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가야가 살아온다 <6> 제1부 낙동강의 여명 ⑤ 왕과 후예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2-10-10 20:22:00
  •  |   본지 2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비운의 양왕(讓王)

경남 산청읍에서 서북쪽으로 40여리 떨어진 산청군 금서면 화계리.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인 1001번 지방도를 따라 들어가면 왕산(王山) 기슭에 돌탑 형태의 신비한 돌무더기를 만난다. 가파른 경사면에 수만개의 돌덩이를 차곡차곡 7개단으로 쌓아올린 모습은 이집트 피라미드를 연상케한다.
<ㅏ-1>[경남 산청의 깊은 산골짜기에 있는 전 구형왕릉. 비운의 가야왕 전설이 전해지는 가야사 미스터리의 현장이다]

전면 중앙에는 ‘가락국양왕릉(駕洛國讓王陵)’이라 새겨진 비석이 서 있다. ‘양왕’은 나라를 넘겼다 해서 붙은 별칭으로, 금관가야의 마지막왕인 구형왕을 일컫는다.

산청(山淸)의 깊은 산골짜기에 만들어진 이 ‘석총(石塚)’이 가야 마지막 왕의 무덤이라면, 역사의 뒤켠에서 헤매온 가야사 만큼이나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왕릉인지 석탑인지 제단인지, 또 왕릉이라면 구형왕릉이 맞는지는 누구도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 신비한 유적(사적 제 214호)이 가야와 깊이 관련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 석총은 가야사가 풀어야할 미스터리 중 하나다.



#‘삼국사기’의 승자적 기록

금관가야의 멸망에 대해 ‘삼국사기’ 신라본기는 이렇게 쓰고 있다.

‘법흥왕 19년(532년)에 금관국주 김구해(金九亥=구형왕)가 비(妃)와 세아들, 즉 노종(奴宗), 무덕(武德), 무력(武力)과 함께 보물을 가지고 항복하매, 법흥왕은 예로 대접하고 상등의 벼슬과 함께 금관국을 식읍으로 주었다…’.

그러나 ‘삼국유사’는 다르게 쓰고 있다. ‘신라 진흥왕이 군대를 일으켜 금관국을 쳤는데, 병력이 부족한 구형왕이 대적할 수 없어 왕자들과 함께 항복했다…’.

반면 ‘일본서기’에는 ‘남가라(금관가야)는 (신라의 침공에) 미리 준비하지 못하고 의탁할 곳을 몰랐기 때문에 멸망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를 종합해 신라가 무력으로 금관가야를 정벌한 것이 멸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며, 어느 정도 대항을 하다 자진귀속 형식을 취하자 신라가 파격적인 대우를 한 것으로 본다.



#베일에 싸인 왕들

가야 각국 왕들의 실체는 온통 미스터리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에 부분적인 기사가 비치지만 편린일 뿐이어서 왕실세계(王室世系) 복원은 어림도 없다.

가야의 기록은 남의 나라 사서에 보다 구체적으로 나온다. ‘일본서기’에는 ‘안라(安羅)와 가라(加羅)에 왕이 있고, 다른 소국에 한기(旱岐)라는 지배자가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 ‘삼국지’ 동이전 한조에는 ‘한(韓)에는 대국과 소국이 있고 최고 지배층으로서 주수(主帥)가 있다’고 알려준다.

사료에 기대어 파악할 수 있는 가야왕은 전·후기 가야연맹을 통틀어 열서너명 정도. ‘삼국유사’에 따르면 금관가야는 서기 42년 김수로왕이 나라를 세워 532년에 10대 구형왕이 나라를 넘길 때까지 490년간 존속한 것으로 돼 있다. 2대부터 9대까지 거등-마품-거질미-이시품-좌지-취희-질지-겸지라는 이름의 왕이 나오지만 설화형식의 전승이 많아 기록을 온전히 믿기도 어렵다.

대가야 왕조는 이보다 더 어둡다. ‘삼국사기’는 대가야의 멸망을 언급하면서 ‘16명의 왕이 520년간 통치했다’는 식으로 짤막하게 다루고 있다. 그나마 이름이 드러나는 왕은 시조인 이진아시왕(혹은 뇌질주일)과 9대 이뇌왕, 16대 도설지왕 정도다. 대가야의 전성기인 5세기말, 중국 남제로부터 ‘보국장군본국왕’에 제수됐다는 가라왕(加羅王) 하지(荷知)는 누구를 말하는지 여전히 논란거리다.
<ㅏ-2>[경북 고령의 왕릉전시관에 모형으로 복원된 지산동 44호분 내부모습 . 고분에서 가야왕의 이름이 밝혀진 사례는 아직 없다. ]


가야지역의 수많은 고총고분들도 왕들의 실체에 대해서는 대답을 해주지 않고 있다. 부산대 신경철(고고학과) 교수는 “김해와 고령 등지에서 많은 고분발굴이 있었지만 왕묘로 추정되는 곳에서조차 주인공이 밝혀진 예는 없다”고 말한다.



#신라에서 빛난 가야인들

가야멸망 뒤 나라잃은 백성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는 기록이 없어 알 길이 막막하다. 학자들은 신라의 복속정책 사례를 들어 많은 가야인들도 사민(徙民=강제이주) 되었거나 차별대우를 받았을 것으로 짐작한다.

신라에 들어가 명성을 떨친 가야인도 있다. 금관가야 출신의 김무력(金武力)과 김유신(金庾信), 대가야 출신의 우륵(于勒)과 강수(强首)가 그 대표적 인물들. 이들은 문 무 예에서 신라의 ‘젊은 피’가 되어 눈부신 업적을 남겼다. 삼국통일의 주역 김유신은 신라왕실에서 가야계 ‘신김씨(新金氏)’를 형성할만큼 위상이 두드러진다.

우륵은 가야금을 창시하고 가야 지방의 12곡을 정리한 인물로, 진흥왕의 후원 아래 신라 대악(大樂)을 만들었다.

강수는 신라 통일기에 활동한 유학자이자 문장가였다. ‘삼국사기’ 강수전에는 무열왕이 강수의 문장력에 감탄해 출신지를 묻자 ‘임나가량인(任那加良人)’이라 대답하는 대목이 나온다. 학자들은 임라가량을 대가야의 한 지역으로 파악한다.

부산대 백승충(역사교육) 교수는 “강수는 가야출신이면서 육두품 이하의 신분으로 유학·문장학을 가지고 신라사회에 진출한 최초의 신흥 유교관료였다”라며 “그의 입신이 갖는 사회·사상사적 의미는 크다”고 평한다.

경북대 주보돈(사학과) 교수는 “우륵과 김유신, 강수 등은 가야의 수준높은 문화를 대변하는 만큼 이를 통해 가야의 국가발전 수준도 역으로 재평가되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 특별취재팀

--------------부산시·경남도 후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3. 3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4. 4“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5. 5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6. 6“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7. 7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8. 8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9. 9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10. 10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1. 1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2. 2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3. 3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4. 4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5. 5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6. 6시의회 상임위 제한 폐지 논란일자 결국 심사 보류
  7. 7“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8. 8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9. 9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10. 10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1. 1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2. 2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3. 3“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4. 4[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5. 5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6. 6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7. 7‘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8. 8한양증권도 털렸다…고객·임직원 정보 일부 유출
  9. 9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10. 10주가지수- 2026년 11월 3일
  1. 1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2. 2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3. 3“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4. 4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5. 5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6. 6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7. 7141개 시민단체도 노동계도 ‘국제신문 회생’ 인가 촉구
  8. 8역삼동 연쇄방화 77세 이명수(종합)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4일
  10. 10면세유 23억 원어치 빼돌린 유통업자 집유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4. 4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5. 5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6. 6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7. 7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8. 8[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