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원지로 여러 곳 알려져 있지만
- 최장거리 공식 지정 삿갓샘뿐
- 해발 1200m 높이서 흘러내려
- 거창·합천 지나 낙동강과 합쳐져
- 등산코스 9.9㎞ 5시간여 소요
- 이정표 잘돼 있고 길도 정비돼
- 계곡 작지만 폭포와 소 아기자기
- 삿갓봉 정상 서면 3면 탁 트여
- 향적봉·무룡산·남덕유 ‘한눈에’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말은 산을 찾는 이에게 익숙하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글자 그대로 ‘산은 스스로 물을 나누는 고개’라는 단순하지만 큰 의미를 품고 있다. 이 표현처럼 우리 산줄기는 크든 작든 물줄기의 경계가 된다. 백두대간은 물론 정맥이나 기맥, 때로는 이름 없는 작은 산줄기조차 물을 가르는 경계가 된다. 강원도 태백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낙동강과 한강을 탄생시킨 백두대간은 남쪽으로 달려 영남과 호남의 경계를 이루는 덕유산 자락에서 서부 경남의 주요한 젖줄인 남강과 황강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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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점마을에서 출발해 백두대간이자 덕유산 주 능선이 지나는 삿갓재 대피소로 올라가기 직전 급경사의 계단 중간에 황강 발원지 삿갓샘이 있다. 오른쪽 위에 있는 황강 발원지 안내판 앞의 스테인리스스틸 제 덮개 아래 파이프에서 물이 흘러나온다. |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발원지를 찾아서’ 세 번째로 황강 발원지인 덕유산 삿갓봉 삿갓샘을 찾았다. 백두대간이자 덕유산 주 능선에 자리한 삿갓봉(1419m)의 북동쪽, 삿갓재 대피소 동남쪽 바로 아래에서 발원한 황강은 거창과 합천의 들판을 적시고 동쪽으로 흘러 우포늪 서쪽의 경남 창녕군 이방면과 합천군 청덕면 경계에서 낙동강에 합류한다. 유로 연장 111.0㎞인 황강은 거창군 북상면을 시작으로 수승대가 있는 위천면, 마리면, 거창읍, 남상면을 지나 남하면에서 합천호로 흘러든다. 이어 합천군 봉산면, 대병면, 합천읍, 쌍책면 등을 거쳐 낙동강을 만나기까지 구불구불 동으로, 남으로, 다시 동으로 수없이 곡류한다.
황강 최장 거리 발원지인 삿갓샘에는 수년 전 거창군과 국립공원공단이 함께 세운 안내판이 서 있다. 그런데 바로 옆에는 앞서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이 세운 ‘남덕유 참샘’ 안내판이 서 있다. 바로 위 삿갓재 대피소의 이정표에도 이곳을 참샘으로 표기해 헷갈리게 한다. 남덕유산 남쪽 사면의 남강 발원지도 참샘으로 불리니 교통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황강의 발원지로는 이곳 외에 두 곳의 후보지가 있다. 전북 무주군 무풍면과 경북 김천시 대덕면, 거창군 고제면의 경계로 삼도봉으로 불리는 초점산(1249m)의 남쪽 거창 쪽 사면에 있는 초점샘과 초점산 남서쪽으로 능선이 이어지는 삼봉산(1254m)의 북동 사면이다. 둘 다 백두대간에 당당하게 솟은 1200m가 넘는 봉우리다. 초점샘에는 황강 발원지라고 새긴 표지석이 있고 입구 등산로의 이정표에는 ‘황강천 발원지’로 표기돼 있다. 취재팀은 최장 거리 발원지로 알려진 곳으로 공식적인 안내판이 있는 삿갓샘을 목적지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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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삿갓봉 정상에서 남쪽으로 정면에 남덕유산과 장수덕유산이 솟아 있고 왼쪽 멀리 지리산 주 능선도 희미하게 보인다. |
이번 코스는 경남 거창군 북상면 월성리 황점마을 등산로 입구에서 출발해 공원구역 경계 삼거리~잇단 쉼터~황강 발원지 삿갓샘~삿갓재 대피소~삿갓봉~월성재~샘~월성제2교~월성제1교(월성계곡)~월성 등산로 입구를 거쳐 도로를 따라 황점마을로 돌아간다. 전체 거리는 9.9㎞ 정도로 소요 시간은 5시간~5시간30분 걸린다. 국립공원 구역이라 등산로가 대체로 잘 정비돼 있고 이정표도 꼼꼼하게 있어 길을 따라가기는 쉽다. 삿갓봉은 해발 1400m대의 높은 봉우리지만 출발 지점인 황점마을이 해발 600m 정도라 800m 정도만 치고 오르면 된다.
황점마을 버스정류장에서 함양 방향으로 60~70m 거리의 갈림길이 황점 등산로 입구다. 탐방로 안내판을 지나 포장도로를 올라간다. 곧 마을을 벗어나 황강 상류인 계곡을 끼고 5분가량 가면 공원구역 경계의 삼거리에서 삿갓재 대피소(3.6㎞) 방향으로 간다. 농장 옆 출입통제문을 지나면 본격적인 산길이다. 계곡의 규모는 작지만 작은 폭포와 소가 잇달아 나타나 눈을 즐겁게 한다. 경사는 초반에는 완만하지만 차츰 급해진다. 30분가량 오르면 벤치 2개가 있는 쉼터를 지난다. 계곡과 헤어져 비탈을 오르는 중에 두 번째 쉼터가 나온다. 여기까지 오면 주 능선이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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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점마을에서 삿갓샘으로 오르는 도중 황강 상류의 계류. |
‘삿갓재 대피소 0.1㎞’ 이정표를 지나면 만나는 덱 계단 중간에 해발 1200m 가까운 높이에 있는 삿갓샘이 모습을 드러낸다. ‘황강 발원지(삿갓샘)’ 이정표 바로 앞 스테인리스스틸 제의 덮개 아래 파이프를 통해 맑은 물이 흘러나온다. 앞서 찾았던 태화강 발원지 탑골샘처럼 바위에서 물이 솟아나는 극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거창과 합천의 젖줄이 되어 낙동강과 만나는 물줄기가 태어난 의미 있는 곳이다. 삿갓샘의 물은 달고도 차다. 샘을 뒤로하고 계단을 오르면 금방 삿갓재 대피소가 나온다. 조망이 시원하게 열린다. 남동쪽으로는 금원산 기백산 월봉산 거망산 황석산 등 1100~1300m대의 고산이 자태를 뽐낸다. 북동쪽으로는 멀리 가야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피소를 떠나 남덕유산 방향으로 간다. 30분 정도면 삿갓봉 정상에 오르는데 서쪽을 제외한 3면이 트인다. 덕유산 주 능선의 향적봉과 무룡산, 남덕유산은 물론 멀리 동서로 길게 누운 지리산 주 능선을 구분할 수 있다. 남덕유산 직전 쑥 꺼진 월성재의 위치도 가늠해본다. 이후로는 단조로운 길이다. 1시간 정도 가면 월성재에 닿는다. 주 능선을 벗어나 왼쪽 황점마을(3.8㎞)로 내려간다. 300m쯤 아래 샘을 지난 뒤로 급경사다. 30분가량 내려가 월성제2교에서 계곡과 만난 뒤로는 길이 넓고 평탄해진다. 월성제1교를 지나면 곧 월성 탐방로 입구에서 도로와 만난다. 왼쪽으로 300m가량 가면 출발 지점으로 되돌아간다.
◆교통편
- 거창서 농어촌버스 타고 종점인 황점마을 내려야
이번 코스는 대중교통으로 당일로 다녀오기는 쉽지 않다. 거창을 거쳐 황점마을까지 들어가고 다시 나오는 시간이 긴 데다 산행 시간마저 길다. 부산서부버스터미널에서 거창으로 가는 버스는 오전 7시10분(첫차), 8시20분, 9시30분 등 50분~1시간10분 간격으로 하루 12차례 운행한다. 2시간40분 소요. 거창에서 부산으로 가는 버스도 12차례 운행(막차 오후 7시). 거창에서 황점으로 들어가는 농어촌버스는 오전 8시, 9시30분, 11시, 오후 1시30분, 3시30분, 6시(막차) 출발하며 황점이 종점이다. 황점에서 출발하는 시간은 오전 8시50분, 10시35분, 낮 12시5분, 오후 2시35분, 4시35분, 6시50분(막차)이다. 황점에서 막차를 타면 거창에서 부산으로 가는 버스는 못 타지만 진주로 가는 막차를 타고 진주에서 부산행 심야버스를 타는 방법도 있다. 승용차를 이용한다면 경남 거창군 북상면 황점길 13 황점마을회관을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해서 간 뒤 주차 장소를 찾으면 된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글·사진=이진규 전문기자 oce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