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그래도, 부산이 좋다 <9> `온천 메카` 동래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온몸으로 느끼는 자유

“사는 기 와이리 되노, 목욕이나 한번 할까”.

세상사에 지친 몸을 추스리는 데 목욕만한 게 없다. 직장서 열받고 주식에 돈 까먹고 밤새 퍼마신 술로 아린 속을 푸는데 이만한 보약이 있을까.
   
[온천은 세파에 지친 사람들의 심신을 편안하게 하는 명약이다. 부산의 대표적 온천건강휴양지인 허심청 욕탕 전경.]
목욕은 청결, 피로회복, 미용 등 나름의 목적이 있지만, 진짜 목욕꾼은 ‘알몸의 자유’를 즐긴다. 옷을 벗는 순간 ‘자연’으로 돌아간다. 있는 척하거나 없다고 주눅들 필요도 없다. 목욕탕에서는 복잡한 인간관계, 고단한 사회생활의 스트레스가 팍팍 풀린다.

한국의 목욕탕은 외국인들에겐 호기심 천국이다. 대패질하듯 피부를 ‘벗기는’ 때밀이 아저씨. 오이, 진흙까지 들고와 문지르는 아줌마. 갈색빛이 도는 약탕…. 한바탕 ‘알몸 축제’후 재생하는 우리를 그들은 부러워한다.

탕속에 진을 치고 노래 읊는 노인, 주위 기죽이는 ‘코큰 남(男)’, 목에 힘주고 어슬렁거리는 ‘어깨들’, 밤 영업 앞둔 술집여자…. 영화 ‘억수탕’의 군상들은 이렇게 우리들 가까이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미녀들은 온천욕으로 아름다운 피부를 가꿨다. 양귀비는 묵은 술과 서역의 향료를 푼 연화탕 김을 쐬며 황홀경에 빠졌고, 클레오파트라는 온천으로 가꾼 매끄러운 속살로 뭇 사내를 뇌쇄시켰다. 로렌스더렐의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다. 온천욕은 동서고금을 두고 삶의 활력소가 돼 왔다.

♨부산은 ‘온천 메카’

부산은 온천도시다. 삼국시대부터 용출된 동래온천은 우리나라 온천의 효시다.

동국여지승람(1481년)에는 신라 왕족과 귀족이 이곳을 즐겨 찾았으며 고려땐 10해(解·1解는 10斗)가 넘는 물이 넘칠만큼 수량이 풍부했다고 전한다. 조선조엔 일본 사람들이 이곳서 목욕 한번 하는 게 소원일만큼 유명했다.

수백년 동안 수맥이 끊기지않은 동래온천은 자연이 부산 사람에게 안겨준 축복이다. ‘온천장’이란 지명이 말하듯, 이곳의 대표상품은 온천이다. ‘부산의 허파’ 금정산을 곁에 두고 있다는 것도 자랑이다.

동래온천에는 학의 다친 다리가 나은 것을 본 노파가 자신의 다리도 담가 효험을 봤다는 백학(白鶴)전설 등 재미난 얘깃거리도 전해온다.

부산엔 동래 말고도 해운대, 다대포, 기장 등 곳곳에 온천이 자리하고 있다. 어디를 파더라도 욕탕이 가능한 온정(溫井)이 있어 부산을 ‘온천 메카’라 부르는 것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시민 휴게실’ 허심청

동래온천은 1900년대 들어 오늘날과 같은 골격을 갖췄지만 이후 개발이 안돼 명성이 날로 쇠락해왔다. 그러다 지난 91년 동래온천은 명물 하나를 세움으로써 재도약의 전기를 맞았다. 동래관광호텔이 지난 91년 도심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전국 최대 규모의 온천휴양시설인 허심청을 개관한 것이다.
   
[동래구 온천1동 새마을금고 앞에 있는 온정개건비(溫井改建碑). 동래부사 강필리가 1691년 온정을 수리해 개축한 것을 기려 1766년(영조 42년)에 세운 동래온천 기념비다. 비석엔 '건물이 낡고 돌로 된 탕이 막히자 강 부사가 백성들의 건강을 위해 다시 개건했다'고 적혀 있다.]
1천3백평에 남녀 3천명을 동시수용할 수 있는 허심청은 부산대 인근 4개의 공(孔)에서 온천수를 끌어온다.

허심청엔 탕이 38개나 있다. 회목탕, 노천탕, 수면탕, 지압탕, 동굴탕 등 이름을 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곽병석 마케팅서비스팀장은 “철따라 나는 과일과 몸에 좋은 약재를 온천수에 섞고 국내 한의사들과 일본 온천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물을 만든다”고 귀띔한다.

하지만 부산 사람들이 허심청을 좋아하는 것은 큰 규모와 수질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의 열린 구조와 안정감은 매력이다. 열린 유리 천장을 통해 햇살이 내리비치는 자연채광 구조는 자유를 느끼게 하며 욕탕을 바닥 위에 세우지않고 평면을 파내 설치, 편안함을 주고 있다.

허심청에는 또 온천수의 온도가 5~6가지로 다양하다. 일반적인 냉·온·열탕을 다시 세분해 선택폭을 넓혀 ‘뜨거움’ 때문에 일가족이 ‘이산의 아픔’을 겪지 않는다. 새소리 들리는 적당한 온도의 새장탕에서 3대가 함께 목욕하고 물이 얕은 좌탕에서 젖먹이 아이가 노는 모습을 이곳에선 흔히 볼 수 있다.

일본 관광객들과 마산 창원 울산 등지의 아줌마들이 ‘계’를 모아서까지 이곳을 찾는 것은 이같이 훌륭한 인프라 덕분이다.

주말이나 휴일에 허심청에 가면 산 내음이 폴폴 풍긴다. 인근 금정산에서 산행하고 돌아와 온천물에 몸을 담그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탕 주변 여기저기서 등산얘기가 흘러나온다.

“어제 술 뭇더니 고당봉이 와그리 높노”라고 말하자, “어, 시원타”하고 동문서답하는 소금탕속의 50대들. “이따가 꼼장어 묵자” “아이다, 곰탕이 낫다”며 군침도는 실랑이를 벌이는 30대 등산 애호가들. 단풍얘기를 하다 이내 “경기가 와 이렇노. 묵고 살기 팍팍하제”하고 한숨을 내쉬는 60대들. 동래온천은 이들 모두에게 ‘뜨거운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부산 사람들은 산에서 정기를 얻고 온천 뒤풀이로 다시 태어난다. 인구 4백만명의 대도시 한복판에 이런 온천장이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이다. 부산 사람들은 ‘동래온천이 좋다’고 드러내고 말하지는 않지만, 이심전심으로 이 ‘뜨거운 맛’을 즐기고 있다.

/ 박재환기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3. 3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4. 4“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5. 5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6. 6“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7. 7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8. 8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9. 9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10. 10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1. 1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2. 2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3. 3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4. 4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5. 5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6. 6시의회 상임위 제한 폐지 논란일자 결국 심사 보류
  7. 7“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8. 8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9. 9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10. 10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1. 1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2. 2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3. 3“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4. 4[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5. 5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6. 6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7. 7‘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8. 8한양증권도 털렸다…고객·임직원 정보 일부 유출
  9. 9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10. 10주가지수- 2026년 11월 3일
  1. 1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2. 2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3. 3“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4. 4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5. 5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6. 6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7. 7141개 시민단체도 노동계도 ‘국제신문 회생’ 인가 촉구
  8. 8역삼동 연쇄방화 77세 이명수(종합)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4일
  10. 10면세유 23억 원어치 빼돌린 유통업자 집유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4. 4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5. 5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6. 6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7. 7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8. 8[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