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광지 같은 주남저수지 비해
- 마을과 마을 잇는 호젓한 길
- 일부 공장·주택가 도로 빼면
- 새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용
- 물 위 연잎·길 옆 코스모스
- 가을 분위기 만끽하기엔 그만
가을의 분위기를 느끼기 좋은 곳이라면 우선 단풍이 울긋불긋 물드는 산을 꼽는다. 하지만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산뿐은 아니다. 산과 강, 바다, 들판 가운데 어디라도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다. 야산의 억새도 황금빛으로 피어나고 강변의 억새도 가장 화려한 시기를 맞는다. 그런가 하면 지나간 계절의 흔적에서도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호젓하고 정겨운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경남 창원의 동판저수지 둘레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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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월마을을 벗어나자마자 물에 뿌리를 담근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우는 동판저수지를 만난다. 물과 뭍의 경계를 따라 자연스럽게 들고 나는 길을 걸으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다양한 풍광을 마주한다. |
동판저수지라면 낯설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주남저수지의 한 부분이다. 낙동강의 배후습지로 만들어진 인공습지인 주남저수지는 북쪽에서부터 산남, 주남, 동판 저수지의 세 개 저수지로 이뤄졌다. 산남저수지는 가장 큰 주남저수지의 1/4 크기이지만 동판저수지는 주남저수지와 엇비슷한 크기다. 하지만 주남저수지가 철새 도래지로 워낙 명성을 날리다 보니 이 세 곳을 묶어 대표하는 이름이 주남저수지가 됐다. 2008년 10월 28일부터 11월 4일까지 제10차 람사르총회를 치르고 10년째를 맞는 주남저수지는 입구에 람사르문화관이 들어서고 둑을 따라 덱 탐방로와 전망대 등 편의시설이 들어섰다. 그래서 언뜻 자연생태의 보고보다는 관광지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여기에 비하면 도로를 가운데 두고 마주 보는 동판저수지는 마을과 마을을 잇고 저수지와 논을 가르는 둑길을 걸어 한결 여유로운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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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월마을 버스정류장을 지나 야트막한 언덕에 오르면 북쪽으로 들판 너머 주남저수지의 둑과 전망대가 바라보인다. |
동판저수지 둘레길은 이처럼 자연스럽게 연결된 길을 따라 창원시가 조성한 길이다. 그런 탓에 포장된 길을 싫어하는 이에게 그다지 매력 있는 길은 아니다. 또 초반에 지나는 공장들과 후반부의 주택가 도로는 빨리 걸어서 지나가고 싶은 구간이다. 그렇지만 대부분 구간에서는 오로지 발걸음 소리, 새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용해 가을을 보내기에는 그만이다. 가끔 발자국 소리에 경계심 가득한 물새들이 물을 박차고 날아가는 소리 때문에 따라 놀라기도 한다. 뿌리를 물에 담근 나무들과 화려한 여름을 보내고 말라비틀어졌어도 몸체를 세우고 있는 연잎들은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뚜렷하게 계절의 변화를 알려준다. 시계 방향으로 돌면 둘레길 중간쯤에 무점마을을 지나는데 입구의 둑길에서는 9월 초에 코스모스 축제가 열렸다. 지금은 대부분 꽃이 지고 씨가 맺혔지만 아직 군데군데 핀 코스모스를 볼 수 있다.
이번 코스는 경남 창원 의창구 동읍 람사르문화관 주차장에서 출발해 주남저수지 입구 삼거리~동월마을~판신마을~주천강 수문~둑길~무점마을~무신교~창원동중학교 앞~보호수 푸조나무~다호리 고분군을 거쳐 람사르문화관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원점 회귀다. 전체 거리는 9.6㎞ 정도로 소요 시간은 3시간 안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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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람사르 문화관에서 출발해 주남저수지 입구로 가는 둑길. |
주남저수지 제방 아래 람사르문화관에서 출발한다. 문화관은 주남저수지 둘레길과 동판저수지 둘레길의 시·종점이다. 건물 앞에 두 둘레길의 안내도가 서 있다. 주차장을 거쳐 주남저수지 입구 도로에서 왼쪽으로 꺾어 도로를 따라간다. 갓길이 없는 도로를 100m쯤 간 뒤 동월마을 버스정류장 오른쪽 도로로 올라간다. 공장 몇 곳을 거쳐 왼쪽으로 돌아 오르면 북쪽으로 주남저수지 둑과 전망대가 멀리 보인다. 이정표 없는 삼거리에서는 오른쪽으로 간다. 수령 300년 가까이 된 팽나무에서는 동판저수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동월마을회관을 지나면 곧 마을을 벗어나 저수지와 만난다. 물에 잠긴 나무가 길을 따라 줄지어 있다. 때 이르게 찾은 오리들이 놀라 날아간다. 풍광은 아름답지만 곳곳에 쓰레기가 눈에 띈다. 포장도로이기는 해도 차량 통행이 드물어 느긋하게 걸을 수 있다.
곧 판신마을이다. 마을을 가로질러 지나는데 갈림길마다 전봇대에 붙은 이정표가 길을 잘 안내한다. 마을을 벗어나 카페를 지나면 둑길에 접어든다. 왼쪽으로는 수확이 진행 중인 논이 있고 오른쪽은 물에 잠긴 나무가 가득하다. 주천강으로 저수지 물이 흘러나가는 수문을 지나면 둑길이 남쪽으로 방향을 튼다. 동쪽으로는 멀리 진영 시가지가 바라보인다. 들판과 저수지를 번갈아 바라보며 걷다 보면 무점마을 입구다. 저수지로 흘러드는 주항천 위 다리를 건너면 마을로 들어간다. 다리 입구에는 무점 코스모스 마을 표지석이 서 있다. 무점마을 버스정류장을 지나 마을을 벗어나 일직선 도로를 걷는다. 11시 방향에는 정병산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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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 막바지에 만나는 수령 200년을 넘긴 보호수 푸조나무. |
직선도로가 끝나는 지점의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무신교를 건넌다. 전봇대의 둘레길 이정표를 따르면 된다. 100m 정도 가서 오른쪽 천관사 방향으로 간다. 갈림길을 지나 공장을 거쳐 칠성그린아파트 옆으로 지나는 30번 도로와 만난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아파트를 지나 보호수 푸조나무가 나온다. 바위를 뚫고 자란 나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어 도로를 조금 걷다가 다호리 고분군을 지나 오른쪽으로 꺾어 인도를 걸어가면 주남저수지 입구를 거쳐 람사르 문화관에 닿는다.
◆교통편
- 마산시외버스터미널 간 뒤 42번 시내버스 갈아타고 주남저수지 정류장 하차
이번 코스의 출발지이자 도착지인 경남 창원 의창구 동읍 람사르 문화관으로 가려면 마산시외버스터미널이나 창원역에서 시내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부산에서 마산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는 부산 사상구 서부시외버스터미널이나 동래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수시로 출발한다. 마산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40, 41번 시내버스를 타고 주남삼거리 정류장에 내리거나 42번 버스를 타고 주남저수지 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창원역 앞에서는 마을 1번과 마을 2번 버스도 탈 수 있다. 하지만 노선 모두 배차간격이 길어 이용하기가 불편하다. 창원역까지는 부전역에서 출발해 사상, 구포역 등을 거치는 경전선 열차를 타면 된다. 창원시청 방면에서는 30, 31, 32번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역시 배차간격이 길다. 승용차를 이용할 때는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주남로101번길 26 람사르문화관을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하면 된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글·사진 이진규 전문기자 oce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