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포 자연보호지구에서 '디프베이(深灣)' 맞은 편으로 자동차로 약 20분 달리면 홍콩습지공원이 나온다. 경전철이나 지하철 습지공원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이곳은 주변이 60~70층의 초고층 아파트 단지로 병풍처럼 둘러싸여 순간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이 3만8000세대 규모의 '틴슈이와이 뉴타운' 개발이 홍콩습지공원을 낳는 계기가 됐다.
# 대체 습지로 출발한 습지공원
홍콩특별행정구 정부가 뉴타운의 공공개발 이익금으로 이곳에 홍콩습지공원을 조성한 것이다. 뉴타운 조성시 환경영향평가에서 '생태환경완화지구'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홍콩 정부는 약 6억4000만 홍콩달러(약 760억 원)를 투입해 이 공원을 조성했다고 한다. 즉 대체습지인 셈이다.
넓이가 61㏊인 홍콩습지공원은 방문자센터의 면적이 약 1㏊를 차지하고 있다. 원래 양식장과 습지가 있던 이곳은 정부와 민간조직이 협력해 지난 2000년 12월 소규모 습지전시관을 열었고 지난해 5월에는 '습지박물관'이라고 할 방문자센터를 건립하는 등 대규모 습지공원으로 전면 개관해 홍콩 습지를 세계에 홍보하고 있다.
# 친환경적 구조의 방문자센터
홍콩습지공원 정문에서 분수대와 연못을 지나면 방문자센터가 곧 눈에 들어온다. 방문자센터는 마치 경주의 천마총처럼 언덕 속에 건물이 들어서 있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이 센터는 잔디 언덕으로 올라가면 옥상으로 가게 되는데 이곳에선 넓은 공원 습지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자연 채광이나 빗물 이용장치, 지열을 이용한 펌프 시설 등 친환경 건축물로 에너지 절약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었다.
방문자센터 출입구를 거쳐 시멘트 바닥에 새겨진 깜찍한 새 발자국들을 보고 따라가다 보면 지하철 개찰구 같은 입구로 빨려든다. 입장료는 어른 1인당 30 홍콩달러(3600원). 학생들은 반값이다. 공원 관계자는 지난 15일 '습지와 새들의 친구' 방문단을 이곳 극장으로 안내해 먼저 10분짜리 습지 홍보물을 보여줬다. 방문자센터 내에는 1, 2층에 걸쳐 모두 5개의 전시실이 있는데 습지를 개괄적으로 소개하는 곳이 있고, '생물계'란 전시실에는 북극 툰드라, 열대 늪, 그리고 홍콩의 습지가 소개돼 있는데 홍콩에서만 볼 수 있는 폭포개구리나 홍콩도롱뇽 등도 볼 수 있었다. '열람 갤러리' 전시장에는 강이나 삼각주 및 세계 문명발상지와의 관계를 소개하고, '습지의 도전'이란 전시실엔 습지가 인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소개하고 있었다.
홍콩습지공원 습지관리부장인 입인(여·33) 박사(생태학)는 "영국의 생태 전시 프로그램을 응용한 것으로 습지 생태계를 즐기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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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습지공원 내 1층 짜리 목조 탐조대에서 탐조를 하고 있는 '습지와 새들의 친구' 회원들. |
# 습지교육과 생태체험 어우러진 공원 코스
방문자센터를 막 지나 야외 습지로 가는 길을 따라 가니 주변에 계곡물이 흘렀다. 인공적으로 계곡수의 생태를 조성한 것이다. 습지 주변을 목도로 따라 들어간 곳은 '습지발견센터'. 이곳에선 오전 11시, 12시, 오후 2시, 오후 3시에 방문객을 대상으로 습지 생태 강의가 이뤄지고 있다. 하루 수 천 명이 찾는 이곳 습지공원에는 학생들이 많았다. 이날 이곳에서 만난 자스민(13·중1) 양은 "친구와 함께 학교에 자율학습 계획서를 내고 왔다"며 "담수 늪 못 갯벌 맹그로브숲 등 다양한 습지에 대해 자연스레 알게 되니 참 재미있다"고 말했다.
다시 목도를 한참 걸어가니 나무로 만든 3층짜리 탐조대가 보였다. 이곳 공원에는 3곳의 탐조대가 있다. 강변과 갯벌 그리고 양어장 위에 각각 설치됐는데 그 중 강변에 설치된 이곳 탐조대에선 저어새 백로 넓적부리도요 백할미새 같은 물새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입인 박사는 "약 195종의 물새가 있고, 110종의 나비, 40종의 잠자리 등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낙동강 하구에서 발견되는 새가 연중 170~180종인 것과 비교해보면 종다양성이 풍부함을 알 수 있었다.
다시 맹그로브숲 쪽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도 마이포 습지처럼 수위에 따라 조절되는 나무 다리가 있었다. 두 번째 탐조대에서 망원경으로 보니 저어새 15마리를 비롯해 백로 오리 등 물새 수백 마리가 물가에 쉬고 있었다. 이곳 습지는 인공적으로 수위를 조절한다고 했다. 조금 있으니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 청소년 10여 명이 보호자와 함께 탐조대로 들어왔다. 탐조대에서 나와 길을 걷는데 울새가 2~3m 거리의 관목 숲에서 꼼짝을 하지 않고 있었다. 주변에 10여 명이 사진 찍기에 바쁜데도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며 사람을 겁내지 않았다.
동행한 '습지와 새들의 친구' 전흥(64) 운영위원은 "홍콩습지공원을 둘러보니 참 안온하다는 느낌이 들고 습지보전과 생태교육 그리고 생태기행이 잘 연결돼 있는 것이 놀랍다"며 "오는 4월에 개관될 부산의 낙동강하구 에코센터도 이러한 마인드를 갖고 출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람유이펑 습지공원 행정총감
-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무엇보다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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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습지공원은 인근 뉴타운 건설와 맞물려 대체습지로 조성됐다. 대규모 습지가 뒤편의 초고층 아파트단지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사진제공 홍콩습지공원 |
람유이펑(사진) 행정총감은 홍콩 정부 농어업자연보호청(AFCD) 자연보호국 산하의 습지공원 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람 총감은 지난 2001년 홍콩습지공원이 제1기 사업으로 전시관 수준에서 부분 개관할 때부터 습지공원 관리를 줄곧 맡아온 습지공원 관리 전문행정인이다. 홍콩습지공원의 직원은 80명이며 전시 교육 보전 운영 마케팅 등 5개부서가 있다.
람 총감은 "마이포 자연보호구가 철저하게 습지 보전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면 홍콩습지공원은 습지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든 것"이라며 "지난해 5월 개관 이후 1년 내에 54만 명 정도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 6~7개월 만에 85만 명을 넘었다"고 말했다. 그는"이제 인프라는 거의 구축됐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이 남았다"며 "주말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가이드 기행을, 주중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원 체험기행을 주로 하면서 교육용 키트를 제작 배포하거나 일선 학교를 방문해 강연회를 열기도 하고 월 1회 시민 대상 세미나도 갖고 자원봉사자 모집 및 교육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홍콩에서 습지보전을 위한 국제회의도 더 많이 개최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명실상부한 습지보전·교육·생태기행의 허브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의욕을 나타냈다.