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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 돌릴 틈 없이 하루 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했던 홀로서기 10년. 뒤돌아보면 어느덧 씩씩하게 자란 두 딸의 희망이 있었다. 김명자 씨는 오늘도 바쁘게 길을 걸으며 또 다른 새해를 준비 중이다. |
저출산에 따른 핵가족 가속화와 사회환경 변화 등으로 이혼과 재혼, 독신가정이 늘어나고 동거가족도 등장하는 등 '전통'의 가족이 해체되고 있다.우리 사회는 아직이 같은 변화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게사실이다. 그러나 아빠, 엄마 혼자 떳떳하게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싱글 맘, 싱글 대디도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지난 10년 간 두 딸을 어엿한 성년으로 키워낸 50대 여성가장을 통해 한부모가족의 삶과고민, 행복을 들여다 봤다.
김명자(52·가명) 씨. 지난 1997년 가정폭력 등으로 남편과 이혼한 뒤 어린 딸들과 함께 시작한 '홀로서기'가 벌써 10년째에 접어들었다. 가장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이혼을 남의 일쯤 생각했던 김 씨. 그리고 아버지에게 고통받는 엄마가 애처로와 엄마를 따라나선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6학년 두 딸.
그간 이들 모자가정 앞에 펼쳐진 환경과 여건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정의 울타리를 한치도 벗어나지 않은 사랑과 의지, 인내가 김 씨 가족의 홀로서기 자양분이 돼 이제는 '희망찾기'의 여유를 가지게 됐다.
김씨는 이혼하자 마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삭풍에 휩쓸려 생각지도 못한 모진 시련으로 새 삶을 출발했다. 당시 사회를 뒤흔든 구조조정 한파로 다니던 보험회사에서 나와야 했고, 이혼 뒤에도 어렵게 구한 보험회사마저 두 딸을 둔 여성 가장인 김 씨를 외면했다. 보험회사 시절 번 한달 수입 80만원이 800만원처럼 커 보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김 씨는 한 식품업체에서 일을 하게 됐지만 여중생이 된 두 딸과 함께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빠듯했다. 눈치 빠른 두 딸은 어머니를 위해, 그리고 가족을 살리고자 새벽 신문배달을 했고 매일 2㎞가 넘는 등하굣길을 걸어다녔다. 이를 바라보는 김 씨의 가슴에는 늘 큰 바위덩어리가 놓여 있었지만, 두 딸은 결코 기 죽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럭저럭 생활이 되나 싶었으나 또 고난이 덮쳤다. 1999년 김 씨는 다리에 골절상을 입어 일을 그만두게 됐고 가족은 다시 휘청거렸다. 딸들의 학업 중단만 막고자 관공서에 사회복지혜택을 받을수 있는 방법을 문의했으나 대상자가 아니라는 대답만 들어야 했다. 남편이 이혼하면서 자녀 양육비로 아파트를 자신에게 명도했기 때문. 그러나 김 씨 명의의 아파트는 낡을 대로 낡아 처분도 못하고 겨우 전세만 놓을 정도로 재산가치가 없는 상태였다. 결국 허름한 아파트 한 채가 김 씨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저소득층 가정, 거기다 여자인 제가 이끄는 우리 가정 앞에 세상은 너무 혹독했습니다." 고생하는 엄마 때문에 수년 동안 아픈 기색 한번 안 한 딸 아이들이 안쓰러워 마음을 다잡은 김 씨는 소규모 업체에 다시 취직했고 늘어나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저녁시간에는 레스토랑 주방일도 하는 등 '투잡'을 시작했다. 큰 딸은 공장에 다니며 주경야독으로 엄마를 거들었다.
하지만 골절상 후유증으로 한번 아팠던 몸은 제대로 낫질 못했고 일을 그만뒀다 다시 시작하기를 수 차례. 그 사이 대리운전 등 김 씨의 직업경력은 하나 둘 더해갔지만 형편은 오히려 더욱 쪼그라들었다.
숨 돌릴 틈 없이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며 살아온 김 씨 가족에게도 무심하게 흘러간 세월은 어느덧 두 딸을 성인으로 만들었다. 둘째 딸은 대학에 진학했다. 김 씨도 부산여성회 한부모가족자립지원센터에서 노인 간병인 자격증을 획득했다.
"인생을 포기했거나 쉽게 살려고 했다면 두 딸이 이렇게 씩씩하게 자랄 수가 있었겠어요. 당장 오늘 먹고 사는 것도 급한데 내일을 생각하거나 한부모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 따위를 느낄 '여유'조차 찾을 수 없었어요."
40대의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한부모 가족의 가장으로 어느덧 50세를 넘겨버린 김씨는 또 한번의 새해를 맞았다. "우리가족, 이 정도면 너무나 열심히 산 것 아닌가요." 2007년 새해를 밝히는 '햇님'에게 김 씨는 올해도 '희망'을 간절히 기원해본다.
# 한부모가족이란
이혼, 사별, 유기, 미혼모에 의해 발생하는 가정으로, 현재 18세 미만의 자녀와 살면서 자녀를 부양하고 부모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한부모와 자녀의 집단을 의미한다. 한부모가족은 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 성상담소'가 1999년도 설문조사를 통해 만든 용어다. 한부모의 '한'은 한강, 한가위 등에서 사용된 의미로 '하나로서 온전하다' 또는 '가득차다'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어머니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이른바 '싱글 맘(mom)' 가정이 110만여 가구, 아버지가 키우는 '싱글 대디(daddy)' 가정이 27만여 가구다. 국민의 10%가 한부모가정을 이루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 한부모가족은 12만 가구 33만 명에 달하고 있다. 실제 시설거주 모부자가족을 기준으로 수입이 100만 원 이하인 가구가 전체의 90%.
하지만 현재 여성가족부의 모부자 가정지원은 5만 원에 불과한 아동양육비, 고교 입학금 및 등록금 및 연 4~4.5%의 학자금 융자, 2~3년이 걸려야 입주할 수 있는 영구임대주택 등에 한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