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발 600m대 평원의 가을 비경
- 나지막해 가족 산행으로 제격
- 억새군락 너머 푸른 동해도 조망
- 호미기맥·함월산까지 한 눈에
- 태풍 탓 무장골 경유 코스 폐쇄
- 능선 따라 9.5㎞ 원점 회귀해야
- 국립공원이라 마스크 착용 필수
찬 이슬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한로. 이제 계절이 가을의 한복판에 들어섰다. 매주 산을 찾는 동호인은 계절을 가리지 않지만 그래도 사계절 중 가장 산행하기 좋은 계절을 꼽으라면 역시 가을이다. 가을을 선호하는 건 선선한 날씨도 한몫하지만 아무래도 억새와 단풍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단풍은 설악산을 시작으로 서서히 남하한다. 그러나 부산 근교의 가을 소식은 억새가 먼저 전해준다. 부산과 가까운 억새 명소로 영남알프스 일원과 경북 경주 동대봉산 무장봉(鍪藏峰·642m)을 빼놓을 수 없다.
| |  |
| 무장봉 정상의 나무 덱 전망대에 서면 멀리 동해가 펼쳐진다. 1970년 목장이 들어서면서 조성된 초지는 1996년 목장이 폐쇄되면서 억새밭으로 바뀌어 영남에서 가장 유명한 억새 산행지가 됐다. |
무장봉은 근교산과 인연이 깊다. 2008년 10월 ‘근교산&그 너머 <597>’편에 처음 소개하며 세상에 알렸다. 영남알프스 억새는 전국적으로 명성을 날릴 정도로 아름답다. 그런데 1000m가 넘는 고봉으로 산행 거리가 긴 데다 산세가 험해 즐거워야 할 억새 산행이 자칫 고행길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렇다고 꼭 영남알프스에서 ‘고행’을 해야만 억새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온 가족이 함께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오르는 억새 산행지로 경주 무장봉과 영남알프스 최대 억새 군락지인 울산 간월산(1069.2m) 간월재를 잇달아 소개한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600m 높이에 겨우 턱걸이하지만 바다를 보며 펼쳐진 약 130만 ㎡의 광활한 억새 평원이 압권인 무장봉을 먼저 찾았다. 무장봉이란 이름은 신라 태종무열왕(김춘추)이 삼국 통일을 완수하고 이제 더는 전쟁은 없다며 무기를 이 산에 숨겼다고 한 데서 유래한다. 투구 무(鍪), 감출 장(藏)을 쓰는 ‘무장’이란 이름은 무장골과 무장사에도 남아 있다. 무장사지에는 보물로 지정된 아미타불조상사적비 이수와 귀부, 삼층석탑이 있다.
| |  |
| 무장봉 산행의 실질적인 들머리인 암곡 공원 지킴터. |
무장봉 산행은 무장골로 올라 정상을 거쳐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돌아 내려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무장골은 2019년 미탁과 올해 하이선 등 잇따라 찾아온 태풍에 탐방로가 거듭 유실되면서 복구공사가 진행돼 현재는 폐쇄됐다. 펼침막에는 공사 기간이 지난 9월 말까지로 돼 있지만 올해 찾아온 태풍 탓에 늦춰져 정확한 복구 완료 시기는 알 수 없다는 게 공단 직원의 설명이다. 그런 탓에 무장봉 억새 산행은 능선 길을 올라 정상 일원의 억새를 즐기고 같은 길로 되돌아 내려올 수밖에 없다. 경주국립공원에 속한 무장봉 산행을 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억새 군락지와 정상에서는 음주가 금지돼 있으니 유의하자.
무장산 산행은 암곡 무장사지 주차장~암곡 공원 지킴터~무장봉·무장사지 삼거리~임도 끝~억새밭 포토존~무장봉 정상을 거쳐 같은 길로 내려와 암곡 주차장으로 다시 돌아오는 원점회귀다. 산행 거리는 9.5㎞이며 시간은 약 3시간30분 안팎이 걸린다. 하지만 정상부의 억새에 눈길을 빼앗기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 |  |
| 무장봉 억새 평원 가운데 정상을 배경으로 선 포토존. |
경북 경주시 암곡동 암곡 무장사지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경주지역 유명 억새 관광지답게 대형 주차장이 들어섰다. 선덕여왕 촬영지를 알리는 안내판 앞의 무장봉(6.5㎞) 이정표를 보고 출발한다. 하천을 끼고 콘크리트 길을 간다. 갈림길에서 무장봉(5.9㎞)은 오른쪽 콘크리트 다리를 건넌다. 암곡 주차장에서 15분이면 암곡 공원 지킴터에 도착한다. 국립공원 직원이 나와 2m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체크한다. 게이트를 지나면 계곡에 걸린 나무다리를 건너 너른 임도를 간다.
다시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면 사각정자에서 나무 덱 길과 임도가 갈라진다. 두 길은 곧 만나며 얼마 가지 않아 계곡 길과 능선 길로 갈라지는 임도 삼거리에 도착한다. 오른쪽 임도를 따라 무장봉(3.1㎞)으로 향한다. 직진 길은 무장봉(5.0㎞)·무장사지(2.0㎞) 방향 계곡 길(임도)로 현재 복구공사 중인 탓에 폐쇄됐다. 10분이면 임도 끝 잣나무 숲의 통나무 계단에서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초반에는 약간 가파르게 이어진다. 가을이라지만 아직 햇볕을 막아주는 활엽수 그늘이 좋은 산길이다. ‘현 위치번호 경주 25-15’ 표지목을 지나면서 산길은 다시 완만해진다. 나뭇가지 사이로 가야 할 무장봉이 보이지만 아직 억새는 보이지 않는다.
산길이 넓어지면 곧 무장봉(1.0㎞) 이정표를 지난다. 능선길이 완만해지자 무장봉의 트레이드 마크인 억새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무장봉 일대에는 1970년대에 목장이 들어섰다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1996년 문을 닫았다. 그 후 초지가 억새밭으로 바뀌어 영남에서 가장 유명한 억새 산행지가 됐다. 빛을 받은 억새는 은빛 은어를 보는 듯 눈부시게 반짝이며 바람에 춤을 춘다. 포토존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정상을 올랐다가 오른쪽으로 내려온다. 평평한 정상 가운데에는 대형 무장봉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전망 덱에서는 동해와 호미곶, 구룡포, 호미곶으로 이어지는 나지막한 능선인 호미기맥, 양포, 감포, 대본, 함월산이 펼쳐진다.
억새 경관을 만끽했다면 하산한다. 올라왔던 길을 되짚어 정상에서 1시간30분이면 출발지 암곡 주차장으로 돌아간다.
# 교통편
- 부산서 경주터미널 간 뒤 18번 시내버스 갈아타고
- 종점 ‘왕산마을’ 내려야
이번 산행은 부산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경주시외버스터미널로 간 다음 도로 건너의 ‘경주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8번 시내버스를 타고 종점인 암곡리 왕산마을에 내리면 된다. 동부터미널에서 경주행은 오전 6시부터 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경주터미널 정류장에서 암곡(왕산)행은 오전 8시, 10시30분에 출발한다. 산행 후 암곡리 왕산 정류장에서 터미널로 가는 버스는 오후 1시50분, 4시20분, 6시50분(막차)에 있다. 경주터미널에서 부산 동부터미널행 버스는 밤 10시40분(막차)까지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때는 경북 경주시 암곡동 54 무장산암곡주차장을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하면 된다.
글·사진=이창우 프리랜서
문의=생활레포츠부 (051)500-5147 이창우 프리랜서 010-3563-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