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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1092> 경주 설창산

네 줄기 능선·골짜기로 양동마을 품어…소박한 봉우리, 발걸음 넉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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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주봉 전망대 올라 바라보면
- ‘말 물 勿’자의 형세 이뤄 고즈넉

- 하회마을과 함께 세계유산 지정
- 관가정·강학당·심수정 거치나
- 마을도 보려면 3시간 넘게 소요

- 돌고개~안계봉~대미산~성주봉
- 4개 봉우리 오르내린 후 마을로
- 정상석 없고 헷갈려 지도 잘 봐야

언제 더웠냐는 듯이 계절이 바뀌는 걸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산은 아직 초록색을 지키고 있지만 가까운 들판은 벼가 익으며 서서히 노란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며칠만 지나면 추석이다. 몸도 마음도 여유로워지는 시기다. 긴 연휴 중 하루쯤 짬을 내 나들이를 겸한 가벼운 산행에 나서보면 어떨까.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이번에 세계문화유산 경주 양동마을을 품은 설창산(163m)을 찾았다.
   
설창산을 시작으로 안계봉과 대미산, 성주봉까지 양동마을을 에워싼 산줄기를 모두 이어서 걸은 다음 다시 양동마을에 내려가면 산자락에 안긴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 왼쪽의 언덕 위에 보물 제412호로 지정된 향단이 자리 잡고 있다.
설창산은 산 자체로만 보면 특별할 것 없지만 양동마을과 어우러져서 의미를 지닌다. ‘고작’ 100m대 중반의 봉우리에 ‘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가볍게 여길 곳은 아니다.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안동 하회마을과 달리 번잡스럽지 않고 조용한 가운데 전통마을의 품격을 보여주는 곳이 양동마을이다. 설창산에서 뻗어내린 능선과 골짜기가 ‘말 물(勿)’ 자를 이뤄 양동마을의 형세를 이룬다. 산행 마지막에 오르는 마을 맞은편 성주봉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물 자와 흡사한 모양을 볼 수 있다는데 잘 모르는 이의 눈으로 본다면 밤하늘의 별에서 별자리를 찾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경주 손씨와 여강 이씨 집성촌인 양동마을은 화려한 신라의 문화재와 유적지가 가득한 경주에서 드물게 조선 시대의 유산을 간직한 곳이다. 경주 손씨의 종가로 양동마을의 입향조인 손소가 1459년 지은 서백당이 가장 오래되었고 이후 16세기에 관가정과 무첨당, 향단, 영귀정, 심수정 등이 건립됐다. 현재 마을에는 150여 채의 옛 가옥과 초가가 남아 있다. 마을 전체가 1984년 중요민속자료로, 201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관가정(제442호)과 무첨당(제411호), 향단(제412호)이 보물로 지정됐다. 여유 있게 산행을 마친다면 매표소 가까이 있는 해설사의 집에서 3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무료 해설을 들으며 마을을 돌아볼 수 있다.

   
산행 초반 지나는 관가정 마당에 배롱나무가 화사하게 피어 있다.
산행은 설창산에서 양동마을로 뻗어내린 산줄기 가운데 가장 왼쪽에 있는 관가정을 거쳐 설창산 정상에 오른다. 이어 안계댐으로 넘어가는 돌고개를 거쳐 맞은편 산줄기에 오른 뒤 안계봉(124m)과 대미산(130.4m)을 들른 다음 전망대가 있는 성주봉(105m)까지 4개 봉우리를 오르고 나서 양동마을로 내려온다. 설창산을 제외하고 나머지 3개 산은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되돌아와야 해 헷갈릴 수 있으니 지도를 잘 살펴봐야 한다. 시간이 빠듯하다면 조망이 거의 트이지 않는 안계봉과 대미산은 생략해도 된다.

이번 코스는 경북 경주 강동면 양동리 양동마을 입구 버스정류장·주차장에서 출발해 양동마을 매표소~양동초등학교~관가정~영귀정 위 갈림길~휴휴산방 삼거리~양동배수지~설창산 정상~돌고개~안계봉·대미산-성주봉 갈림길~갈림길~안계봉 정상(~직전 갈림길)~대미산 정상(~직전 갈림길)~다시 안계봉·대미산-성주봉 갈림길에서 성주봉 방향 능선~마을안길·성주봉 갈림길~성주봉 정상(~직전 갈림길에서 마을안길 방향)~강학당·심수정~양동초등학교를 거쳐 다시 입구 주차장에서 마친다. 전체 거리는 7㎞ 정도로 소요시간은 3시간 안팎이다. 산행 초반에 관가정과 막바지에 강학당·심수정을 거치는데 따로 양동마을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

   
돌고개에서 능선에 올라간 뒤 안계봉으로 가는 완만한 숲길.
양동마을 입구 버스정류장·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매표소(어른 개인 입장료 4000원)에 이어 양동초등학교를 지나 담장 끝에서 왼쪽으로 가면 산자락 초가집 위 가장 높은 곳에 관가정이 보인다. 양동교회 앞 사거리를 지나 곧바로 오른쪽으로 올라가 왼쪽의 은행나무 노거수를 지나면 관가정이다. 내부를 둘러본 뒤 마당 오른쪽 샛문으로 나가 마을 길을 따라간다. 영귀정 위 이정표 갈림길에서 직진해 야트막한 능선을 따라 난 길을 걷는다. 오른쪽으로 마을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가다 수운정·무첨당 갈림길과 곧바로 나오는 경산서당 갈림길에서 이정표의 설창산 방향으로 직진한다. 휴휴산방 담장 앞에서 왼쪽으로 꺾어 배수지 철망 담장을 따라가서 급경사를 오르면 설창산 정상이다. 정상석은 없고 나무에 걸린 코팅된 종이 표지가 정상임을 알려준다.

   
성주봉 전망대에서는 양동마을 뒤로 벼가 익어가는 양동리와 안강리 들판이 시야에 들어온다.
정상에서는 오른쪽으로 90도 꺾어 내려간다.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85m 봉을 올랐다가 내려간다. 왼쪽으로 안계저수지가 보인다. 도로와 만나 오른쪽으로 가면 만나는 삼거리가 돌고개다. 여기서 왼쪽으로 콘크리트 길을 50m 정도 가면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이 갈라진다. 능선에 올라서면 삼거리다. 왼쪽 길로 가서 안계봉과 대미산에 들렀다가 되돌아와야 한다. 5분 정도 가서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10분 정도 가면 안계봉이다. 직전 갈림길로 되돌아가 왼쪽으로 가면 곧 대미산이다. 동쪽 유금리 방향으로 시야가 트인다.

대미산에서는 돌고개 콘크리트 길에서 올라와 처음 만난 삼거리까지 되돌아간다. 이어 계속 능선을 따라간다. 동호정 갈림길과 인동리 갈림길, 마을안길 갈림길에서는 계속 성주봉 방향으로 간다. 성주봉 정상에서는 양동마을 방향으로 조망이 열리는데 나무가 시야를 가린다. 다시 직전 갈림길로 돌아가 마을안길 방향으로 간다. 곧 만나는 갈림길에서는 이향정 방향으로 직진해 급경사 내리막을 가면 강학당과 심수정 사이로 내려선다. 양동천 옆 마을 주도로와 만나 왼쪽으로 내려가면 주차장으로 이어진다.


◆교통편

- 경주 시외버스터미널 내려 양동마을행 203번 시내버스
- 차량 내비는 ‘양동마을문화관’

양동마을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간다면 경주 시내버스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부산에서 경주로 가는 버스는 자주 운행하지만 경주버스터미널에서 양동마을로 가는 시내버스는 자주 운행하지 않는다. 부산 동부버스터미널에서 경주로 가는 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5~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100m 정도 떨어진 ‘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양동마을행 203번 버스를 타면 된다. 오전 7시15분, 9시15분, 10시30분, 낮 12시10분, 오후 1시30분 등 하루 9차례 있다. 양동마을에서 나가는 버스는 오후에는 1시35분, 2시55분, 4시55분, 6시25분, 7시55분(막차)에 지나간다. 경주에서 부산 동부터미널로 가는 버스는 밤 9시50분까지 수시로 출발하며 사상터미널행은 대략 40분 간격, 해운대행은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승용차를 이용한다면 경북 경주시 강동면 양동마을길 93 양동마을문화관을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해서 마을을 찾아간 뒤 입구 무료 주차장에 주차하면 된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글·사진=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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