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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의료허브 부산 <5> 미국 - (중) 환자 중심의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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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MD 앤더슨 암센터 3층 유방암 센터 의 약국 및 원무과(사진 왼쪽)와 대기실 입구의 의료진 명패(오른쪽 위). 한 과에 내과 외과 방사선과 등 관련 전문의들이 모두 모여 있다. 오른쪽 아래는 복수의 의 료진이 검사결과를 토론하는 모습.
우리나라 종합병원의 특징은 ‘시끌벅적’과 ‘허겁지겁’으로 압축된다. 시장바닥처럼 북적거리는 1층 접수대, 수시간 동안 대기한 환자를 5~10분 안에 진료해야 하는 의사, 환자와 보호자들이 뒤섞여 있는 입원실의 모습은 ‘야전병원’을 방불케 한다.

환자 중심의 병원 구조와 의료진의 진료시스템, 인간적 배려는 의료서비스의 수준을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바로미터이다.



병원 내부미국 종합병원의 1층 로비에서는 약을 받거나 진료신청, 치료비 계산을 위해 장시간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없다. 층별로 분산돼 있는 진료센터에 원무과와 약국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하루 수천명에 이르는 환자들이 진료를 받지만 병원 안이 크게 붐비지 않는다. 이같은 구조는 ‘아시아 의료 허브’를 추구하는 싱가포르의 병원이나 삼성의료원 등 우리나라 일부 종합병원에 도입돼 호응을 얻고 있다.

진료센터의 대기실에는 컴퓨터 단말기가 있다. 환자의 이름을 두드리면 그동안 받았던 진료 및 치료기록이 모두 나온다. IT강국, 세계 최고의 문자해독률을 자랑하지만 영어로 휘갈긴 진료기록조차 제대로 볼 수 없는 우리와는 판이한 모습이다.

치료는 의사들이 소속된 내과 외과 소아과가 아니라 환자들의 질환 중심으로 나눠진 진료센터에서 하고 있다. 뉴욕의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는 ‘후두암’ ‘폐암’ ‘부인암’ 등 세분화된 16개 진료팀이 치료를 담당한다. 각 팀에는 임상병리과에서 방사선과 외과 내과 마취과 등 관련된 모든 분야의 전문의들이 소속돼 있다.

텍사스 주립대학 부속병원인 MD 앤더슨 암센터도 마찬가지다. 이 병원 유방암 센터의 경우 종양내과교수 21명과 함께 외과의사 8명 진단방사선과 전문의 11명, 방사선종양학 4명, 혈액 및 골수이식전문의 4명 등 48명을 한데 묶어 운영한다.

대기실에 있던 환자들은 진료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가 진료실 앞방에서 환자복을 갈아입고 진료를 받은 뒤 같은 층의 주사실이나 수술실로 옮겨진다. 따라서 수술은 외과, 항암치료는 내과, 방사선치료는 방사선과에서 하느라 환자들이 병원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또 각 분야의 전문의들이 한곳에 모여 있어 환자에 대한 통합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입원실도 조용하다. 미국 병원은 통원치료를 원칙으로 한다. 암수술을 받은 환자들도 수술 당일 또는 다음날 퇴원해 통원치료를 받는다. 입원비가 하루에 1000달러(120만원) 정도로 비싼 탓도 있지만 병실에 누워 지내면 온갖 걱정만 많아져 오히려 항암치료에 대한 정신적 부담이 커지고 운동부족으로 몸까지 허약해 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어떤 재벌회장도 지난 2000년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폐암 진단을 받은 뒤 입원치료를 희망했지만 병원의 원칙에 따라 할 수 없이 통원치료를 받았다. 전세계 부호들의 단골병원이자 암과 백혈병 등 난치병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MD 앤더슨,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존스 홉킨스 대학병원 등 3곳의 평균 병상가동률은 80% 전후, 입원기간도 6일 정도에 불과하다(부산 A대학병원은 병상가동률 91%, 평균 입원기간 11일).

입원한 환자를 돌보는 것은 병원의 몫이기에 보호자들은 면회시간이 지나면 집이나 호텔로 되돌아가야 한다. 입원에는 다소 시일이 걸리지만 퇴원절차는 신속하다. 입원비는 퇴원 후에 병실료 약값 수술비 치료비로 나누어 집으로 청구서를 보낸다.



진료시스템우리나라 환자들이 미국 병원에서 가장 감동받는 것은 무엇보다 진찰시간이다. 뉴욕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의 패시 부원장은 “진찰시간이 30분인 경우도 별로 없으며 최소한 45분에서 1시간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그것도 한명이 아니라 몇명이 달라붙는다. 새 환자의 경우 서너시간씩 걸린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대학병원들보다 의사의 수와 의료비가 각각 10배 가량 많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학병원의 정교수는 일주일에 하루, 부교수나 조교수는 주당 2~3일 환자들을 진료한다. 진료일수는 짧지만 그날만큼은 환자보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외과의사들은 새벽 4~5시에 출근, 오전 6시부터 수술을 시작해 밤 11시까지 근무한다. 다른 과도 마찬가지다.

MD 앤더슨 암센터를 살펴보자. 각 진료센터에는 회의실이 있다. 아침회의는 거의 오전 7시. 다른 의사들과 함께 자신이 담당하는 환자의 상태와 치료방법 등에 대해 논의하고 새로운 케이스를 발표한다.

진료실은 개인별로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의사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공동진료실(MD Workroom)이다. 암 등 각종 질병의 최종 진단이나 수술 또는 항암제 치료를 할 때는 반드시 복수의 의료진이 검진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위궤양을 위암으로 판정하거나, 위암에서 전이된 폐암인데도 단순 폐암으로 치료하는 등의 ‘진단 불일치’를 찾기 어렵다(국립암센터·서울A병원의 조사 결과 우리나라 병원의 ‘진단불 일치율’은 12.5~33.5%).

점심은 아침회의를 했던 회의실에서 해결한다. 간단한 식사를 하면서 초청강사의 강연을 듣고 토론한다. 오후 7시에 또 회의실에 모여 이날 본 환자의 상태와 수술 내용 등을 재검토(review)한다.

병원에는 지역사회의 개업의사들이 와서 진료를 하거나 연구참여 또는 학생교육을 맡고 있다. 우리로 치면 겸임교수인데 이름만 걸어놓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전공과 실력에 맞는 활동을 직접 한다.

간호팀도 막강하다. 우리나라 종합병원의 임상의사 대 간호사의 비율은 1대 1 정도이지만 미국병원은 1대 2 이상이다. 간호사 중 우수한 사람들은 일정한 과정을 거쳐 봉합 등의 수술을 담당하는 ‘보조의사’가 된다. 따라서 외과의사들은 중요한 수술에 집중할 수 있다.



인간적 배려암환자들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통증은 환자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뉴욕의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는 암환자의 치료때 반드시 통증 전문의가 참가토록 하고 통증평가만 담당하는 간호사가 수시로 환자들을 살펴본다. 환자들에게는 통증을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우리나라는 전체 말기 암환자의 40~50%가 적절하게 통증을 치료받지 못한 채 민간요법 등에 의존하고 있다(국립암센터 연구팀의 2001년 조사자료).

MD 앤더슨 암센터의 2층에는 ‘환자옹호실’이라는 명패가 붙은 방이 있다. 방 안에는 원장실과 바로 연결되는 직통전화가 있다. 의료진을 포함한 병원직원이나 서비스에 불만이 있는 환자는 이 전화로 병원장에게 직접 탄원할 수 있다. 이같은 탄원을 세번 이상 받은 직원은 신상에 큰 불이익을 받는다. 단 한번만 탄원이 들어와도 소명서를 작성하는 등 행정조치를 받는다.

이같은 조치는 의료소송을 막아보려는 노력과도 연결된다. MD 앤더슨 암센터가 포함된 대규모 의료단지인 텍사스 메디컬센터에는 의사가 5600명 가량 되지만 변호사는 1만명이 넘는다. 탄원이나 법적다툼의 내용은 수술 등 의료행위의 잘잘못보다는 환자의 인격을 무시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에서는 ‘의사와 사회’라는 강좌가 필수과목이다. 병동 곳곳에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고객만족세미나’가 수시로 열린다. 환자없이 세계 최고가 될 수 없고, 의료진들이 자만할 때 명성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소아암병동이 있는 병원에는 어린이 입원환자들이 유급되지 않도록 학습도우미를 배치해 컴퓨터와 팩시밀리 등으로 학교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도와준다.

/ 텍사스주 휴스턴 = 손동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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