가천에서 30분가량 지나 오리를 통과한다. 남구·북구마을을 거쳐 고실치를 지나 남해읍으로 가는 버스도 있지만 운행 편수가 많지 않다. 남해에서 부산 가는 버스는 오후 5시5분, 5시30분, 6시20분, 7시20분(막차)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해서 갈 땐 아난티 남해를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하면 된다. 입구에 대형 무료 주차장이 있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글·사진=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