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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1129> 제주 한라산 영실~어리목

고산 평원 뒤 우뚝 선 백록담 남벽…붉은 철쭉 더하니 금상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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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초 절정인 선작지왓 철쭉
- 해발 1700m에 열린 천상 화원
- 올해는 평년보다 개화 늦어져
- 드문드문 분홍빛 자태 드려내

- 오백나한·병풍바위 웅장한 풍광
- 시원한 서귀포 도심·바다 조망
- 기묘한 오름 비경에 아쉬움 달래

대중음식점을 가 보면 우리나라의 사계를 담아 12장의 사진으로 만든 대형 달력이 벽에 걸려 있는 모습을 흔히 본다. 지리산 노고단에서 바라본 섬진강 운해나 백두산 천지의 설경, 설악산 공룡능선의 단풍은 빠지지 않는다. 12달 달력에서 전국의 명소 가운데 당당하게 6월을 수놓는 풍광은 한라산 철쭉이다. 우리나라 각지의 산 가운데 철쭉 명산은 두 손으로 꼽기에 부족할 지경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종 중 하나가 철쭉이다. 수많은 철쭉 명산 가운데 한라산이 달력의 한 장을 차지한 것은 그 정도로 한라산의 철쭉 풍광이 아름답다는 걸 보여준다. 달력 사진에서 보는 장면은 만개한 철쭉으로 붉게 물든 완만한 선작지왓 평원 뒤로 백록담 남벽이 우뚝 솟은 모습이다.
   
영실휴게소에서 출발해 영실기암을 바라보며 급경사를 오른 뒤 다시 구상나무 숲을 벗어나면 불쑥 눈앞에 고산 습원인 선작지왓 너머로 백록담 남벽이 나타난다. 선작지왓에 침입한 조릿대 사이에 철쭉이 한두 그루 간신히 모습을 보인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해발 1600~1700m에 짧은 기간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천상의 화원을 보기 위해 제주 한라산 영실~어리목 코스를 찾았다. 한라산의 5개 등산로 가운데 철쭉 화원을 볼 수 있는 곳은 영실에서 윗세오름 대피소까지 가는 구간과 대피소에서 돈내코로 가는 코스 가운데 남벽 분기점까지의 구간이다.

요즘은 날씨의 영향으로 철쭉을 비롯한 다양한 산 꽃의 개화 시기가 평년과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평년의 한라산 철쭉 절정 시기는 5월 마지막 주~6월 첫째 주이다. 그런데 올해는 평년보다 10일가량 늦어졌다고 한다. 대한산악연맹 제주도연맹이 주관한 한라산 철쭉제는 평년에 맞춰 지난 2일 열렸다. 취재팀도 예년 개화 시기에 맞춰 지난달 30일 영실 코스를 올랐다. 병풍바위 주변은 물론 선작지왓과 남벽 아래에는 한두 그루 외에는 꽃이 핀 철쭉을 보기 어려웠다.

한라산 최고의 철쭉 지대는 병풍바위 맞은편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 구상나무 숲을 벗어나면 만나는 국내 최고 고산 습원인 선작지왓 일대다. 정면에는 백록담 화구벽이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솟아 있고 좌우로는 윗세족은오름과 윗세누운오름, 윗세붉은오름 등 윗세오름 삼형제와 방아오름이 서 있다. 선작지왓의 철쭉은 흔히 합천 황매산이나 보성 일림산의 철쭉과는 달리 키가 작고 둥그스름하게 퍼져 있다. 높은 고도에 척박한 기후와 토양, 겨울이면 묵직하게 쌓이는 눈의 영향이 작용한 탓이리라. 취재팀의 답사 때는 띄엄띄엄 한 그루씩 핀 철쭉만으로도 천상 화원의 진수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꼭 올해가 아니라도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 선작지왓의 철쭉 화원을 만나러 가는 길은 후회 없는 선택이 될 듯하다. 꽃이란 게 해마다 비슷한 시기에 피기는 하지만 딱 맞춰서 찾기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찾아가기 어려운 한라산이기에 최고의 장관을 보지 못하고 내려온다면 아쉬울 수도 있다. 기대는 안고 가되 욕심은 내지 않고 가는 게 좋다.

   
선작지왓으로 오르는 가파른 계단길 오른쪽으로 보이는 병풍바위.
이번 코스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하원동 영실휴게소에서 출발해~영실기암 전망대~영실기암·오백나한 전망대~선작지왓 고원습지~윗세족은오름 정상 전망대~노루샘~윗세오름 대피소~방아오름 전망대(~다시 윗세오름 대피소)~사제비동산 전망대~사제비동산~사제비샘~목교를 지나 어리목 휴게소에서 마친다. 전체 산행 거리는 12.5㎞ 정도로 소요 시간은 4시간30분 안팎이다.

영실휴게소에서 ‘영실 해발 1280m’ 표지석을 지나 숲으로 들어간다. 침식을 막기 위해 등산로 대부분에 침목 계단이 설치돼 있다. 잠시 계곡을 따라가다가 벗어나 급경사를 오르면 머리 위가 훤해지며 영실기암이 보이는 전망대다. 오백나한과 병풍바위가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다. 완만하게 퍼져 내려간 산자락이 서귀포 시가지를 거쳐 바다로 이어진다. 이곳에서부터 병풍바위 위로 올라가는 길은 급경사다.

하지만 탁 트인 풍광을 감상하며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어느새 구상나무 숲으로 들어서며 경사가 완만해진다. 잠시 벚나무와 구상나무 숲을 걸어가면 불쑥 백록담 화구벽이 나타난다. 부악(釜岳)이라는 별칭처럼 솥을 엎어놓은 형상이다. 여기부터 고산 습원 선작지왓 사이로 걸어간다. 덱 탐방로 주변은 철쭉과 산죽이 가득하다. 도중에 윗세족은오름 정상에 올라 선작지왓과 백록담을 감상한 뒤 길을 이어간다.

   
등산로 옆에 핀 철쭉.
노루샘에서 목을 축이고 나면 금방 윗세오름 대피소다. 여기서 길이 갈라진다. 남벽과 남벽 아래 철쭉 지대를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남벽 분기점(2.1㎞) 방향으로 올라간다. 하절기에는 오후 2시 이후로 남벽 분기점 방향 출입을 통제한다. 덱 탐방로를 걸으며 위압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남벽을 가까이에서 감상하며 방아오름 전망대까지 걷는다. 예전 백록담으로 올라가는 길이 갈라지던 남벽 분기점은 조금 더 가야 하지만 내리막인 데다 경관도 특별한 게 없어 이곳에서 걸음을 되돌린다. 윗세오름 대피소로 되돌아간 뒤 어리목 방향으로 내려간다. 완만한 사면을 따라 습지를 가로질러 내려간다. 사제비동산 전망대에서는 제주도 서쪽 풍광이 처음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을 지나면 백록담과 작별한다. 2012년 산불이 발생한 지점에 이어 사제비샘을 지나 다시 숲으로 들어간다. 40분 정도면 다소 지루한 숲길을 내려가 목교를 건너 어리목 휴게소에 닿는다.


◆교통편

- 제주시외버스터미널서 중문 가는 240번 타고 영실매표소 정류장 하차

출발 지점인 영실이나 하산 지점인 어리목 입구까지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240번 버스를 타면 된다. 제주터미널에서는 오전 6시30분부터 대략 1시간에 1대꼴로 출발한다. ‘영실매표소’ 버스정류장에서 산행이 시작되는 영실휴게소까지는 2.5㎞ 거리다. 체력 안배를 위해 택시를 이용하는 게 좋다. 어리목 휴게소에서 산행을 마친 뒤에는 도로를 900m 정도 내려가야 ‘어리목’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글·사진=이진규 전문기자 oce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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