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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1142> 하동 박경리 토지길 1코스

소설 ‘토지’ 한 장면처럼… 벼 익어가는 악양들판 거닐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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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코스에 동정호·부부송 더한 길
- 최참판댁 기점 12.6㎞ 원점회귀
- 박경리문학관·악양천·형제봉 등
- 평야·산 어우러진 풍광 황홀해
- 19세기 지은 조씨 고가도 볼만

- 중요한 갈림길에 안내판 없거나
- 파손된 곳 많아 길 찾기 주의를

‘1897년의 한가위.… 이 바람에 고개가 무거운 벼 이삭이 황금빛 물결을 이루는 들판에서는, 마음 놓은 새 떼들이 모여들어 풍성한 향연을 벌인다’.

   
동정호를 뒤로하고 악양천을 향해 걸어가는 길에 벼가 한창 익어가는 논 가운데 선 부부송이 반긴다. 그 뒤로는 청학동과 하동호가 있는 청암면·적량면과 경계를 이루는 구재봉이 솟아 있다.
박경리 ‘토지’의 시작 부분에 묘사된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들판의 한가위 풍경이다. 장장 26년 동안 연재한 대하소설 토지의 주 무대인 악양은 박경리를 이야기할 때 고향인 경남 통영보다 먼저 떠올리게 된다. 토지 4부와 5부를 완성한 강원도 원주에 박경리문학공원과 토지문화관이 있고 고향 통영에도 생가를 비롯한 기념 공간이 있지만 토지를 이야기한다면 악양면의 최참판댁과 박경리 문학관을 빼놓을 수 없다. 형제봉 자락의 비탈에 자리 잡은 이곳에서는 소설의 무대가 된 평사리 들판을 비롯한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한가위를 앞두고 소설 ‘토지’의 무대인 악양 들판과 형제봉 자락의 마을들을 한 바퀴 도는 박경리 토지길 1코스를 찾았다. 이 코스는 최참판댁과 박경리 문학관은 물론 악양 들판과 악양천, 취간림, 조씨 고가를 거친다. 취재팀은 1코스에 더해 최참판댁 입구에서 화개장터까지 걷는 2코스 중 동정호와 함께 악양의 명물인 부부송을 연결해 걸었다.

악양의 구석구석을 잇는 토지길 1코스의 중심이 되는 악양 들판은 옥토로 유명한 곳이다. 섬진강을 앞에 두고 형제봉~회남재~칠성봉~구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데 그 안쪽의 물줄기가 모인 악양천이 너른 들판에 물을 대 준다. 소설에서 묘사되듯 한가위에 너른 들을 가득 채운 벼 이삭이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모습은 추수 전 짧은 한때에 누리는 눈의 호사다. 하지만 올해는 여느 해보다 추석이 이르게 찾아와 황금빛 들판을 보려면 더 기다려야 할 듯하다. 들판과 산이 어우러진 경관이 빼어나지만 불친절한 길 안내가 걷는 재미를 반감한다. 악양면 소재지와 최참판댁 사이에 있는 형제봉 자락의 어지럽게 얽힌 마을 길과 임도에서 자칫 길을 잃기 쉽다. 특히 중요한 갈림길에 이정표가 없거나 정확한 방향 표시를 하지 않아 어려움을 더한다. 또 출처마다 길의 구간이나 경계, 명칭이 조금씩 달라 혼란을 더한다. 길을 조성한 지 10년이나 되어서인지 파손된 이정표도 여럿 눈에 띈다.

   
이번 코스의 종착지인 최참판댁 입구.
이번 코스는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 주차장에서 출발해 최참판댁 버스정류장~동정호 악양루~부부송~악양천~악양교~취간림~부계마을~까장내 사거리~상신마을 조씨 고가~정서마을~입석마을~토지장터를 거쳐 최참판댁과 박경리문학관을 둘러보고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원점 회귀 코스다. 전체 거리는 12.6㎞ 정도로 소요 시간은 4시간 안팎이다.

최참판댁 매표소 직전 주차장에서 출발해 입구 버스정류장으로 내려간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최참판댁’ 버스정류장을 기점으로 삼으면 된다. 1코스의 원래 경로는 정류장 사거리에서 둑으로 직진한다. 이번 답사에서는 오른쪽으로 꺾어 도로를 따라 동정호로 간다. 악양루에 오르면 동정호와 들판, 구재봉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어서 덱 탐방로를 따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동정호를 돌아간다. 4분의 3 정도 돌아간 지점에 지리산 둘레길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다. 수로를 따라 부부송을 지나 동쪽의 악양천 둑으로 간다. 악양배수장 뒤로 돌아 둑에 오른 뒤 상류로 간다. 높은 둑에서는 주변 경치가 막힘없이 바라보인다.

   
물 빠진 동정호 옆 악양루 뒤로 보이는 구재봉.
축지교를 지나 10분가량 더 가면 지리산 둘레길과 헤어져 취간림(1935m) 이정표를 따라 악양천을 건넌다. 신성천이 악양천과 합류하는 지점에서 다리를 건너 죽 올라가면 악양면 소재지다. 악양교를 건너 둑길을 잠시 가면 취간림이 나온다. 숲을 가로질러 가서 지리산 항일투사 기념탑을 본 뒤 다시 둑길로 올라간다. 정동교에서 왼쪽으로 올라가서 도로와 만나 오른쪽 부계 방향으로 간다. 부계 버스정류장을 지나 100m 정도 가면 왼쪽 가파른 콘크리트 길로 올라간다. 이곳 갈림길에는 이정표가 없다. 잠시 형제봉을 바라보며 올라가서 조씨 고가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간다. 과수원을 지나 작은 다리를 건너면 돌담 앞 삼거리인데 둘 다 조씨 고가로 연결되지만 토지길은 오른쪽으로 올라간다.

   
소설 ‘토지’ 속 최참판댁의 모델이 된 상신마을 조씨 고가.
까장내 사거리에서 골목을 돌아가면 조씨 고가가 나온다. 조선 개국공신 조준의 후손인 조재희가 19세기 말 지은 고가는 최참판댁의 실제 모델로 대문을 들어서면 만나는 연못이 특히나 아름답다. 조씨 고가를 떠나 이정표를 따라 최참판댁으로 간다. 37번 이정표가 있는 정서마을 삼거리에서 오른쪽 오르막으로 간다. 도로와 잠시 만났다가 헤어지면 감나무 과수원 사잇길을 한동안 걷는다. 입석마을에 들어선 뒤 입석다목적모임터 앞에서 지리산 둘레길과 만나 오른쪽으로 올라간다. 둘레길 이정표만 있고 토지길 이정표는 없다. 10분가량 올라가면 축지교에서 갈라져 동정호를 거쳐온 지리산 둘레길이 합류하는 삼거리다. 여기서 왼쪽으로 내려간다. 아스팔트 길과 만나 내려가다가 둘레길 이정표와 보문사 안내판이 서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콘크리트 길로 내려선다. 잇달아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다음 갈림길에 최참판댁 이정표와 만난다. 토지장터를 지나면 최참판댁이 나온다. 박경리 문학관을 함께 둘러보고 내려가면 주차장이다.


# 교통편
 
- 하동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시간30분 간격 운행하는 최참판댁행 버스 이용해야

부산서부버스터미널에서 하동으로 가는 버스는 오전 7시(첫차), 8시10분, 9시20분 등 하루 11회 운행한다. 하동시외버스터미널에서 ‘최참판댁’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버스는 오전 8시, 9시15분, 10시10분, 11시40분 등 1시간~1시간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최참판댁에서 하동으로 돌아가는 버스는 오후 2시40분, 3시52분, 4시55분, 5시20분, 6시50분, 7시15분(막차)에 있다. 하동에서 부산으로 가는 버스는 오후 4시50분, 6시, 7시30분(막차) 등 11회 운행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때는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길 35 하동군 종합관광안내소를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해 직전 주차장에 주차하면 된다. 토지길 1코스를 시계 방향으로 걷는다면 최참판댁 매표소(성인 2000원)를 통과해야 한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글·사진=이진규 전문기자 oce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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